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확률 1%? 환자엔 동의보다 '신뢰'가 우위…"빅데이터 문제도 '신뢰'로 풀자"

죽을 확률 1%? 환자엔 동의보다 '신뢰'가 우위…"빅데이터 문제도 '신뢰'로 풀자"

의료 빅데이터, 개인정보권 vs 활용가치 충돌

기사승인 2018-06-23 04:00:03

“주치의가 환자에게 수술 시 죽을 확률이 1%라며 동의서를 받는 것은 생각보다 중요한 게 아닙니다.”

22일 오후 서울대치과병원 8층 강당에서 열린 의료정보정책 공개포럼에서 이동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 교수는 “사전동의 원칙보다 중요한 것은 사회적 신뢰”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교수는 “주치의는 환자에게 1% 확률로 죽을 수 있다고 말한 다음 곧바로 화제를 돌려 그래도 수술은 잘 될 거라고 말한다. 그리곤 환자에게 동의서를 서명을 받는다”며 “환자입장에서도 선택지가 수술 밖에 없는 상황에서 1%의 확률은 크게 중요한 게 아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신뢰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의료정보의 보안과 활용이라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을 ‘신뢰’의 문제로 봐야한다는 지적이다. 이날 포럼에서는 ‘의료정보의 보호 및 정보보안, 그리고 의료정보 활용’을 주제로 전문가들의 논의가 이어졌다.

최근 4차산업혁명 추세에 따라 우리나라도 의료 빅데이터 활용의 필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환자의 정보권리 침해, 정보 보안 우려로 아직 논의에 머물고 있는 상태다.

일각에서는 정보소유자 개인에게서 각각의 정보활용 동의를 받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이 교수는 정보활용 동의서는 중요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이 교수는 “과거에도 종합병원 의사들이 진료데이터를 가지고 논문을 쓰는 것에 대해 환자들이 문제삼을 수 있었지만 문제 삼지 않는다. 그런 연구 덕에 의료가 발전하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회적 신뢰가 있기 때문”이라며 “결국 의료정보를 이용하는 사람이 적절하게 활용하고 있다는 사회적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물론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지금 비식별화된 정보는 추후에 재식별될 수 있는 문제다. 중요한 것은 정보가 그냥 쓰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곳에 쓰이고, 다른 곳에 쓰이지 않도록 제대로 관리되고 있다는 정보의 매커니즘과 신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라며 “그런 기반을 확보하는 것이 개개인에게 동의서를 받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라고 말했다.

최병관 부산의대 교수는 병원의 입장에서 환자 정보 관리의 어려움을 소개했다. 최 교수는 “병원에서는 수술동의서, 진료정보 등 민감정보를 어떻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적법한 방법인지 알 수 없다. 합리적인 관리가 되려면 정부에서 사례집이나 헬프데스크를 만들어 어떤 것이 합법인지 불법인지 감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소유’하지 않고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병기 삼성서울병원 수석연구원은 “데이터를 활용하기위해서 반드시 소유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빅데이터를 연구자가 소유해서 활용하지 않는, 다른 곳에서 관리하는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법은 존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원은“빅데이터 활용이 실제 오남용될 수 있는 소지는 분명히 있다. 이때 처벌 수위를 개인이 파산할 정도로 강력한 처벌이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또 환자의 자기결정권 강화의 측면에서 PHR, 또는 최근 이야기되는 블록체인 중심으로 모색해보는 것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제안했다.

환자단체에서는 최성철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사는 “환자의 민감정보가 노출됐을 때 위험성을 인정하면서도 모든 건강정보 활용을 제한하자는 주장은 따르기 힘들다. 국립암센터가 매년 발표하는 암종별 통계 등 의료 빅데이터로 만들어낸 정보가 여러 방면에서 유익한 자료로 활용되기 때문”이라며 “다만 산업적, 경제적 가치에 집중해 건강정보 활용의 미래를 과장하는 편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보호와 활용 양측에서 제시하는 위험성과 기대의 중간점을 잘 찾아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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