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항암제·면역치료제…암 환자 '당뇨' 발병 위험 높인다

일부 항암제·면역치료제…암 환자 '당뇨' 발병 위험 높인다

기사승인 2018-06-08 10:17:10

# 유방암 환자인 A씨(47세, 여)는 수술 후 추가 항암치료를 받는 과정에서 기존에 없던 당뇨병이 생겼다. 공복 시에도 130㎎/dL이상의 고혈당이 여러 차례 발생했고, 당뇨병의 표지자인 당화혈색소 수치가 7.5%까지 상승해 당뇨병 약제를 복용하기 시작했다. 이후 방사선 치료와 호르몬 치료 기간에도 고혈당이 지속돼 당뇨 약을 계속 복용하고 있다.

# 췌장암 부분 절제술을 받은 B씨(65세, 남)는 수술 3개월 후 정기적인 혈액검사에서 혈당이 200㎎/dL이상이고, 당화혈색소 수치는 9%까지 상승해 당뇨병으로 진단받았다. 이후 B씨는 인슐린 치료를 시작했고, 수술 후 12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유지 중이다.

# 혈뇨로 병원을 찾았던 C씨(70세, 남)는 신장암 진단을 받고, 한쪽 신장을 때어냈다. 이후 암의 전이가 발견돼 표적치료제를 시작했는데, 기존에 없던 고혈당이 발견됐다(당화혈색소 8.6%). 당뇨 약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나, 한 가지 약제로는 조절되지 않아 3가지 약제를 병합한 치료를 받아가며 당뇨병을 조절하고 있다.

암 환자가 당뇨병에 걸릴 위험성이 일반인에 비해 35%나 증가한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특히 항암치료 과정 중 흔하게 사용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일부 항암제가 고혈당을 유발해 당뇨병을 발병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비만, 운동부족, 흡연 등 당뇨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들은 암 발병과도 관련이 있었다.

국립암센터 갑상선암센터 황보율 전문의, 공선영 진단검사의학과장은 삼성서울병원 임상역학연구소 조주희 교수, 강단비 박사와 공동으로 국가 표본 코호트 분석을 통해 이와 같은 사실을 규명했다고 8일 밝혔다. 이 연구는 미국의사협회지(JAMA, Journal of the American Medical Association)의 자매지인 미국의사협회 종양학회지(JAMA Onc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

 

 

국내 암환자는 매년 21만명 이상 새로 발생하는데, 조기 진단 및 치료기술의 발전으로 장기 생존환자 역시 지속 증가하고 있다. 2015년 국가암등록통계 기준 암으로 치료 중이거나 완치 후 생존한 암유병자는 약 161만명에 달한다.

따라서 최근에는 암의 치료뿐 아니라 암생존자의 삶의 질 향상도 주요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따라 암생존자의 당뇨병, 심혈관계 질환 등 암생존자의 만성합병증 관리가 중요해졌다.

연구팀은 약 50만명의 국가 표본 코호트에서 암 치료를 받은 환자와 암을 경험하지 않는 대조군의 당뇨병 발생을 장기간(평균 7년) 동안 비교 분석했다. 분석 결과, 암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암환자에서 당뇨병 발생이 35%나 증가했다.

암종별로는 ▲췌장암(5.15배) ▲신장암(2.06배) ▲간암(1.95배) ▲담낭암(1.79배) ▲폐암(1.74배) ▲혈액암(1.61배) ▲유방암(1.60배) ▲위암(1.35배) ▲갑상선암(1.33배) 환자에서 당뇨병 증가가 확인됐다.

시기적으로는 암을 진단받고 2년 이내 당뇨병이 발생할 위험이 가장 높았으며, 장기적으로도 당뇨병 발생위험은 높게 지속되는 것으로 관찰됐다.

연구팀은 암 자체나 암의 치료 과정 중의 다양한 요인에 의해 당뇨병이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황보율 국립암센터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기존에 알려진 대로 췌장암의 경우, 췌장이 인슐린을 분비하는 장기이기 때문에 암 자체와 치료에 의해 당뇨가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다른 암에서 증가하는 당뇨 발생 위험에 대해 다양한 원인이 제시됐는데, 황보율 전문의는 “항암치료 과정 중 흔하게 사용되는 고용량 스테로이드나 일부 항암제가 직접적으로 고혈당을 유발한다”며 “특히 최근 늘어나는 표적치료제나 면역치료제 역시 부작용으로 당뇨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연구팀은 암과 당뇨병의 위험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요인들이 장기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당뇨병의 주요 위험요인으로는 비만, 운동 부족, 불균형적 식사, 담배, 음주가 꼽히는데, 이 요인들은 암의 위험요인이기도 하다. 즉, 이와 같은 위험요인을 가진 암환자는 당뇨 위험 역시 증가할 수 있다. 

황 전문의는 “암 환자의 당뇨는 일반 당뇨 환자와 다르다. 원인도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춘 치료가 정립이 돼야 한다”며 “암 치료를 중점적으로 해야 하는 환자에게 체력은 중요하다. 따라서 생활습관, 식이요법 개선 등을 엄격하게 지켜야 한다고 하긴 어렵다. 다만 단순당이 많이 들어간 음식이나 혈당을 급격하게 올리는 설탕이 많이 들어간 음료 등 섭취는 피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이어 “적절한 치료를 위한 치료 가이드라인이 만들어져야 하고, 원인에 맞는 당뇨 약제를 개발하는 연구가 필요하다”며 “현재까지는 주치의 선생님들이 암 환자와 당뇨 발병에 연관이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당뇨 체크를 지속적으로 하는 방법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조주희 삼성서울병원 교수는 “암환자는 당뇨병과 같이 만성질환에 특히 더 취약할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연구”라며 “앞으로 암생존자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이들이 치료 후 건강한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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