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1~3잔의 ‘커피’가 간세포암종(간암) 발생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의학적 근거가 나왔다. 음식으로서는 유일하다. 또 만성 B형 간염, C형 간염과 간경변증 환자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되며, 6개월에 한 번씩 간초음파와 혈청 알파태아단백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권고사항이 마련됐다.
대한간암학회와 국립암센터는 이같은 내용을 담은 ‘2018 간세포암종 진료 가이드라인’을 최근 발표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2003년 제정, 2009년과 2014년에 이어 세 번째로 개정됐으며, 간세포암종의 진료, 연구, 교육에 실질적으로 참고가 되도록 44명의 다학제 전문가들이 현재까지의 의학적 증거를 검토한 후 증거 중심의 의견을 정리한 것이다.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커피’가 간암 발병 위험을 줄여준다는 점이 새롭게 추가됐다.
간암은 우리나라 40~50대 사망률 1위이자 질병부담률 1위이기 때문에 간암이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017년 국가암등록통계에 의하면 간암 환자들의 5년 생존율은 33.6%, 10년 생존율은 20%로 낮다. 간암으로 인해 발생하는 연간 경제적 부담은 약 3조4000억원에 달한다.
전문가들이 여러 대규모 코호트연구를 분석한 결과, 커피를 마시는 것은 기저 간질환 상태, 원인 등과 관계없이 간암 발생 위험을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커피는 설탕이 첨가되지 않은 원두커피를 말한다.
대한간암학회장인 박중원 국립암센터 간암센터 교수는 “커피가 간암 발생 위험을 줄인다는 것은 만성 간 질환자의 간암 예방법으로 제시된 믿을만한 연구이다”라며 “음용량은 연구마다 다르지만 대개 3잔 이상이 권고됐고, 일부 연구에서는 1잔 이상을 언급했다”고 설명했다.
박중원 교수는 “그러나 커피는 심장병, 고혈압, 방광염 등을 앓고 있는 환자들에게는 좋지 않다. 순환기계 합병증이 없는 만성 간 질환자의 경우 커피를 마시는 것이 좋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번 개정 가이드라인에는 ‘간암의 감시검사’에 대한 부분이 새롭게 추가됐다. 그간의 관련 연구결과를 총망라해 감시검사의 대상(고위험군), 검사 방법, 검사 주기 등에 대한 근거수준을 명확히 정리했다.
가이드라인에는 만성 B형 또는 C형 간염이나 간경변증 환자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된다는 점이 다시 한번 언급돼 이들은 6개월에 한 번씩 간초음파, 혈청 알파태아단백검사 등의 감시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점이 제시됐다.
특히 만성 B형간염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 간암환자의 약 70%를 차지하고 있고, 간암환자 약 80%는 기저 간경변증을 수반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 질환은 가장 중요한 감시검사 대상으로 분류되고 있었다.
박중원 교수는 “고위험군에 대한 정의는 기존 국가암검진사업에서 제시하는 기준과 일치하는 부분이다. 다만 암검진사업에서는 40대 이상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지만 30대에서도 간암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이번 가이드라인에서 연령에 대한 언급은 따로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가이드라인에는 1차 간암 치료 후 재발했을 때 환자와 암종의 상태에 맞춰 치료할 수 있는 2차 치료법도 제시됐다. 기존 간암 표적 치료제였던 ‘소라페닙’에 실패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2차 치료 약물 항목에는 레고라페닙과 니볼루맙, 카보잔티닙, 라무시루맙 등이 추가됐다.
간암 진단 기준도 우리나라 환자들의 특징과 진단환경을 고려해 개정됐다. 간암 고위험군의 감시검사에서 발견된 1cm 이상 결절이 기준에 맞는 영상소견을 보이면 간암으로 진단할 수 있도록 했다. 역동적 조영증강 CT 및 MRI와 더불어 간세포특이조영제 MRI의 간담도기 씻김 현상이 진단 기준에 처음으로 적용됐다.
1cm 이상 결절 중 이런 영상소견을 보이지 않으면 간암 의증으로 진단하고, 간암 의증 결절은 6개월보다 짧은 시간 내 추적검사 또는 생검을 해야 한다고 권고됐다. 영상검사만으로 진단이 어려운 미확정 결절과 1cm 미만 결절도 추적검사 혹은 조직검사를 시행해야 한다고 언급됐다.
박중원 교수는 “우리나라 간암 환자의 특성과 진료 여건을 잘 반영한 가이드라인으로 일선의 의사들뿐만 아니라 의과대학 학생들과 전공의들에게 보다 정확한 최신 정보를 제공하게 됐다. 이를 통해 환자 진료에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치료법과 약제에 대한 임상적 근거가 축적되는 대로 가이드라인에 지속 반영해 간세포암종 환자의 조기진단과 생존율 개선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