「감염(感染): 병원성 미생물이 체내에 침입하여 증식하는 상태」
감염은 여러 경로에 따라 발생할 수 있다. 호흡기를 통해 감염이 일어날 수 있고, 모기나 진드기 등 동물이 매개가 되어 일어날 수도 있다. 사람 간 직접 접촉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고, 기구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감염될 수도 있다.
예나 지금이나 가장 효과적인 감염예방책으로 ‘감염경로의 차단’이 제시되고 있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저지할 수 있다면 감염으로 인한 사고 예방의 가능성은 높아진다는 말이 된다.
특히 ‘의료기구의 오염으로 인한 감염’은 소독과 멸균만 잘 한다면 99.9% 이상 예방이 가능하다. 소독과 멸균으로 재사용되는 기구를 관리하는 것은 안전한 진료를 시행해야 하는 의료인의 의무이기도 하다.
문제는 의료기관 내에서 감염관리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아다. 의료기관인증평가가 시행되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감염관리실에서 자체적으로 감염 관련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관리하고 있어 일정부분 관리감독이 이뤄지고 있지만, 그렇지 않은 개원가는 의료인의 양심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다.
더구나 개원이 90% 이상 차지하고 있는 치과계 감염관리 실태는 더욱 열악하다고 한다. 개원치과의 감염관리는 지역 보건소에서 관할하고 있는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점검을 나가기 어려운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실태조사 또한 개원치과의사들을 대표하는 대한치과의사협회와 보건복지부가 10년 전 실시한 것이 전부다.
◇치과 진료 후 심장에 염증…일부 치과의사들 ‘의료용 장잡’ 미착용
지난 2006년 MBC ‘PD수첩’은 간단한 치과 진료 후 ‘감염성 심내막염’으로 쓰러진 김모씨의 사례를 전했다. 심장 수술을 담당한 의사는 치과진료 중 세균이 혈류를 타고 들어가 심장 판막에 들어갔을 가능성을 언급했다. 당시 PD수첩은 ‘윙’ 소리를 내며 구강 내 침과 피를 흡입하는 ‘핸드피스’의 위생상태에 대해서도 다뤘다. 그 결과 일부 치과의사들은 의료용 장갑을 착용하지 않은 채 맨손으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으며, 핸드피스는 물론 기타 의료기구들을 멸균·소독하지 않고 여러 사람의 입안에 넣어 진료하고 있었다.
다른 한 여성은 치아에 크라운 치료 후 양쪽 무릎에 통증을 호소, 화농성 관절염 의증 진단을 받았다. 치과치료 당시 의료진은 크라운 제작을 위한 일반적인 과정 하에 부분(침윤)마취, 치아삭제 및 장착 등 치료를 진행했다.
사건감정을 의뢰받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의료사고감정단은 “통상적으로 치과용 부분마취 후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은 극히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다만 감염에 취약한 환자 진료 시 진료용 장갑을 착용하지 않고, 진료 스텝이 진료용 마스크를 장착하지 않은 채 진료에 참여했다면, 통상적인 수준에서 감염관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나 치과 감염사고는 명확한 인과관계 추적이 불가능해 입증이 어렵다는 것이 치과계의 설명이다.
최병준 경희대치과병원 구강악안면외과장은 “입안에 세균이 정말 많다. 음식이 들어오는 곳이고 따뜻한 곳이어서 세균이 살기 좋은 환경이다”라며 “오염된 의료기구를 사용해서 감염이 생기는 것인지, 구강 내 세균에 의해 감염이 생기는 것인지 확인하기 어렵다. 소독과 멸균처리가 된 의료기구를 사용한다고 해도 구강 내 특수 환경 때문에 염증이 생기기 쉽다. 환자 면역력에 따라 감염여부도 다르다”고 설명했다.
◇구강 내 세균 ‘득실’ …치과 진료 후 발생한 감염 경로 규명 어려워
최 과장의 설명처럼 실제로 치과 감염사례에는 오염된 기구가 원인인지, 시술 과정이 원인인지, 환자 면역력의 문제인지 명확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당뇨병 환자인 한 남성은 발치 후 악골 골수염과 균혈증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남성은 좌측 치아 통증과 구강 내 악취로 치아를 제거할 때 염증 가능성을 고려해 항생제와 소염진통제 등을 처방받았다. 그러나 치통이 지속되어 종합병원을 찾았고, 폐렴간균과 균혈증, 합병증 없는 인슐린 비의존성 당뇨, 상세불명의 턱질환, 전립선 논양, 급성 위염 등을 진단받아 입원치료를 받아야만 했다.
