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의 섬 ‘제주도’에 방문하는 관광객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크루즈관광 산업의 활성화로 대규모 외국인 관광객이 유입되면서 해외감염병에 대비하는 ‘검역소’ 역할의 중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게다가 대부분의 크루즈 관광객은 중국 등 검역이 필요한 국가에서 오는 경우가 많고, 올해 6월에는 강정항(제주민군복합형 관광미항·제주해군기지)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이 정식으로 개항될 예정이어서 이를 대비하기 위한 체계 구축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에 기자는 지난 17일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 검역소를 방문해 국립제주검역소가 해외감염병 유입을 막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알아봤다.
◇기존 선박과 달리 다수 국가 이동한 대규모 관광객 유입, 빠르고 철저한 검역 필요해
서귀포항 서쪽 8km 지점, 제주시 남쪽 50km 지점에 위치해 있는 이 터미널에는 오직 크루즈만 들어올 수 있다. 화물선이나 여객선 등 다른 선박은 들어올 수 없기 때문에 ‘크루즈’ 특성에 맞는 검역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화물선의 경우 이동 국가가 복수 또는 다수이지만 탑승자가 ‘선원’에 한정돼 있고, 인원도 100명 이하다. 여객선은 관광, 사업을 목적으로 이동하는 사람 수백명, 많게는 1000명 정도가 유입되지만 출도착항 왕복 운항으로 보통 이동 국가 수는 2개다. 크루즈는 장거리 단체 관광객 수백명, 수천명이 이용하며, 모항에서 출발해 다수 기항지를 이동하는 등 이동 국가 수가 많다. 또 크루즈는 관광을 위한 체류시간이 8~10시간 정도로 짧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빠른 시간 내 하선해 신속하고 철저하게 입국수속을 마치는 것이 중요하다.
‘서귀포 크루즈 터미널’은 크루즈 접안 총 부두길이가 1110m로 12만톤급 크루즈 2척이 동시접안이 가능하다. 1일 최대 4척이 접안가능하며, 탑승객은 최대 7000명 수준이다. 이선규 국립제주검역소장은 “1000명에서 7000명이 배에서 내리는 데만 약 2~4시간 정도 걸린다. 그러나 제주로 입항하는 크루즈의 약 95%가 중국이고, 중국은 조류인플루엔자 오염지역이기 때문에 대규모 입국에 대비한 검역 대응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개인별 건강상태 질문서 제출 생략…검역대 ‘발열감시’ 강화로 대비
크루즈는 검역감염병 유증상자가 없는 경우, 배 안에 있는 의사(선의, 船醫)로부터 건강확인서만 받고 개인별 건강상태질문서는 생략한다. 이 소장은 “크루즈 관광객은 대체로 단체로 이동하기 때문에 나중에 역학조사를 하더라도 동선파악이 쉽다. 또 크루즈는 화물선 등 다른 배와 달리 시설이 깨끗하고 의료시설, 소독시설 등이 있어 위생상태가 좋다”면서 “그러나 항공과 달리 개인별 건강상태 질문서를 받지 않기 때문에 대신 검역대 발열감시를 강화해 해외감염병 유입을 대비하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이를 위해 내년 ‘중앙 집중식 열감지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방침이다. 중앙 집중실 열감지 시스템은 현재 대구공항에서 시범사업 중인 시스템으로, 검역대 1대 당 열화상카메라 1대만 있어 다수가 통과하거나 입국자가 빠르게 통과하면서 발염감지 신뢰도가 떨어지는 현재 시스템을 보완하기 위해 마련됐다. 검역대로 이동하는 통로에 5m 간격으로 카메라 10대를 설치하는 것으로, 입국자가 지나가는 동안 여러 차례 열을 감지할 수 있다. 열이 감이되면 격리시켜 개별측정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이 소장은 “크루즈에서 하선해 검역대까지 걸어오는 길이 2.9km 정도다. 차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에 무빙워크를 설치했지만 그래도 30, 40분 정도 소요된다”며 “검역대로 걸어올 때 무빙워크에 중앙 집중식 열감지 시스템을 설치할 것이다. 이 시스템은 새로운 운송수단을 위한 새로운 검역대응 체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선내 보건위생 등 검토위해 검역관 2명 승선…오전에 입항하는 경우 많아
검역 절차는 이렇다. 먼저 검역관들은 도착 24시간 전 입항통보를 확인하고 도착 전 선내 유증상자 유무를 확인한다. 검역관 4명이 크루즈 접안 전 현장에 도착해 2명은 검역대 발열감시를 준비하고, 나머지 2명은 ‘황색깃발’을 확인한 후 승선한다. 황색깃발은 검역이 필요한 배에 세워져 있다.
