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가정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가족, 연인 또는 친구와 함께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이 많다. 올해 해외여행객만 30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해외에서 유행하고 있는 감염병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짧은 연휴에 가기 좋은 중국, 동남아 등 가까운 나라에서 걸릴 수 있는 감염병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를 만나 해외여행 시 주의해야 할 사항을 들어봤다.
김우주 교수에 따르면 가장 흔하게 걸릴 수 있는 감염병은 식품을 매개로 한 감염병이다. 현재 라오스, 베트남, 필리핀, 인도 등 동남아시아 여행객을 중심으로 세균성이질 및 장티푸스의 발생 건수가 급증하고 있으며, 발생 증가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우주 교수는 “동남아 지역에서 길거리 음식을 먹고 식중독 등으로 인해 복통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생수병을 재사용하는 곳도 있어 식품 안전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면서 “특히 20~30대 젊은 층의 경우 식품을 매개로 한 감염병 중 A형 간염 감염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A형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생기는 급성 염증성 간 질환으로, 감염된 환자의 분변을 통해 배출된 바이러스에 접촉하거나 이에 오염된 물과 음식을 통해 전파된다. 질병관리본부 통계에 따르면 연간 A형 간염 환자 중 4~6월 환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6년에는 34.9%, 2017년에는 33.3%에 달한다. A형 간염이 심해지면 간 이식을 받아야 하고 심하면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 김 교수는 “A형 간염은 백신 접종으로 예방이 가능하다”면서 “더불어 인도나 동남아시아 여행 시 음식은 완전히 익혀먹고, 마시는 물도 주의해야 한다. 비누 또는 세정제 등을 사용해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는 등 위생 관리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도 주의해야 한다. 현재 동남아시아, 중남미 지역을 중심으로 말라리아는 물론 뎅기열, 지카바이러스감염증 환자발생이 지속되고 있다. 김 교수에 따르면 말라리아는 농촌 지역에서, 뎅기열은 도시에서 주로 발생한다,
그는 “말라리아가 유행하는 지역 중에는 약제 내성균이 있는 곳이 있다. 이 경우 치료제가 듣지 않기 때문에 최소 2주에서 4주 전부터 예방약을 복용해야 한다”면서 “뎅기열은 백신이 없어 긴팔을 입거나 모기 기피제 등을 사용하는 등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 “지카바이러스 또한 임산부는 태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고, 남성은 성관계를 통해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 있다. 모기가 많은 동남아 농촌 지역에는 되도록 방문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태국 등에서는 떠돌이 개, 고양이 등을 통한 광견병이 유행하고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김 교수는 “과거 우리나라는 경기 북부나 일부 산간지역에서 오소리, 너구리 등에 물려 광견병에 걸리는 사람들이 있었다. 현재는 야생동물 미끼백신을 살포해 광견병 위험이 줄었다”며 “그러나 외국에서는 광견병에 걸린 개, 고양이 등 동물들이 길거리에 돌아다닌다. 길거리에 있는 동물들을 만지거나 해서는 절대 안 된다. 국내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 희귀의약품센터 등에서 백신을 구입할 수 있고, 현지에서는 쉽게 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가까운 나라 중국에서는 조류인플루엔자(AI)가 유행 중이다. 최근 중국에서 AI(H7N9) 인체감염증 발생이 대폭 감소했지만 AI(H7N4) 등 다양한 아형의 AI 인체감염증이 산발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김 교수는 “주로 생가금시장에서 구매한 조류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닭이나 오리의 대변, 털 등이 호흡기를 통해 체내에 들어와 바이러스가 감염 될 수 있다. 확률은 낮지만 걸리게 되면 치사율이 40% 가까이 되기 때문에 주의하는 것이 좋다. 특히 생가금시장 방문은 자제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김우주 교수는 성매개 감염병 또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성 접촉을 통해 걸릴 수 있는 감염병에는 매독, 임질, 에이즈, B형·C형 간염 등이 있다.
그는 “공론화가 되지 않았지만 실제로 동남아 등 해외에서 성매개 감염병에 걸려 온 사람이 많다. 각종 국가의 많은 관광객이 모여 있는 곳이기 때문에 감염병 위험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면서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성 행위 시 콘돔을 사용해야 한다는 등의 교육이 시행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교수는 “해외 감염병 등을 예방할 수 있도록 병원에서는 여행자들을 위한 클리닉을 운영하고 있다. 약 처방은 물론 주의사항 등 교육까지 진행한다”면서 “그러나 예방 목적의 행위는 보험 급여에 포함되지 않는다, 그렇다보니 해외여행을 계획하는 사람들도 비용부담으로 인해 클리닉 방문을 꺼려한다”고 말했다.
이어 “1온스의 예방은 1파운드의 치료 가치가 있다는 말이 있다. 예방에 신경을 더 썼으면 2015년 발생했던 메르스와 같은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여행의학 클리닉의 활성화는 국민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적 차원에서 중요한 이슈다. 메르스와 같은 해외 유입 신종감염병 사태는 앞으로도 발생할 것이다. 예방에 필요한 부분도 신경 써야 한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