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피임기구, 자궁 들어낸 탈북여성들

10년 넘은 피임기구, 자궁 들어낸 탈북여성들

기사승인 2018-06-19 10:12:00

#탈북한 지 6개월이 채 되지 않은 북한이탈주민이었습니다. 그는 복통을 호소하며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를 방문했습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한 끝에 통증의 원인이 피임 장치 때문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피임 장치의 사용 기한은 5년입니다. 그런데 이 환자는 10년이 지난 세월 동안 피임장치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 피임 장치를 착용하고 있다 보니 장치는 자궁을 뚫고 나와버린 상태였습니다.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났다면 장을 뚫고 나왔을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다행히 장을 뚫고 나오지는 않아서 자궁을 완전히 들어내는 수술을 해야 했습니다. 피임 기구가 자궁을 뚫고 나오는 상황이 발생하다니 정말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점은 이 환자처럼 사용 기한이 지난 피임기구를 착용하고 있는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입니다. 북한이탈주민, 특히 여성들의 건강관리는 이처럼 심각한 상태입니다.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책 「한반도 건강공동체를 위한 길잡이」 中>

 

북한에서는 물론 탈북을 하는 과정에서도 정기적인 산부인과 검진을 받을 수 없었던 많은 북한이탈주민 여성이 다양한 부인과 질환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성병 감염률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주성홍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장이 책을 통해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16년까지 국립중앙의료원을 방문해 산부인과 진료를 받은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을 대상으로 통계를 낸 결과, 주로 ▲임신 ▲자궁암병변 및 전암병변 ▲질·경부염, 골반염 등의 진료를 많이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북한이탈주민 임산부가 임신과 관련된 합병증이 있었던 경우는 24.4%였다. 그리고 임산부 중 내과적 질환을 동반한 경우는 56.4%였다. 이어 빈혈은 42.3%, 간염 15.4%, 결핵 2.6% 순으로 집계됐다. 주성홍 과장은 “이는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이 염증 질환이 노출돼 있었던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며 “질염, 골반염 등 염증 질환을 앓았던 여성들은 임신 합병증이 발생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의료원 산부인과에 내원한 1231명의 환자 중 자궁경부 세포진 검사에서 이상 소견이 있던 여성은 87명이었다. 그 중 비정형 편평성 세포(ASCUS)가 39%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는 고등급 평편성 상피내 병변(HSIL) 30%, 저등급 평편성 상피내 병변(LSIL) 24%로 많았다.

자궁경부암의 주요 원인은 인유두종 바이러스(HPV) 감염인데, HPV는 대표적인 성매개 감염병으로 알려져 있다. HPV에 감염이 되면 특유의 세포변화가 관찰되는데, 자궁경부암 검사 결과 ‘음성’ 판정이 났지만 염증이나 호르몬 등의 영향으로 약간의 세포 모양 변화가 보이는 경우를 ‘반응성 세포변화’라고 한다. 이보다는 심하지만 편상피내 병변(SIL)으로 진단하기에 부족한 경우를 ‘ASCUS’라고 한다. SIL으로 진단되면 HPV 감염여부가 양성인 경우 질확대경 검사를 통해 육안으로 병변의 위치나 범위, 정도를 파악하면서 병변을 조준해 조직점사를 시행한다. ‘LSIL’일 경우 대부분 변화가 없거나 자연적으로 소실되지만, ‘HSIL’일 경우 암 발병 위험성이 높다.

문제는 이상 소견이 있던 여성들의 평균 나이는 43.6세로, 분만력이 있는 환자가 74.7%였다. 또 이들 대상으로 HPV 검사를 시행한 결과, 감염 양성이 83.6%였고, HPV 고위험군에 감염된 경우는 55.1%였다. HPV 저위험군에 감염된 경우는 24.1%였다.

게다가 의료원에서 질염, 자궁경부염, 골반염 등 염증성 질환을 진료받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성매개감염병(STD) 검사를 실시한 결과, STD 양성 유병률은 31.9%였다. STD 양성 환자 중 한 가지 병원성균에 감염된 경우는 67.6%, 두 가지는 20.3%, 세 가지 이상 균에 감염된 경우는 14.9%였다.

환자 중에는 위의 사례와 같이 피임 장치에 대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환자 75.5%는 피임을 하지 않고 있었고, 피임을 하는 경우에는 자궁 내 장치(IUD)를 하는 여성이 가장 많았다. 10년 이상 장기 착용자는 IUD 사용자의 16.5%를 차지했다.

주 과장은 “북한이탈주민 여성들은 여러 가지 환경적인 이유로 염증 질환에 많이 노출돼 있고, 이로 인해 임신을 했을 경우에도 임신 합병증이 우려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염증 질환은 초기에 병원 진료만 잘 받는다면 쉽게 치료가 된다. 냉이 심하거나 가렵거나 하는 등 이상 증상이 나타난다면 주저 없이 병원을 찾는 것이 좋다”며 “임신을 했을 경우, 균 검사를 받아 합병증이 생기기 전에 미리 치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에서 2년에 한 번씩 무료로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민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 또한 이 검진 프로그램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유수인 기자
이 기사 어떻게 생각하세요
  • 추천해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추천기사
많이 본 기사
오피니언
실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