감염병 오염 지역에서 온 크루즈에 승선하면 검역관들은 선박 보건상태 신고서, 승무원·승객 명부, 건강확인서, 항해일지, 선박위생관리증명서 등을 검토하고 감염병 매개체 유무 등을 확인한다. 필요시 화장실이나 주방 등에서 검체를 체취하기도 한다. 입항 전 유증상자 발생 신고가 접수되거나 검역 단계에서 발견이 되면 검역관은 보호구를 착용하고 유증상자에게 마스크를 착용시켜 격리실로 이동한다. 보호구는 A부터 D단계로 나누어져 있으며 A~C는 생물테러발생 시 사용돼 일반적으로는 D단계 보호구를 착용한다.
이상이 없으면 검역증을 발급해 하선을 허가한다. 현재 마련돼 있는 검역대는 4대이며, 검역대마다 검역관 1명이 배치된다. 체온이 37.5도 이상이거나 오염지역 체류·경유자, 유증상자 자진신고자는 격리실로 이동시킨다.
격리실로 이동하면 검역관 또는 공중보건의가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질병관리본부 긴급상황실에 의심환자 분류를 요청한다. 조류인플루엔자 기준 약 30분에서 1시간 정도 소요된다.
단순 감기로 인한 발열 등이 아닌 감염병 의심환자로 분류가 되면 유관기관에 상황을 알리고, 호흡기검체를 체취해 제주 보건환경연구원에 검사를 의뢰한다. 양성이 확진되면 긴급상황실에 격리병실 배정을 요청하고 유관기관에 보고를 한다. 의심환자일 경우 접촉자 파악을 위해 선실배치도, 승객·승무원 명단 등을 확보하고 선박이동금지 및 소독명령을 내린다. 확진 판정 시 보건소에 구급차 협조를, 출입국이나 세관에 입국수속 협조 요청을, 해운조합에는 구급차 출입관련 협조를 요청한다.
이후 격리병원인 제주대병원에 의심환자 관련 자료를 전송하고 환자를 이송한다. 밀접접촉자들은 자가격리 조치를 실시한다.
이선규 소장은 “크루즈 관광객의 경우 가족 단위의 단체가 많아 밀접접촉자도 가족이 많다. 크루즈 안에 숙박시설이 있기 때문에 자가격리는 크루즈 안에서 이뤄진다”며 “따라서 검역소 내에 있는 격리실에서는 역학조사가 필요한 의심환자가 머문다”고 설명했다. 또 “최근 격리실이 확대됐지만 음압격리실은 아니다. 인근에 제주대병원이 있어 시설을 함께 이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올해 입항이 예정돼 있는 크루즈만 783척이다. 예약을 취소하는 경우가 많아 예약건수는 줄어들 수 있지만 그래도 2016년 제주항을 통해 들어온 크루즈 관광객이 120만명이었다”며 “게다가 보통 크루즈는 아침에 들어오는 경우가 많아 검역관들은 입항 통보가 오면 오전 6시, 7시에 나가서 준비를 해야 한다. 안타까운 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기존 검역소 인원은 소장과 검역관, 연구관 등 20명이었다. 올해 역학조사관 1명이 추가 채용될 예정이어서 인력난이 조금은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애로사항은 있다”면서 “검역 현장에서 열심히 노력하는 검역관들의 고충을 조금만 알아주신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