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의 SM, 박진영의 JYP, ‘양군’ 양현석의 YG… 국내 가요계를 대표하는 3대 기획사의 사명은 각각의 설립자 이름 이니셜에서 비롯됐다. 공식적인 직함은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은 소속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을 총괄해 회사의 방향성을 정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덕분에 강한 영향력을 지녔음은 물론, 상징성도 높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최근 3주간 차례대로 구설에 올랐다. 확연하게 다른 각자의 스타일만큼이나 논란 분야와 해명 방식도 각양각색이었지만, 회사 이미지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서둘러 논란을 해소하려는 움직임만은 같았다. K팝 시장의 ‘대표 총괄 프로듀서 회장님’ 중 위기 탈출 넘버원은 누구였을까.
◆ SM 이수만, ‘100억 유출’ 아닌 정당한 계약
- 위기 : 지난 3월 키이스트를 인수해 거대 기획사로 거듭난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이수만 회장은 논란의 단위부터 달랐다. 1년에 100억 원 이상을 개인회사로 유출했다는 의혹에 휩싸인 것.
아시아경제는 지난달 19일 SM의 2017년 사업보고서를 토대로 “SM의 매출 중 100억 원 이상이 2년 연속 이수만 회장의 개인 회사인 라이크기획으로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수년 전부터 라이크기획에 대한 ‘일감 몰아주기’의혹이 제기됐으나, 오히려 매년 유출 금액이 증가하면서 SM의 실적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고 있다.
라이크기획은 1997년 이수만 회장이 설립한 회사다. 주 업무는 SM 소속 가수 음반과 SM 제작 음반 음악자문 및 프로듀싱이다. 지난해 SM 별도 기준 매출액은 2161억 원으로 이중 108억3270원, 약 5% 비용이 라이크기획으로 흘러들어갔다.
이수만 회장은 2010년 SM 등기이사에서 사임했고 현재 SM 측으로부터 받는 배당금이나 임금이 전무하다. 이수만 회장이 라이크기획을 통해 SM의 프로듀싱 업무를 수행하고 수익을 얻는다고 볼 수도 있는 셈이다.
- 탈출 : SM 측은 관련 논란이 최초 보도된 날 즉각 공식적인 해명을 내놨다. 100억 ‘유출’이 아닌 정당한 ‘지급’으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는 설명이다. 라이크기획과 프로듀싱 계약은 창립 초기부터 지속돼 왔으며, 회사의 글로벌 콘텐츠 경쟁력과 성장에 있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는 것.
특히 SM 측은 2000년 코스닥 상장 전후부터 해당 계약 및 거래 내용에 대해 투명하게 공시해 왔다고 강조했다. 더불어 글로벌 동종 업계의 사례를 면밀히 분석해 적정한 기준으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일감 몰아주기 문제나 기타 법률적인 문제점도 없다고 덧붙였다.
