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방송 합산 규제 일몰이 오는 27일로 임박한 가운데 케이블 업계가 미묘한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 유료방송 합산규제는 유료방송(IPTV·케이블TV) 시장에서 특정 업체 점유율이 33.33%를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시장점유율에 있어 독보적 1위인 KT 그룹 독과점을 막기 위해 제정됐다.
하지만 규제가 제정된 이후 지난 3년간 단 한 차례도 합산규제에 관한 논의·심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최근 국회에서도 여야 간 지속된 대치와 지난 13일 지방선거로 자동 폐지 수순을 맞이하고 있다.
일몰 최대 수혜자는 KT와 자회사 KT스카이라이프다. 현재 KT 유료방송 시장 점유율은 20.02%이며 KT스카이라이프 점유율은 10.3%로 두 회사를 합치면 30.54%에 달한다.
상한선까지 2.79%만 남겨둔 상황이기에 KT 입장에서 합산규제는 반드시 일몰 돼야 하는 상황이다. 윤경근 KT 재무실장도 지난 2월 6일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경쟁 제한과 성장 동력 상실 등 문제가 있다”며 합산규제가 예정대로 폐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KT스카이라이프 역시 일몰만을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지난 5월 "합산규제 시행 직전일 대비 최근(5월)까지 기업가치가 42% 하락했다“며 ”규제 이후 3년간 스카이라이프와 올레TV(IPTV)를 시청하는 가입자인 OTS(올레TV스카이라이프)가입자 50만이 순감하며 수신료 매출이 감소했다. 규제 피해는 위성방송만 보고 있다"고 합산규제 폐지를 요구했다.
KT는 합산규제 일몰 이후 최근 정부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에 따라 약화된 무선사업 매출을 초고속 인터넷과 인터넷TV(IPTV) 사업으로 만회할 것으로 예측된다. 특히 합산규제가 사라진 이후에는 자유로운 인수합병(M&A)과 공격적 마케팅을 통해 1위 자리를 확고히 굳힐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에 IPTV에 가입자를 잃고 있는 케이블 TV협회는 합산규제 자동 일몰에 대해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협회는 26일 성명을 통해 “유료방송업계 최대 쟁점이며 유효경쟁구도를 지탱해주던 합산규제가 논의조차 없이 일몰 되는 것에 유감을 표한다”며 “입법 공백 장기화를 하루속히 해소해 줄 것을 국회와 정부에 간절히 호소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 협회 공식 입장과 달리 일부 케이블 회사는 합산규제에 대해 사뭇 다른 온도차를 보였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이미 매물로 나온 딜라이브 등 회사들은 동종 업계 간 M&A가 쉽게 성사되려면 합산규제가 일몰 되는 편이 낫기에 내심 합산 규제가 일몰 되길 바라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 역시 “합산규제가 풀리면 자연스레 대기업들은 적극적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며 “이들 간 경쟁이 심해질수록 인수 대상 업체 몸값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비싼 가격에 매각되기를 바라고 있는 업체들은 합산 규제 일몰에 대한 기대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