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9 구급대원이 교통사고를 당한 중증외상환자를 중증외상 기준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지역응급의료기관에 이송했다가 결국 환자가 혼수상태에 빠진 사실이 드러났다. 문제는 소방청이 119 구급대원이 중증외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와 사유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감사원은 5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표하고, 소방청이 중증외상환자 분류 및 이송병원 선정업무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7년 1월부터 9월까지 중증외상 기준에 부합하는 환자 4만1922명을 대상으로 실제 분류 실태를 분석한 결과 중증외상환자가 아닌 것으로 분류한 사례가 77.2%(3만2343건)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 119 구급대원이 중증외상환자로 분류한 건수는 9579건이었다.
현행법상 119 구급대원은 병원 전 단계인 현장에서 외상환자의 중증도를 평가하고 분류한 후, 적정 수준의 의료기관을 선정해 이송하도록 되어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정한 ‘권역외상센터 운영 지침’ 기준상 중증외상에 해당돼도 구급대원의 판단으로 중증이 아닌 것으로 결정할 수 있다. 다만 이때는 예외적 허용기준을 명확히 하고, 그 사유를 사후에 확인해 그 적정성을 판단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운영해야 한다.
그러나 감사 결과, 119 구급대원이 중증외상환자로 분류한 사례 중 약 60%(5714건)는 표준 기준에 부합하지 않았으며, 47.3%는 이송기준에 부합하지 않는데도 적정 이송으로 평가되고 있었다. 권역외상센터 또는 외상전문의 수련센터 선정병원으로 이송된 사례 28.2%(2702건)와 의료지도를 받아 권역 및 지역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된 사례 12.1%(1163건) 기준에 부합했다.
일례로 지난해 8월 16일 오후 7시 안산에 있는 한 119 구급대는 경기도 시흥시에서 오토바이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에 대해 중증외상으로 평가하고도, 구급대원 판단상 중증이 아닌 것으로 결정하고 사고현장 인근에 위치한 지역응급의료기관에 이송했다. 그러나 불과 7시간 만에 환자는 ‘권역외상센터’로 전원돼 양측 신장을 적출하고 다리를 절단하는 등 수술을 받아야 했지만 결국 혼수상태에 빠졌다.
감사원은 “감사 결과 소방청은 허용기준을 구체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있었으며. 중증외상환자가 아닌 것으로 판단한 사유를 기록하도록 하지도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또 이송병원이 적정한지 여부를 평가할 때 119 구급대원이 중증외상환자로 판단한 경우에만 한정하여 평가하고 있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소방청은 중증외상 기준에 해당함에도 119 구급대가 중증외상환자가 아닌 것으로 분류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를 구체화하고, 그 사유를 구급활동일지 등에 작성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