◆ JYP 박진영, ‘구원파’ 논란 잠재운 ‘9월 집회’ 초강수
- 위기 : 폭로와 반박 폭로와 반박이 이어졌다. ‘박진영이 구원파냐, 아니냐’하는 논란은 디스패치가 지난 2일 관련 내용을 보도하며 시작됐다. 디스패치는 “박진영이 지난 3월 21일 서울 역삼동에서 개최된 구원파 집회에 참석해 모임을 이끌었다”고 당시 사진과 함께 보도했다. 디스패치 측은 당시 집회에서 박진영이 설교했던 내용과 구원파 교리 등을 비교해 박진영이 구원파의 일원이라고 주장했다. 집회가 열린 장소 또한 구원파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곳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박진영이 지금까지 대외적으로 종교를 가지고 있지 않다고 말해왔으나, 사실은 구원파 소속이라는 것이 주장의 핵심이었다. 보도 말미에는 구원파와 세월호 사고의 연관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구원파는 세월호 참사 당시 도마 위에 올랐던 종교이기에 논란은 크고 빠르게 번졌다. 보도 직후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어 상위권에는 ‘박진영’ ‘구원파’ 등 관련 단어가 자리했다. 일부 누리꾼은 ‘박진영이 구원파냐, 아니냐’부터 ‘개인의 종교가 폭로될 문제인지’까지 다양한 주제로 갑론을박했다. JYP엔터테인먼트의 주식이 하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 탈출 : 박진영은 참지 않았다. 보도가 나온 당일 자신의 SNS에 직접 입장을 밝히고 “자신은 구원파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간증문 공개, 취재진 집회 초대 등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적극적인 카드도 꺼내 들었다. 무분별한 보도에 대한 불쾌감을 드러내며 법적 대응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진영은 “100명이 제 강의를 듣기 위해 모였고 그 중에 속칭 ‘구원파’ 몇 분이 제 강의를 들어보고 싶다고 와서 앉아있었을 뿐”이라며 “제 개인적으로나 혹은 JYP엔터테인먼트 회사 차원에서 속칭 ‘구원파’ 모임의 사업들과 어떠한 관계도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더불어 집회에서 자신이 간증했던 내용을 문서로 첨부해 누구나 읽어볼 수 있도록 공개했다. 자신은 성경을 공부해 해석하고 믿음을 찾을 뿐, 집회 내용에 어떠한 도덕적·법적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다음날 디스패치가 보다 자세한 내용의 후속 기사를 올리자, 박진영도 다시 한 번 직접 목소리를 냈다. 그는 SNS를 통해 “이번에 한 집회와 일주일에 두 번하는 성경공부 모임은 ‘구원파’와 아무런 상관이 없고, 아내 또한 구원파에서 어떠한 직책도 맡고 있지 않다”고 재차 해명한 뒤 “오는 9월에 같은 내용의 집회를 열어 취재진에게도 공개하겠다”는 강수를 뒀다.
◆ YG 양현석, ‘믹스나인’ 데뷔 불발에 이례적인 사과문 발표
- 위기 : 빈 수레가 요란했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YG)의 양현석 회장이 야심차게 기획한 JTBC ‘믹스나인’은 매우 초라하고 공허하게 마무리됐다. 사실 마무리라는 표현도 적절하지 않다. 최종 선발된 멤버들에게 데뷔를 시켜주겠다고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꿈을 위해 청춘을 걸고 오디션에 임한 참여진은 물론 그 꿈과 청춘을 응원했던 시청자와의 약속을 저버린 셈이다.
YG에서 Mnet 출신 한동철 PD를 영입해 제작하고 JTBC에서 방영한 ‘믹스나인’은 중소기획사 아이돌에게 데뷔 기회를 준다는 취지로 기획됐다. 양현석 대표가 직접 70여개의 기획사를 돌며 출연자를 선발했다. 이 과정에서 잡음도 컸다. 양현석 대표는 심사평이라는 명목 아래 참여자들에게 ‘막말’을 쏟아냈다. 화제성은 오디션 참여자가 아닌 양현석 대표에게 몰렸다. 최고 시청률이 1.9%(닐슨코리아 기준)였을 정도로 흥행에서도 참패했다.
가장 큰 문제는 프로그램이 끝나고 시작됐다. YG 측이 당초 계약과 다른 조건을 제시해 결국 최종 선발 멤버들의 데뷔가 무산된 것. 양현석 대표가 전면에 나섰던 만큼, 그에게 질타를 보내는 목소리도 컸다.
- 탈출 : YG 측은 이번 일에 대해 매우 이례적으로 공식 사과문을 냈다. 회사나 소속 아티스트 논란에 대해 입을 다물고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하지 않는 YG로서는 매우 드문 경우다. YG 측은 “양현석 프로듀서는 프로그램의 성공여부와 관계없이 최종 9명으로 구성된 그룹을 성공시키고자 새로운 계획을 수립했으나 모든 기획사 측의 동의를 얻어내는데 실패했다”며 최종 선발 멤버들의 데뷔 무산을 알렸다. 더불어 “결론적으로 YG는 어떠한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약속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고 고개를 숙였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쿠키뉴스D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