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째 생존율 10% ‘췌장암’ 치료 발전 어디까지 왔을까

20년째 생존율 10% ‘췌장암’ 치료 발전 어디까지 왔을까

1cm 이하 작은 췌장암 발견하면 5년 생존율 80%로 증가

기사승인 2018-05-16 00:11:00

암은 여전히 우리나라 사망원인 1위이지만 최근 의료기술 발달과 항암제 개발로 암 완치율과 생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암=사망’이라는 공식이 점점 깨지고 있는 가운데 20년이 지나도록 5년 생존율이 10%대로 낮은 암이 있다. ‘췌장암’이다. 췌장은 ‘이자’라고도 불리는데, 위의 뒤쪽에 있으며 소화 효소와 호르몬을 분비하는 장기이다. 90% 이상의 췌장암은 이자액을 분비하는 외분비 세포에서 발생하는 선암이다.

◇매년 3000여명 발생…‘흡연’하면 발병 위험 5배 증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에 따르면 췌장암은 8번째로 자주 생기는 암으로서 매년 3000여명이 진단받는다. 그러나 5년 생존율을 1990년대 9.4%에서 2014년 10.1%로 큰 변화가 없다. 미국에서는 2030년에 췌장암이 암 사망환자 2위를 차지할 것이라 보고하고 있다.

이인석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에 따르면 가장 대표적인 췌장암 발병 인자는 ‘흡연’이다. 니코틴 등 담배에 있는 화학적 물질이 유전자 변이를 일으켜 발병 위험을 2~5배 높인다는 것이다.

 

이인석 교수는 “과한 육류나 탄수화물 섭취, 과다 열량, 비만 등도 췌장암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특히 최근 국내 췌장암 환자가 증가하고 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우리나라 식생활 등 생활양식이 서구화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이외에도 만성췌장염, 유전적 요인, 고령 및 음주 등이 관련이 있다”며 “또 살충제, 베타나프틸아민, 벤조디아제핀 등의 화학물질도 위험 인자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당뇨는 췌장암 발병과 관련이 높다. 55세 이상에서 가족력 없이 갑자기 당뇨가 발생한다면 췌장암을 의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1cm 작은 크기 암, 생존율 80%…첨단검사법으로 조기 발견해야
 
췌장암의 근본적인 치료는 수술적 절제와 약물·방사선 치료이다. 그러나 현재까지 진단 시 수술절제가 가능한 췌장암은 약 20% 이내로 알려져 있다. 환자 대부분은 진단 당시 이미 간, 복막 및 주변 장기로 전이가 되어 있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상태에서 발견되기 때문이다. 췌장은 신체 구조상 몸속 깊은 곳에 숨어 있어 복부초음파나 복부 CT로도 발견이 쉽지 않고, 증상도 좀처럼 나타나지 않는다. 황달이나 복통 등 증상이 있을 때는 이미 암이 진행됐을 때다.

종양 크기가 2cm 이내인 1기 암이라도 5년 생존율은 30%로 낮다. 이는 암 전이가 빠르고 재발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인석 교수는 “췌장은 해부학적으로 복강대동맥 및 간문맥 등과 인접해 있으며, 인근에 혈관도 많아 종양 발생과 동시에 빠르게 전이가 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면서 “진단과 동시에 전이가 흔하고, 항암제 효과도 낮아 그동안 췌장암의 치료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수술로 암을 제거해도 미세 전이가 발생한다. 수술 후 2년 동안 암이 재발하지 않으면 예후를 좋게 보는데, 1기 기준 70%는 재발이 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최근 보고에 따르면 1cm 이하의 작은 췌장암은 수술 후 5년 생존율이 80% 이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교수는 “췌장암 치료 예후를 높이려면 결국 1cm 이내의 작은 암을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가족력이 있거나 췌장암의 전구병변으로 알려진 만성췌장염, 췌장낭종성질환, 췌관 협착 등이 관촬되면 정밀검사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당부했다.
그는 “췌장암은 발병 자체가 사망을 의미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지만 조기에 암을 진단하는 방법이 대중화되어 있지 않다”면서 “게다가 일반적으로 국가에서 시행하는 종합겁진 프로그램에서는 조기 췌장암을 찾아내는 것이 어렵다. 현재로서 가장 효과적인 암 진단법은 MRI나 내시경초음파와 같은 첨단검사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러나 보험급여가 되고 있지 않고, 일부 병원에서만 가능하다. 위암은 10만원으로 조기에 암을 진단할 수 있지만 췌장암은 100만원을 내야 하는데, 경제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움을 전하며 “다른 암에 비해 환자 수가 적긴 하지만 적어도 췌장암이 의심되는 환자에서는 시행될 수 있도록 진료여건이 구성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수술법, 치료제 개발로 치료 성공률 향상 기대

이 교수는 환자들이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췌장암은 ‘걸리면 죽는다’는 인식이 강하다. 많은 환자와 가족들이 췌장암에 대한 공포와 절망으로 치료를 아예 포기한다”며 “수술이든 항암치료든 치료를 받으면 암으로 인한 증상이 줄어들어 삶의 질이 향상된다. 또 생존 기간이 연장되고 완치의 기회도 생긴다.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본인은 물론 가족이나 다른 환자들에게도 큰 용기가 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최근 수술법과 약물 등이 개발되고 있어 치료 성공률이 높아질 것이라며 밝은 전망을 언급했다. 그에 따르면 췌장암의 수술적 치료는 복강경이나 로봇을 이용한 미세침습수술 도입으로 과거 개복수술에 비해 수술 후 합병증이 줄고 있다. 회복도 빨라 일상생활로의 복귀도 용이해지고 있다.

이 교수는 “췌장암에 대한 표적치료제 및 면역치료제도 개발되고 있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에 있다”며 “현재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췌장암을 환자별 유전자 맞춤치료로 접근하고 있다. 향후 몇 년 내 구체화될 가능성이 있어 학계에서는 이를 통한 치료성공률의 향상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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