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감염사고의 근본적 원인은 ‘저수가 환경’이라는 것이 시사됐다. 이로 인해 감염관리 전담 인력 확보가 어려워지고 감염관리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30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국내 의료감염관리 개선방안 모색 정책토론회’에서 이같이 주장하면서 우리나라 의료기관 감염관리 현황을 설명했다.
엄중식 교수는 “병원이 의료감염관리에 투자할 수 있는 여력에 따라 (감염 사고 관련) 다른 상황이 나올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제적 수준, 병원의 의과학적 수준에 비해 감염관리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엄 교수는 “투자가 부족해진 이유는 병원 수익과 관련이 있다. 저수가 정책이 지속되고 급격한 외부 환경 변화로 인해 대부분의 병원에서 경영환경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특히 중소병원이 우리나라 의료체계에서 차지하는 병상 비율이 매우 높지만 경영 상황은 더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중소병원의 의료 수익률은 2009년 4.46%에서 2012년 1.77%로 급감했다. 또 300병상 미만 병원은 개원, 폐업률이 높았는데, 2013년 기준 500병상 이상 개설 및 폐업률은 각각 0.2%, 0.4%인 반면 ▲300~499병상은 4.5%, 4.5% ▲100~299병상은 48%, 47.3% ▲100병상 미만은 47.3%, 47.7%로 집계됐다.
그는 “우리나라 의료기관의 90%는 공공이 아닌 민간 의료기관이다. 민간에 의료기관을 맡기고 있는 상황에서 300병상 미만 병원의 휴·폐업률이 높은 것은 의료 질 관리에 투자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원을 투자할 여력이 없으니 감염관리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데도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중소병원은 인건비 확보의 어려움으로 감염내과 전문의, 감염관리 간호사 채용이 잘 안 되고 있다”며 “감염전담 간호사의 경우 일반 병동에서 감염관리실에 배치되면 야간근무수당 등 추가수당이 나오지 않고, 월급이 줄어든다. 전문 교육 이수 기회도 부족하고, 승진이 제외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감염관리) 근무를 기피한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르면 2013년 기준 감염관리 간호사는 평균 2.2~2.3년 정도다. 3년이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의료법 시행규칙 개정으로 150병상 이상 병원은 감염관리실을 설치하고 전담인력을 배치해야 하지만 평균 4명의 전담인력을 배치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2013년 기준 감염관리실 전담인력은 상급종합병원 3.7명, 300병상 이상 종합병원은 1.3명, 300병상 미만 종합병원은 0.7명, 기타는 0.1명이 배치됐을 뿐이다.
엄 교수는 “외국은 감염관리 자격을 가진 간호사 연봉이 더 높다. 전문가로 대우를 해주기 때문인데, 공부를 하는 양 자체가 어마어마하다. 감염관리 간호사의 경우 높은 수준의 교육과 풍부한 임상 경험이 필요하다”며 “미국에서도 60%만 감염관리사 자격을 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거꾸로 돌아간다. 환자를 돌보지 않고 모니터링만 한다는 이유로 추가 수당은 사라지고 일은 어려워지니 못 버티는 것이다. 감염내과 전문의도 300명을 못 넘기고 있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엄 교수는 감염관리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지원, 경영진의 관심과 협조 등 감염관리 관련 인프라가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관리 프로그램 운영과 관련된 지원이 부족하고, 경영진의 관심과 협조가 부족해 비용편익 정보가 부족하다”며 “수퍼 박테리아라고 불리는 다제 내성균 감염 사례가 증가하고 있지만 어떤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엄중식 교수는 “거의 모든 병원에서 다제 내성균의 분리가 증가하는 상황이고, 이로 인한 의료관련감염의 발생도 비례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그러나 중소병원에서의 의료관련감염이 어떤 양상으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자료를 수집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 감염관리의 현실이다. 다제 내성균 보균자 정보 등록 시스템 등의 개발, 배양 검사 수가 급여 인정 등으로 감염 감시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그는 감염관리 활동을 할 수 있는 전담 인력 채용과 유지를 위한 비용 지원을 강조했다.
그는 “인프라 구축을 위해 감염관리 비용이 지원돼야 한다. 특히 감염관리가 어려운 중소병원에 감염관리료 수가를 지원하고, 감염관리 기술지원 및 자문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며 “또 감염관리와 관련해 기본 시설을 구축할 수 있도록 지원이 필요하다. 격리실 시설 기준을 결정하고 격리 비용 급여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권고 강도가 높은 감염관리 일회용 물품에 대한 급여화, 병원 종사자의 교육 등도 필요하다. 특히 병원 종사자의 경우 필수 교육 및 현장 평가를 도입해 중소병원 감염관리에 필요한 내용을 교육해야 한다”며 “병원 경영진을 대상으로는 연 1회 교육을 의무화해 전문 인력 교육의 기회를 확대하고 강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상시 발생하는 기존 의료 관련 감염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병원 내 기본, 필수 페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전담 인력 확보 유지를 보장해 줘야 한다”며 “이는 정책적, 제도적인 부분이 함께 돌아가야 해결이 된다. 병원 경영진과 정부의 관심 그리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번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권미혁 국회의원 주최, 보건복지부 후원, 쿠키건강TV 주관으로 개최됐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