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금융투자가 올해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로 기록하면서 대형IB(투자은행)으로서 역할을 해냈다.
이어 신한금융투자는 국제신용평가기관 무디스와 S&P로부터 시중 증권사 최고 신용등급인 ‘A3’, ‘A-’ 등급을 각각 획득하면서 경쟁력도 입증받았다.
그동안 증권업과 무관한 은행출신이라는 ‘주홍글씨’가 있는 김형진 사장으로선 호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의혹이 불거지면서 입지가 불안한 상황이다. 특히 김형진 사장과 같은 해 취임한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까지 채용비리 도마에 올랐다. 금융지주 회장의 행방에 따라 자회사 사장 임기도 영향을 받는 만큼 김형진 사장에게는 부담스런 요인으로 꼽힌다. 김형진 사장은 올해 이후 임기가 만료된다.
◇ 신한금투, 실적 서프라이즈…개선 과제 있지만 ‘합격점’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의 당기순이익은 969억7100만원으로 전년(459억5600만원) 동기 대비 111.0% 급증했다. 시장거래대금 증가로 인해 위탁수수료가 전년 동기 대비 86.7% 성장한 것이 수익 증가에 주된 요인이다.
이어 IB(투자은행) 부문에서 160억1700만원의 순이익을 거두며 전년(67억5900만원) 동기136.97% 급증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부터 금융그룹 차원에서 IB영역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해 7월 증권과 은행, 지주, 생명, 캐피탈의 투자 역량을 집결한 GIB(Group & Global Investment Banking Group) 사업부문을 출범했다. 기존 CIB(기업투자금융)에서 한발 나아간 개념이다. 신한금융그룹의 계열사별로 분리된 IB 영역을 GIB로 집중시킨 것이다.
보완해야할 과제도 있다.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보여주는 지표인 순자본비율(NCR)이 감소세를 보이고 있어서다. 순자본 비율은 증권사가 가지고 있는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자본 비율을 의미한다. 순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자본활용 여력이 늘어나 사업 확대가 수월해진다.
신한금융투자의 올해 1분기 순자본비율은 518.64%로 전년 동기(706.39%)에 비해 감소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프라임브로커리지, 헤지펀드 등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다 보니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 실적랠리 속 금융권 채용비리 변수
실적만 놓고 본다면 김형진 사장의 1년 간 성적표는 ‘합격점’이다. 김형진 사장은 취임 초부터 증권 비전문가 혹은 은행출신이라는 ‘주홍글씨’에 시달려야 했다. 당시 신한금융투자 내 노조는 “금융투자업을 이해하지 못하는 인물이 증권사 사장을 하는 것은 안된다”라며 “금융지주 차원에서 자리를 지키려고 계열사가 이용될 수 있다”라고 우려했다. 하지만 김형진 사장은 이 같은 우려에도 IB사업 강화 등을 추진하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김형진 사장의 리스크는 내부 문제가 아닌 외부에서 불거졌다. 지난 5월 금융당국에서 발표한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문제가 도마에 올라서다.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 채용비리 조사 결과 임직원 자녀의 특혜채용 정황 6건을 포함해 신한은행과 카드, 생명사에 모두 22건의 채용비리 사실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의 아들도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김 사장의 아들은 신한카드의 인턴십을 거쳐 2017년부터 정직원으로 일하다가 최근 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이 문제는 검찰이 발표하는 사안이기에 얘기하기 조심스럽다”며 “결과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한금융그룹 채용비리 논란은 검찰의 발표에 따라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채용비리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신한금융지주 조용병 회장 문책론도 거론될 수 있다. 이는 계열사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크다. 금융권 관계자는 “계열사 사장의 임기 여부 및 선임은 지주사의 계열사 대표관리위원회를 통해서 결정된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김형진 신한금융투자 사장 임기는 2년 간이다. 그의 연임 여부는 내년 초에 결정된다.
유수환 기자 shwan9@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