감정단은 “발치 시술 당시 심한 악취가 있었던 것으로 볼 때 발치 이전에 치아 및 치아 주변의 염증으로 인한 치조골의 감염이 있었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균혈증은 일반적인 치아 발치 시 일시적으로 발생할 수 있으며 치석제거 또는 칫솔질 이후에도 일시적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치 후에 발생하는 염증은 다양한 원인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의료진 시술 전후 조치로 예방하기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또 다른 한 남성은 치과에서 근관치료를 받은 후 뇌농양이 발생했다며 감정을 요청했다. 남성은 2회에 걸쳐 근관치료를 받고, 5개월 후 상악 좌측 어금니 부위에서 냄새가 나는 증상으로 해당 병원에 재내원해 스케일링을 받았다. 1개월 후 두통, 구토, 이상행동 등 증상으로 응급실로 내원한 남성은 ‘뇌농양’을 진단받았다. 남성은 “임 냄새 증상에 대해 재치료 의뢰 시 염증 진행여부 확인 및 약 처방을 하지 않아 치료시기를 놓쳐 염증이 진행, 뇌농양이 발생됐다”고 주장했다.
감정단은 “치아 균배양 검사가 없어 치과 치료와 뇌농양 발생의 인과관계는 없다고 보인다”고 진단하면서 “뇌농양의 원인균은 다양한 균이 복합적으로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강 내 감염이 뇌농양을 발생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직접적인 뇌로의 전파과정에서 드물게 발생하나, 치과 질환이나 치과적 치료 후 면역 저하를 일으킬만한 특별한 선행 요인이 없는 한 뇌농양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기구의 소독과 멸균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적어도 기구를 통한 ‘감염성 질환’은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치과계에 따르면 치과의사들은 에이즈(HIV), C형간염 등 환자가 직접 자신의 질환을 밝히지 않은 한 해당 환자가 어떤 감염성 질환을 앓고 있는지 알 수 없다. 피검사 시행 등 감염 확인 절차가 없는 것은 물론 진료 기록부에 감염 여부를 작성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최병준 과장은 “치과 치료를 받으러 온 환자가 감염성 질환자라는 것을 알 수가 없어 일부 병원에서는 간이 키트로 검사를 한다. 감염 환자인 것이 확인돼 환자에게 물어보면 다들 알고 있다고 말한다”면서 “그러나 환자 보호 차원에서 진료 기록에 감염 여부를 남길 수 없다. 환자들이 숨을 수 있기 때문이다. 추후 다른 병원에 갔을 때, 혹은 같은 병원에 재원 했을 때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게다가 간이 검사는 비급여라는 측면 때문에 이를 거부하는 환자들도 많다”며 “그나마 대학병원은 최후의 선택이기 때문에 환자들이 따르지만 개원가에서는 추가 진료비 발생 등의 이유로 환자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다. 개원가에서 간이 검사는 사실상 어렵다”고 지적했다.
의료진은 본인을 위해, 다음 환자를 위해 위생장갑 사용과 기구 소독 및 멸균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 일례로 2015년 호주에서는 장비 멸균 등 적절한 위생관리를 하지 않은 치과의사 12명이 적발됐다. 이에 정부는 치과 진료를 받은 최대 1만1000여명의 환자가 에이즈와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됐을 거라 판단, 감염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고 권고하는 사례가 있었다. 미국에서는 멸균되지 않은 기구로 환자를 진료해 치과 진료 후 에이즈 감염으로 환자가 사망하기도 했다.
최 과장은 “개원가는 무방비 상태다. 감염성 질환자를 진료한 기구를 재사용하기 위해서는 고압에서 멸균소독을 해야 한다. 사전에 감염환자를 파악할 수 없다면 사용된 기구들을 제대로 소독, 멸균할 수 있어야 한다”며 “그러나 소독멸균에 대한 수가는 일부만 산정돼 있다. 실제 진료현장에서 기본적인 감염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