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몰카’ 성범죄, 도대체 왜…‘관음장애’와 연관 있다?

계속되는 ‘몰카’ 성범죄, 도대체 왜…‘관음장애’와 연관 있다?

'성도착증' 유형 중 하나…"치료 어렵지만 중대 범죄 막으려면 조기치료 해야"

기사승인 2018-06-05 00:07:00

# 고려대 도서관 여학생 몰카, 여자화장실 몰카 구멍, 홍대 누드모델 몰카, 이화여대 인근 사진관 몰카, 전남대 누드 몰카, 가수 문문 몰카 혐의로 기소, 여자 옷 입고 지하철역에서 몰카, 한국예술종합학교 몰카, 종합식품기업 ‘아워홈’ 여자 화장실 몰카 발견.

최근 한 달 새 발생한 성범죄 사건 중 몰래카메라, 즉 ‘몰카’와 관련된 범죄 사건들이다. 한눈에 보기에도 몰카와 관련한 성범죄가 적지 않다. “나도 피해자가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확산되면서 ‘몰카포비아(phobia)’라는 단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몰카 성범죄, 대체 왜 일어나는 것일까? 어떤 이들은 몰카를 ‘성적 취향’이라고 말하지만, 정신의학적으로는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김장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몰카’를 찍는 이유가 ‘성적 도착증(Paraphilia)’과 관련이 있다고 주장했다.

◇몰카는 성적 취향?…성도착증 중 하나인 ‘관음장애’로 분류, ‘중독’될 수 있어

김장래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몰카’를 찍는 사람들이 ‘관음장애(Voyeuristic disorder)’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장래 전문의에 따르면 관음장애는 옷을 벗고 있거나 성행위에 몰입해 있어 눈치채지 못하는 사람을 ‘관찰’하면서 반복적이고 강렬한 성적 흥분을 느끼고, 이것이 성적 공상, 충동, 활동으로 발현하는 것을 말한다. 노출증, 마찰도착증, 성적피학장애, 성적가학장애, 소아성애장애, 물품음란장애, 복장도착장애와 함께 미국정신의학회에서 정한 ‘정신질환편람’에 등재된 성적 도착증 유형 중 하나다.

다만 이런 증상이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이로 인해 사회적·직업적 기능에 저하가 있어야 관음장애로 진단된다. 게다가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진단할 수 있는 최소 연령 기준을 18세로 정했다. 관음장애로 진단된 사람들은 그들의 특이한 성적 관심을 청소년기에 처음으로 알게 되는데, 사춘기 연령에 적절한 성적 호기심을 관음장애와 구별하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김 전문의는 “이런 행위를 성적 취향으로 보아야하는 경우도 물론 있겠지만, 성도착증의 정의가 정상적인 성적 행동에서 벗어난 자극으로만 성적 흥분을 경험하는 사람들을 가리키고 있다”며 “따라서 보통의 에로틱한 자극에 반응하는지의 여부가 감별 포인트가 된다. 관음에 대한 충동으로 인해 학교, 직장생활, 대인관계에 문제가 있어야 진단할 수 있다. 도착 행동을 가끔 보이고 전형적인 에로틱한 자극에도 반응하는 경우라면 도착증으로 진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그 행위가 거의 정상에 가까운 행동으로 스스로의 불안을 감소시키거나 공격성을 제어하는 등 정신기능에 도움이 되는 경우가 있고, 그 결과가 자기 자신이나 다른 사람, 공동체 전체에 해를 끼치는 파괴적인 경우도 있다”며 “관음증으로 인한 행동이 타인에게 다양한 형태와 정도의 불쾌감을 가했다면 당연히 법적 판단에 의해 범죄가 될 수 있다. 인간 성행동의 가장 중요한 기능은 친밀감을 증진시키고, 파트너와 협력해 서로에게 즐거움을 주고,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을 표현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몰카’를 통해 성적 만족을 느끼는 행위가 중독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의학적으로 ‘중독(addiction)’은 초기에 쾌락이나 만족을 위해 즐기던 것이 이후엔 그것 없이는 불쾌감을 떨칠 수 없어 할 수 없이 지속하게 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따라서 관음 행동을 멈출 수 없는 상태를 중독이 되었다고 보는데 무리는 없을 것 같다는 설명이다. 다만 김장래 전문의는 “몰카 촬영을 자주, 오래해서 중독이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도착적 행동에 대한 취약성이 있는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해당 행동을 의미 있는 기간 동안 지속하다 보면 어느 순간 스스로 멈출 수 없다고 느끼게 된다. 그 상태를 중독이라 볼 수 있겠다”고 말했다.

◇약물, 인지행동치료 등 시행할 수 있지만 치료 어려워…‘동기 유발’ 필요

김 전문의에 따르면 성도착증의 경우 치료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도착적인 것 이외의 방식으로 성적 만족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치료를 하면 재범의 가능성이 감소한다는 보고가 있기는 하지만, 치료 결과의 유효성에 대해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논란이 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관음장애를 가진 사람에게는 ▲외적 조절(수감) ▲약물치료 ▲인지행동치료 ▲역동 지향 정신치료 ▲대인관계 기술 향상 등을 시행할 수 있다. 수감의 경우 치료적 요소를 가지고 있지 않지만 범죄 발생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약물치료는 남성 호르몬 수치를 낮춰 화학적 거세를 하는 방법으로서, 또는 관음장애와 동반된 ‘치료가 필요한 질환 및 증상’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으로서 항정신병약제, 항우울제 등을 사용하는 방법이다.

 

 

인지행동치료는 관음장애 증상의 재발을 예측하고, 이를 대처하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성도착을 유발하는 단서를 알아내서 미리 피할 수 있게 하거나, 마네킹을 대상으로 해당 행위를 녹화해 보게 하면서 인지 왜곡을 교정하고 피해자에 대한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도록 한다. 역동 지향 정신치료는 도착 증상이 발달되도록 유발한 사건과 역동을 이해하게 하고, 충동을 유발하는 일상의 사건에 대해 이해하게 하며 자존감을 회복시키는 데 목적을 둔다. 대인관계 기술의 향상은 이를 통해 성적 만족을 얻는 수용 가능한 방법을 찾게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김 전문의는 “이러한 치료는 관음장애 외 언어적, 신체적 성희롱, 성추행, 성폭행을 한 사람들에게도 시행된다. 법원에서 치료명령을 내리거나 스스로 재발을 막고자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사람들이 대상이다”라며 “종합적인 심리검사를 통해 성격 특성, 충동성, 기분 조절의 정도를 파악하고, 대상자와 함께 대처방안을 찾기 위한 노력을 한다. 정신 질환이 동반된 경우 그에 대한 치료도 병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어렵지만 조기발견, 조기치료만이 중대범죄로 전이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라며 “이를 위해 경찰, 검찰, 법원, 교정보호기관 등 형사사법기관 종사자뿐만 아니라 인접 학문들이 연구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성범죄자의 성적 일탈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가 활발히 이루어져 연구의 토대를 형성해야 하고, 이를 통해 사법 개입을 체계화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주사만으로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많은 성범죄자에게 치료명령을 내는 것이 능사는 아니라는 말이다. 치료를 거부하고 변호사를 선임해 집행유예 판결을 받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문의는 “법적 제재 없이 치료를 유지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에게 치료 유지의 동기를 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개별 대상자에 대해 얼마나 정교하게 치료의 형태를 달리할지 고민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