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시간 30분 이상, 진료는 ‘3분 진료'를 시행한다는 대학병원 외래 현실이 개선되면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지난해 9월부터 ‘상급종합병원 심층진찰료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울대학교병원에 따르면 15분동안 심층진료를 하는 경우 환자·의사 만족도가 높아지고, 불필요한 진단검사량과 진료비 또한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중증희귀질환자 진료 집중도를 높여 경증환자의 1차의료기관 회송률도 증가시켰다고 분석했다.
심층진찰 시범사업은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한 ▲미진단 ▲난치 ▲추가검사 ▲다학제진료에 해당하는 중증희귀질환 환자 중 타 의료기관에서 진료의뢰서를 발급한 신환 및 초진환자를 주 대상자로 추진되고 있다. ‘15분 진료’는 18분 이상 진료 시 환자의 질병 이해도가 높다는 한 외국 연구 결과에 기인해 도출됐다. 연구 결과 진료시간이 길수록 처방률이 낮고 환자 만족도가 높았다. 2009년 기준 OECD 11개 국가 의사 평균 진료시간은 17.5분(2009년)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시범사업에 참여한 서울대병원 13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사업효과를 평가한 연구결과를 최근 발표했다. 평가는 내과계, 외과계, 소아과계로 나누어 대조군과 비교하는 방법으로 진행되었고 환자만족도, 진료의 내용, 진료비, 회송률 등을 평가했다.
이번 연구는 2017년 10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서울대병원의 심층진찰 시범사업으로 내원한 대상환자 373명 중 응답자 274명과 성별과 나이를 매칭해 동일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은 대조군 140명을 대상으로 이루어졌다.
연구 결과 심층진찰군이 대조군에 비해 의사, 진료시간 충분도, 치료과정, 환자권리보장 등 평가항목 전반에서 평가점수가 높았다. 구체적으로 심층군의 의사 점척도는 3.71로 대조군(3.28)보다 높았다. 진료시간 충분도는 심층군이 3.69로 대조군 2.84보다 높았다.
치료과정 만족도도 심층군이 3.55, 대조군이 3.06으로 집계됐으며, 환자권리보장의 경우 심층군 3.64, 대조군 3.13로 나타났다.
진료시간에 대한 만족도의 측면에서는 만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심층군 92%, 대조군이 71%로 21%p 차이를 보였다. 외래진료 만족도 역시 심층군이 10점 만점에 9.04점 대조군 7.65점보다 높았다.
진료 내용 측면에서 검사량과 처방약제량을 조사했는데, 진단검사량은 심층진료군이 대조군에 비해 전체적으로 적었다.
세부적으로 보면 중증질환자와 내과계에서 더 낮게 나타났고 소아과계의 경우는 약간 높은 경향을 보였다. 영상의학 검사량과 약제 처방량은 심층진료군이 약간 더 높았다. 진단검사량이 소아과에서, 영상의학검사와 처방H약제량이 심층진료군에서 더 높은 이유는 초기면담이 충분히 이루어지면서 재진 시 시행될 검사와 처방이 줄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또 초진 시에도 충분한 검사와 투약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진료비의 측면에서는 심층진료군에 대조군에 비해 전체적으로 낮았다. 검사 및 투약량의 변화와 같이 내과계와 중증질환군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심층진료군의 총 진료비(22만521원)는 대조군(24만2862원)에 비해 9.20%p 낮았다.
특히 중증질환에 대해 심층 진료를 적용하면 재정 절감의 효과가 일반 질환군에 비해 더 높았다. 중증질환자의 심층진료군 총 진료비는 34만1733원, 대조군은 43만9166원으로 심층진료군이 22.17%p 낮았다.
상급종합병원에서 지역의원으로 회송하는 비율도 심층진료군에서 높았는데, 이는 심층진료를 통해 동네의원에 대한 신뢰감이 향상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지난 1월 1012명 대상으로 진행된 대국민 인식조사에서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종료 후 동네의원에서 진료해도 된다고 할 경우, 동네의원으로 간다는 비율이 87.8%로 매우 높았다.
이번 연구 결과 회송률은 심층진찰군과 대조군에서 각각 44.4%와 39.1%였다. 특히 진료회송서 및 소견서를 발급해 회송하는 적극적 회송의 경우에는 심층진찰군이 19.5%로 일반환자 4.2% 대비 훨씬 높았다. 심층진료가 도입되면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 외 불필요한 진단을 최소화하고, 대학병원 쏠림 현상 또한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은 “대형병원 선호 현상에 대해 국민들은 1차 의원의 신뢰도가 부족한 것이 이유라고 하고 있다”며 “이러한 내용들을 반영해 심층진료제도와 의뢰·회송 시범사업을 연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참여의사도 심층진료군에서 환자와 신뢰감 및 일체감을 더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10점 기준 환자와의 라포트 부문에서 심층진료군의 만족도는 9.18점이었다. 라포트는 시술자에 대한 피시술자에 대한 신뢰감, 일체감 등을 의미한다. 직업전문성실현과 관련해서는 8.91점, 의료 질은 8.82점, 환자의 질병이해도 8.82점, 의사결정과정의 공유 8.73점, 보상수준 4.45점로 조사됐다.
병원은 “이번 연구를 통해 심층진료가 환자와 의사의 만족도를 제고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검사량과 진료비의 감소 및 증가 등의 변동이 있으나 의료의 질 측면에서 적정진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서 “그러나 이번 연구는 연구대상이 서울대병원으로 제한된 점, 일부 진료과를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는 한계가 있다. 엄밀한 정책평가를 위해서는 추후 대상기관 및 진료과를 확대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건복지부는 이런 기대효과를 국가적 차원에서 확인하고 사업을 고도화하기 위해 올해 중으로 심층진찰료 시범사업 실시기관 수를 25개로 확대하고 2단계 연구용역을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2차 연구 내용은 ▲사업모형 고도화 ▲진료과목별 행위정의 개발 ▲성과지표 구조화 및 검증 ▲수가산정 모형 및 적정수가 수준 개발 ▲환자·의사 커뮤니케이션 향상 방안 등이다. 또 사업의 효과성을 높이기 위해 진료의뢰·회송 시범사업과 연계해 의료전달체계 정상화 방안을 적극적으로 모색할 계획이다.
이 사업을 주관하는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권용진 단장은 “심층진료 사업을 통해 서울대학교병원은 국가중앙병원으로 환자중심의 적정 진료를 실현하고, 환자와 의사 모두의 만족도를 높이는 대안 마련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고 밝히면서 “심층진료 사업은 상급종합병원이 중증 및 희귀질환자를 대상으로 고도화된 진료에 집중하고 경증환자를 지역사회로 적극적으로 회송함으로써 의료체계 정상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현재 서울대병원 기준 심층진찰료는 9만3980원이다. 건강보험가입자의 경우 본인부담율 25%가 적용돼 2만3495원만 내면 된다. 일반 환자 진찰료는 본인부담율 100%가 적용돼 1만8800원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