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러시아월드컵 개막 기념 공연에 나선 영국 팝스타 로비 윌리엄스가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노래를 부르던 중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었기 때문이죠. 이 모습은 여과 없이 생중계 됐습니다. 개막 공연을 보던 전 세계의 시청자들은 영문도 모르고 욕을 먹은 셈이죠.
로비 윌리엄스는 14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 루즈니키 스타디움에서 열린 러시아와 사우디아라비아의 개막전에 앞서 축하 공연을 펼쳤습니다. 그의 대표곡인 ‘필’(Feel) ‘엔젤스’(Angels) 등이 그라운드에 울려 퍼지자 스타디움의 열기는 한껏 고조됐죠.
그러나 그는 마지막 곡 ‘록 디제이’(Rock DJ)를 부르던 중 카메라를 향해 가운뎃손가락을 펼쳐 보였습니다. 명백한 욕설이었죠. 그는 “그들 대부분은 나를 등쳐먹었다”(Most of them fleece me)라는 가사에 “하지만 나는 돈을 받지 않고 이걸 했다”(I did this for free)라고 덧붙여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짧은 찰나였지만, 전 세계로 생중계 되는 바람에 논란은 거세졌습니다. AP통신은 “윌리엄스가 전 세계에 가운뎃손가락을 내밀었다”라고 표현했죠.
로비 윌리엄스는 그래미상 후보에 오른 적 있는 영국의 유명 가수입니다. 1989년 15세의 나이로 팝 밴드 테이크댓에 들어가 음악을 시작했죠. 1995년 밴드에서 나와 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여러 히트곡을 낸 로비 윌리엄스는 2004년 영국음악 명예의 전당에 올랐고 브릿 어워즈에서 여덟 번이나 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약 5700만 장의 앨범을 판매한 기록을 보유하고 있기도 하죠.
특히 유명 축구게임 ‘피파 2000’의 오프닝곡 ‘잇츠 온리 어스’(It;s Only Us)를 불러 축구 팬들 사이에서도 유명합니다. 본인이 축구에 재능이 있어 유년 시절 포트 베일 FC에서 선수로 활약한 적도 있습니다. 지난 11일에는 자신의 SNS에 “월드컵 개막식을 잊지 말고 시청해 달라”며 월드컵 개막 무대에 서는 기대감을 표하기도 했죠.
여러모로 월드컵 개막 공연에 어울리는 이력을 지닌 로비 윌리엄스는 왜 그 자리에서 적합하지 않은 행동을 한 것일까요. 당사자가 아직 아무런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기에 명확한 이유를 알 수 없지만, 몇 가지 추측은 가능합니다.
로비 윌리엄스는 러시아월드컵 개막 무대에 초청된 후 여러 비난에 시달렸습니다. 국제인권단체는 LGBT(성소수자) 운동가로 알려진 로비 윌리엄스가 동성애자들에게 차별적인 러시아 행사 무대에 참여하는 것을 지적했습니다. 더불어 러시아 내에서는 로비 윌리엄스의 노래 ‘파티 라이크 어 러시안’(Party Like a Russian)이 러시아 부호를 조롱하는 내용이라는 주장이 제기되며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죠. 최근 얼어붙은 영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로비 윌리엄스의 파격적인 행동에 영향을 미친 것이 아니냐는 추정도 있습니다.
전 세계인의 축제에서 대형 사고를 친 로비 윌리엄스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15일 영국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러시아에서는 2014년부터 예술에 대한 맹목적인 표현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사안에 따라 벌금을 부과하고 있죠. 하지만 인디펜던트 측은 “러시아의 초대로 개막식 공연에 참여한 것을 감안하면, 법적 제재를 받을 가능성은 낮다”라고 내다봤습니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SBS 중계 화면 캡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