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 소독치료의 정식 진료코드는 질강처치(R4106)이다. 질염 치료기간 중 1회만 급여가 인정되며, 그 외의 행위는 진찰료에 포함된다. 이는 즉 별도로 비급여 청구를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일부 산부인과의원에서는 ‘질스케일링’ 등의 비급여 항목을 임의로 만드는 ‘꼼수’를 부려 비급여 진료비를 받고 있다.
실제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진료비 확인 요청 사례를 보면 민원인 A씨는 급성 질염으로 산부인과에서 3회 스케일링(소독)을 받을 때마다 비급여 진료비를 냈다. 심사평가원은 ‘스케일링’이 신의료기술평가위원회의 평가를 받지 않은 신의료 미신청 행위라며 환불 판정을 내렸다. 의료기술평가제도는 의료행위의 무분별한 비급여 도입을 제한하고 효과가 검증된 의료행위만을 허용해주기 위한 제도로, 허용받지 않은 임의 비급여는 불법이다.
질염 치료를 위해 동네 산부인과에서 소독과 약물치료를 받았던 최모(26)씨는 “3일에 한 번씩 진료를 받을 때마다 항상 같은 항목의 비급여 진료비가 발생했다. 하나는 ‘일회용 질경’이었고 하나는 ‘질스케일링’이었다. 비급여 진료비는 만원 안팎이었다”면서 “질 소독이 질염 치료에 포함된 것인 줄 알았는데 비급여로 되어 있어서 놀랐다”고 말했다.
산부인과 의사들은 “불법인 것을 알면서도 시행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봐달라”는 입장이다.
국립병원에 있는 한 산부인과 전문의는 “질 소독은 곰팡이균에 한해 한 달에 한 번 보험이 적용된다. 나머지는 별도 수가가 아예 없기 때문에 환자에게 별도로 청구할 수 없다”면서 “그러나 소독은 질염 치료에 필요한 행위다. 정부, 환자에게 진료비 청구는 할 수 없지만 의사는 시행할 수밖에 없어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한 대학병원의 산부인과 교수는 “반대로 수가가 산정되지 않기 때문에 소독을 하지 않고 약물만 처방해도 환자는 뭐라 할 수 없다”며 “그러나 의사들은 치료를 위해 손해를 감수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질환의 진단과 치료가 그렇듯 보험급여가 모든 부분을 급여화할 수는 없다. 그래서 보험급여는 보다 합리적이고 의학적 근거를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면서 “그런데 질강처치를 한 달에 한 번 시행해야 한다는 기준은 어디에도 없다. 게다가 질염은 재발이 잦기 때문에 처치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소견이 있다면 급여를 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회용 질경(자궁경부확장기)에 대한 비급여 청구 또한 불법이다. 질경은 부인과 진료에 필수적인 치료재료로, 일회용 질경이든 다회용 질경이든 ‘질경’ 사용 자체가 행위료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위생이나 의료기구로 인한 감염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환자와 의료진은 ‘일회용 질경’ 사용을 선호할 수밖에 없다. 한 산부인과 의사는 “아무리 멸균, 소독을 한다고 해도 질경을 재사용하는 것보다 일회용 질경을 사용하는 것이 위생적이다. 의료기구감염 위험도 줄여 준다”며 “하지만 별도 비용 없이 모든 환자에게 일회용을 사용하기에는 의료기관 입장에서 부담스럽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안에 질경에 대한 수가를 검토해 고시하겠다고 밝혔다. 심사평가원 치료재료등재부 관계자는 “환자 안전, 감염 등으로 인해 일회용 질경 사용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다. 현재 질경은 검토 2단계 항목으로, 2단계에 해당하는 항목은 올해 안에 급여가 결정된다. 질경 또한 별도 산정을 위한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면 올해 안에 고시가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