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전 A(42‧여)씨는 건강에 이상이 있음을 느꼈다.
병원에 가봤지만 뚜렷한 병명을 알 수 없었던 A씨는 우연한 기회에 무속인 B(47‧여)씨를 알게 됐다.
이때부터 이들의 악연은 시작됐다.
둘의 만남이 지속될수록 A씨는 점점 B씨를 의지했고, B씨 역시 A씨를 ‘신도’라고 표현하며 각별한 관계로 발전해갔다.
이런 B씨는 “굿을 하지 않으면 흉사(凶事)가 생긴다”며 섬뜩한 점괘로 A씨를 흔들었다.
B씨에게서 이 같은 이야기를 듣자 깜짝 놀란 A씨는 굿을 받기로 마음먹었다.
굿을 한 번 하는데 드는 비용만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5000만원가량이 들었다.
이때만 해도 A씨가 금융업에 종사하던 때여서 굿값을 마련할 수가 있었다.
이후 B씨는 여러 매스컴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반면 영험한 효험을 기대하며 10년 동안 굿을 받은 A씨는 형편이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나빠졌다.
거액의 굿값을 대느라 자신이 일하면서 모은 돈뿐만 아니라 가족과 주변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까지 B씨에게 굿값을 줬다.
이러는 사이 A씨는 남편과 헤어지면서 단란했던 가정도 풍비박산이 났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일용직으로 생활비를 마련했다.
지인의 거듭된 충고와 설득으로 결국 A씨는 B씨와의 오랜 관계를 정리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A씨가 “굿값을 일부 돌려 달라”고 했지만 B씨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해 5월께 사기 혐의로 고소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실제 굿을 했지만 통상의 수준을 훨씬 넘어선 굿값을 받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에 따르면 무속인협회가 제시한 1회당 굿값은 300~500만원대였다.
이 사건을 조사한 경찰은 B씨가 A씨를 속일 의도가 있었다고 결론 내리고 B씨를 입건했다.
경남 양산경찰서는 80여 차례의 굿을 하고 A씨 등 2명에게서 13억의 굿값을 받아 챙긴 혐의(사기)로 B씨를 구속했다고 22일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의 관계는 마치 사이비교주와 신도 같은 관계로, B씨는 무속인협회가 언급한 수준의 10배에 달하는 굿값을 받은 점으로 비춰 기망의 의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면서 “B씨가 범행을 부인하는 데다 도주 우려가 있어 구속영장이 발부됐다”고 설명했다.
양산=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