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취업·사업재개자 한정, 영세 개인사업 체납세액 면제… 성실 납세자 역차별

올 취업·사업재개자 한정, 영세 개인사업 체납세액 면제… 성실 납세자 역차별

“재기 도움 취지 살리려면 시기 제한없이 시행해야”

기사승인 2018-05-28 11:14:44

사업에 실패한 자영업자의 재기를 돕기 위해 도입된 ‘영세개인사업자의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특례 제도’를 두고 대표적인 선심성 보여주기식 정책이란 비판이 제기됐다. 체납자에게 실직적으로 도움이 되기보다는 성실납세자에 대한 역차별적인 요소가 더 크기 때문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12월 조세특례법제한법 개정을 통해 ‘영세개인사업자의 체납액 납부의무 소멸특례 제도’를 도입했다. 제도 운영은 국세청이 담당한다. 

이 특례는 2017년 12월 31일 이전 폐업한 자영업자가 사업자등록을 다시 신청하거나 취업한 경우 징수가 곤란한 소득세와 부가가치세 등 체납액에 대해 1인당 3000만원까지 납부의무를 소멸시켜주는 제도다. 체납액으로 경제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개인사업자의 재기를 지원하다는 취지로, 올해 1월 1일부터 2019년 12월 31일까지 한시적으로 시행된다. 

문제는 폐업한 자영업자의 사업 재개나 취업 시점을 올해(2018년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로 한정한 점이다. 

김선택 한국납세자연맹 회장은 “제도를 악의적으로 이용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사업 실패로 어쩔 수 없이 체납액이 있었던 사람들이다. 따라서 체납세금 면제 제도 자체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면서도 “다만 2018년으로 시기를 제한한 것은 기존 취업자들에 대한 차별적인 부분으로 형평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패를 한사람이 회생을 위해서 경제 활동을 하고 있다면 올해 취업하지 않았더라도 혜택을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금융권과 납세자 사이에서도 이 제도 도입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정작 도움이 필요한 자영업자에게는 혜택이 돌아가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사업실패로 7000만원을 세금을 체납했었던 택시기사A(54세)씨는 “세금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취업이나 재기가 불가능하다. 월급도 150만원 이상은 압류당할 수 있다. 때문에 재기하려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세금을 먼저 갚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체납세금 3000만을 면제해 준다면 나라도 다니는 직장을 관두고 올해 다시 취업하겠다. 잠깐쉬면 수천만이 해결되는데 몇백만원을 벌기 위해 직장을 유지할 이유는 없다”면서 “재산을 빼돌리고 고의적으로 세금을 내지 않고 있는 악성체납자들이 편법 활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경험에 비춰 “체납세금 면제보다는 납부 유예가 재기를 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금융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금융권 관계자는 “세금은 돈을 빌린 게 아니라 기본적으로 소득이 있는 것에 대해 부과한 것이다. 소득 생기면 그때그때 냈어야 하는데, 안낸 세금을 탕감해 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신용회복위원회가 개인회생 대상에 세금 체납액도 포함시키자고 제안을 했지만 국세청이 조세형평성 차원에서 거절한 것을 알고 있다”며 “세금을 장기간 나눠 낼 수 있게 하는 것에는 반대하면서 일부 자영업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세금 탕감에만 집착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이런 비판과 관련 기재부 관계자는 “심하게 이야기 하면 과거 사업에 실패한 후 재기해서 조금이라도 갚아오는 분들은 체납세금 면제 혜택을 못 받는 문제가 있다”면서 “결과적으로 성실 납세자보다는 그동안 세금을 내지 않은 사람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측면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그는 “어떤 날짜를 기준으로 하다 보면 그날 전후로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며 “재기하려는 사람을 도와주려는 측면과 국가의 조세 체권을 포기 내지 탕감을 해줘야 하는 부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요건을 정하다가 보니 발생한 문제인 것 같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김태구 기자 ktae9@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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