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세상네트워크(이하 건세네)가 지난 2016년 9월 전북대병원에서 발생한 소아환자 사망사건과 관련해 보건복지부가 병원의 진술만 믿는 등 확인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병원이 거짓진술로 사건내용을 은폐하려 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했다고 질책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는 11일 이러한 내용의 논평을 통해 복지부에 명백한 책임을 묻고,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기관 조건부 재지정 또한 전면 취소해야 하며 향후에도 재지정 되도록 해서는 안 된다고 촉구했다.
사건 당시 두 살배기 김모군은 할머니와 함께 건널목을 건너다 견인 차량에 치여 중상을 입었다. 전북대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진료거부를 당하고 10여 곳의 의료기관을 전전하다 사망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측은 같은해 10월 28일 해당 의료기관에 대한 복지부 실태조사에 따른 행정처분의 적합성 여부 등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했고, 지난 5일 감사원은 응급의료센터 구축 및 운영실태 감사보고서에 이번 사건에 대한 감사결과를 포함해 발표했다.
건세네에 따르면 감사원 감사결과, 복지부가 현지 조사과정에서 전북대병원의 진술만 믿고 관련 기록에 대한 검토 및 확인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전북대병원이 소아환자 사망사건에 대한 거짓진술로 사건내용을 은폐하려 한 사실을 밝혀내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복지부의 부실한 현지조사로 인해 해당 병원 및 의료인에 대한 조사와 적정한 행정처분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건세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감사결과에 포함된 복지부에 대한 주의 및 통보처분은 권역응급의료기관 지정권자이자 관리·감독기관의 책임을 묻는 내용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또 소아환자 사망사건 이후, 복지부는 전북대병원이 응급조치 미흡으로 소아환자가 사망에 이른 것을 두고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32조 ‘비상진료체계’를 적정하게 유지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권역응급의료센터 지정취소와 함께 과징금 322만5000원 및 과태료 200만원 부과했지만, 6개월 후에 권역응급의료센터로 조건부 재지정했다”며 “감사원은 ‘응급의료기관의 지정 취소 시 일정 기간 지정을 배제하도록 하는 제한이 없는 등 관련 법률 위반으로 볼 수 없어 재지정 적정성 평가를 할 수 없다’고 했지만, 이것은 재지정 기간에 대한 적정성 평가가 아니라 권역응급의료기관으로서의 적합성에 대한 판단이어야 한다”고 비난했다.
전북대병원은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위반으로 이미 지정취소가 됐고, ‘권역외상센터 운영지침’에 명시된 권역외상센터의 필수의무사항들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지부가 전북대병원을 재지정한 요건과 사유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밝힌 바는 없기 때문에 감사결과에는 재지정 과정에 대한 투명성과 객관성에 대한 문제를 반드시 제기했어야 했다는 것이 건세네의 설명이다.
건세네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서 전북대병원은 현지조사과정에서 당직의사 호출과 관련된 내용에 대해 거짓으로 진술했고, 복지부의 최종처분이 있기까지 정정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음에도 정정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전북대병원이 복지부의 현지조사에 성실히 임하였다고 볼 수 없으며 사실을 은폐하여 조사업무를 방해하려 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그러므로 이번 감사결과를 통해 드러나 추가사실에 근거해 볼 때, 전북대병원의 권역응급의료기관 조건부 재지정은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복지부는 법률 위반으로 인해 지정취소된 병원에 대해서는 재지정을 제외한다는 내용을 포함해 재지정 요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건세네는 복지부가 ‘응급환자 호출을 받고도 진료하지 않은 당직전문의’에 대해 아무런 행정처분을 내리지 않은 것 또한 꼬집었다.
건세네는 “감사원은 복지부가 전북대병원 정형외과 당직전문의의 책임 유무에 대한 조사와 검토를 통해 응급의료법 등 위반 사실여부를 판단해 그에 따라 면허정지 및 취소처분이 있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며 “복지부는 전북대병원 현지조사 과정에서 당직전문의에 대한 호출여부에 대해 병원측 진술만 믿고 호출시스템을 통한 사실확인을 거치지 않았다. 이러한 허술한 사실관계 확인으로 인해 당직전문의에 대한 처분은 제외됐고, 복지부는 ‘제도개선 대책마련 과정에서 추가 정밀조사를 통해 개별 의료인의 귀책사유가 확인되면 추가조치를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추가 현지조사나 법률적 검토 등 실질적으로 진행된 바는 전혀 없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했을 때 감사원은 복지부의 현지조사 업무소홀에 대해 그 책임을 엄중히 물었어야 했다”면서 “또한 감사결과를 통해 당직전문의가 ‘응급환자 중증외상‘이라는 내용의 호출을 받았음에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학회준비를 하면서 소아환자에 대한 진료를 하지 않은 사실이 확인됐다”. 복지부는 지금이라도 개별 의료인에 대한 추가조사를 실시해야 하며, 당직전문의의 면허취소 처분을 내려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