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은 축복이다’라는 말이 있다. 출산까지의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지만 아이를 갖는 기쁨은 어느 것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그러나 여전히 아이를 품에 안지도 못하고 사망하는 산모들이 있다.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임신중독증’으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
임신중독증은 ‘전자간증’ 또는 ‘자간전증’이라고도 하며, 임신 20주 이후 임신성 고혈압 증상과 더불어 소변에서 단백이 검출됐을 때를 말한다. 김의혁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자간전증, 즉 임신성 고혈압과 임신중독증은 엄연히 다르지만 혼용해 사용하고, 실제로 겹치는 부분이 많으므로 두 가지를 아울러 ‘임신성 고혈압’이라고 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임신성 고혈압 증상이 있는 경우를 ‘자간전증’, 임신성 고혈압으로 산모가 기절을 해 정신을 잃는 증상의 경우를 ‘자간증’이라고 하는데, 자간전증은 자간증의 전 단계이다. 자간증이 발생하면 태아와 산모 사망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에 자간전증이 자간증으로 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의혁 교수는 “임신성 고혈압에 걸린 산모의 남편에게 분만 전 산모 사망 가능성에 대해 설명하면 대게 ‘설마 내 아내에게 그런 일이 일어나겠어?’ 하는 표정으로 보곤 한다”며 “물론 임신성 고혈압에 걸린다고 다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합병증이 많고 분만 이외에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는 병이다. 아직까지 병이 생기는 원인을 알 수 없다. 아이를 낳으면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온다”고 말했다.
임신과 관련된 고혈압 질환은 전체 산모의 약 5~10%를 차지한다. 특히 고혈압과 출혈, 감염 등 세 가지는 산부인과의 심각한 3대 질환인데, 산모의 고혈압성 질환은 산모 사망 원인의 약 16%로 임신과 관련된 사망 중 1위를 차지한다. 세계임신중독증 재단에 따르면 임신중독증으로 연간 7만6000명의 산모가, 50만명의 태아가 사망하고 있다.
임신성 고혈압이 위험한 이유는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 많고, 치료법이 분만밖에 없기 때문이다. 약물 처방이 어려운 산모는 고혈압 상태가 지속되면서 뇌혈관 파열, 간 파열, 출혈 시 피를 멎게 하는 혈소판 수치 감소, 신부전증 등이 일어날 수 있다. 분만을 하면 산모의 혈압이 정상으로 돌아오기 때문에 합병증이 발생하면 응급 분만 후 동반된 합병증을 치료하는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대부분 제왕절개 분만이 시행된다. 임신 30주 이상인 상태에서 제왕절개를 하면 태아가 살 확률이 높아지지만, 분만이 늦어질수록 산모가 위험해진다”고 경고했다.
그는 “혈압은 정말 높아지기 전까진 증상이 없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산모의 겉모습만 볼 때 이 사람이 임신성 고혈압에 걸렸는지를 구분하려면 부종으로 인한 체중 증가를 관찰하는 것이 가장 쉬운 방법”이라며, “가끔 산모가 살이 찌는 것과 헷갈려 하는데, 임신성 고혈압에 의한 부종은 살을 누르면 다시 올라오지 않는다. 산모가 주기적으로 혈압과 체중을 체크해야 이유는 이처럼 증상을 발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임신 전부터 고혈압이 있는 산모는 임신성 고혈압이 임신 중에 더 악화될 수 있고, 당뇨 또는 신장질환이 있거나 고령의 산모는 발병 위험성이 증가한다”며 “이런 질환이 있다면 임신을 계획하기 전에 미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