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관리하기 위해 정한 희귀질환이 이달 중으로 공개된다. 지정된 희귀질환은 희귀질환 등록통계사업 대상으로 분류돼 국가 차원의 질환 현황 파악 및 질환별 진단·치료·연구 등이 지원된다.
질병관리본부 국립보건연구원은 23일 ‘제2회 희귀질환 극복의 날’을 맞아 사단법인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와 함께 양재동 엘타워에서 ‘희귀질환 극복의 날 기념 학술 심포지엄’을 개최하고 ‘제1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희귀질환 극복의 날은 매년 5월 23일로, 2016년 12월 30일 시행한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지정된 법정기념일이다. 희귀질환에 대한 국민의 이해를 높이고, 예방·치료 및 관리의욕을 고취시키고자 지정됐다.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은 희귀질환 진단 및 치료를 위한 의료 인프라를 구축하고 의료기술과 치료제 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다. 1차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희귀질환 진단·치료·관리를 위해 기존에 확보된 데이터를 정비하고 신규 플랫폼을 확립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그 일환으로 정부는 가장 먼저 희귀질환 등록통계사업을 실시, 질환 실태조사를 통해 근거를 창출한다는 방침이다.
안윤진 국립보건연구원 희귀질환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약 5000~8000개 희귀질환이 보고되고 있다. 현재 희귀질환은 발생률, 유병자 수, 의료비 부담 등의 역학정보가 부족해 희귀질환관리 정책 수립, 연구 등 근거마련에 어려움이 있었다”며 “희귀질환 등록을 통해 적절한 진단과 치료 고도화가 가능해지고, 질병에 대한 정보 축적으로 치료법 개발 등의 연구와 연계가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나라마다 희귀질환을 정의하는 기준은 차이가 있다. 우리나라는 ‘유병인구가 2만명 이하이거나 진단이 어려워 유병인구를 알 수 없는 질환’을 희귀질환으로 정의하며, ‘희귀질환관리법’에 따라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맞아야 한다. 이전에는 법적 혹은 국가적으로 지정된 희귀질환이 없어 질환의 예방, 진단 및 치료 등을 지원하는데 한계가 있었다.
안윤진 과장은 “지금까지 정부의 의료비 지원사업들은 의료적 필요에 의한 비용지원이 필요한 질환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그래서 대상목록에는 희귀질환과 난치질환이 혼재돼 있었다”면서 “이에 따라 희귀질환에 해당하는 질환들을 구분하는 검토 작업을 진행했다. 총 2930여개 질환이 검토됐다”고 설명했다.
안 과장에 따르면 이 중 유병인구가 2만명 이상이거나 감염성, 외인성, 이차성(선행요인이 있는 경우), 타 법 혹은 제도에 의해 관리되고 있는 질환군에 해당되는 질환은 희귀질환 목록에서 제외됐다. 또 기존에 시행되던 산정특례 또는 희귀질환자 의료비지원사업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던 질환들을 파악하기 위해 일반인과 의료전문가 등을 대상으로 수요조사를 실시, 요청된 280개 질환에 대해서도 검토 작업이 수행됐다.
안 과장은 “유병률이 너무 많거나 원인이 해결되면 치료가 가능한 질환, 큰 질환 안에 속해 있는 질환은 희귀질환으로 보지 않고 제외시켰다”며 “검토 기준은 기존 지원 대상질환 검토기준과 같다. 전문위원회의 검토의견을 받아 최종적으로 희귀질환관리위원회에서 심의해 희귀질환 지정여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지정된 희귀질환은 희귀질환 등록통계사업의 대상이 된다. 이를 통해 질환의 현황을 파악하고, 각 질환별로 진단·치료·연구 등 필요한 지원방안을 설계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또 희귀질환으로 지정된 질환 중 현재 산정특례가 적용되지 않은 질환에 대해서는 산정특례 대상질환으로 검토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자리에서는 ‘희귀질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개발된 프로그램 운영 방안도 제시됐다. 이 프로그램은 종합계획의 일환으로, 희귀질환 진단·치료·관리기반을 구축하기 위해 개발됐다. ▲희귀질환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오프라인 교육 콘텐츠 개발 ▲온라인 교육 콘텐츠 개발 ▲희귀질환 연구, 진단, 치료 및 관리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개발 ▲시범교육 실시를 통한 교육 프로그램 수정 및 보완 ▲개발된 교육 프로그램의 운영 계획 수립 ▲개발된 교육 콘텐츠 보급 계획 수립 등을 목표로 추진된다.
프로그램에는 희귀질환 총론 및 개요, 관련 의료 및 연구윤리, 관련 법령 및 정책, 환자 등록 및 지원사업 현황 등 ‘희귀질환 총론’과 사례, 임상전문의 교육 등의 내용이 담겨져 있으며, 2017년 6월부터 올해 1월까지 서울대병원, 대한의학유전학회, 칠곡 경북대병원, 부산백병원, 전남대병원에서 시범교육이 이뤄졌다.
이진숙 가천대 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시범교육 결과, 희귀질환과 관련된 의료 및 연구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희귀질환은 개별 질환의 유병율이 매우 낮고, 소아 환자가 높으며 치료적 측면에서 절대 다수가 중증 난치성 질환이다. 따라서 진료 및 연구 분야에서 매우 다양한 윤리적 이슈가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희귀질환 관련 윤리에 대한 연구, 자료, 전문가가 전무한 실정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정부 지원 하에 충분한 교육시간을 보장하고, 다양한 패널이 참여하는 토론 형태의 프로그램을 개발하면 현재 국내 정책 및 진료 현실에서 부딪히는 다양한 윤리적 이슈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또 전문인력에 필요한 교육이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돼야 한다. 그러나 8000여종에 이르는 희귀질환의 모든 사례를 교육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연구에서도 교육 대상에 따라 교육 내용과 난이도를 일괄적으로 적용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사례 교육은 질환별, 전문분야별, 직종별로 교육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각 학회가 운영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