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문제를 어디서부터 말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지난달 27일 서울역광장에서 만난 보건의료노조 지역본부 소속 전국 조합원들은 한 목소리로 이렇게 외치는 듯 했습니다. “제발 병원 좀 바꿔주세요”라고요. 집회와 거리 행진을 시작으로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병원의 변화를 요구하는 대국민 청원이 등장했습니다. 서명에 동참하는 이들도 시시각각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렇듯 병원에서 일하는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뿔이 난 이유는 하납니다. 열악하다 못해 참담한 노동 여건을 이제는 바꿔야 하지 않겠냐는 겁니다. 여기까지 읽은 독자분들 중에는 ‘또 밥그릇 싸움이구만. 여하튼 노조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병원도 할 말은 있습니다. 의료수익 하락과 경영 악화 등의 이유로 처우 개선을 ‘안’하는 게 아니라 ‘못’하는 거라고 말이죠. 실제로 그런 병원도 있긴 합니다만, 대다수 ‘잘 나가는’ 병원들 역시 이런 논리를 수십 년째 써먹어왔죠. 그리고 효과도 꽤 좋았습니다. 그동안 보건당국도 수수방관한 건 사실이니까요.
그러나 이젠 상황이 바뀌었습니다.
국내 유수의 대형병원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발생한 기가 막힌 사건·사고들을 여러분들께선 기억하실 겁니다. 메르스 사태에서 보인 의료기관내 어마 무시한 감염 사태나, 자살한 병원 직원과 신생아 집단 사망 사건, 간호사들의 어처구니없이 낮은 초임문제까지.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와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병원내 사건·사고를 보고 있으면, 흡사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이 심각한 ‘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됩니다.
보건의료 노동자들이 거리에 나선 이유는, 이들이 단지 월급을 올려주길 바래서가 아닙니다. 화장실에 가거나 물한모금 마실 시간도 없이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과도한 업무가 곧 환자 안전사고로 이어지기 때문에 노동개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죠.
최근 병원에 가본 분이라면 한번쯤은 궁금해 했을 겁니다. 왜 큰 병원일수록 오래 기다려야 하는지, 왜 간호사들은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동분서주하는지를요.
일손은 부족한데, 필요한 인력은 없으니 남은 직원들은 피가 마르고 입술이 바짝 타들어 가면서 환자를 돌볼 수밖에 없습니다. 자연히 환자에 대한 충분한 의료서비스는 꿈도 꿀 수 없고, 화가 난 환자들의 항의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하는 사람 역시 현장의 병원 노동자들입니다.
이젠 좀 바뀌었으면 합니다.
환자를 30초 보는 것보다 1분이 낫고 5분이 더 좋다는 거,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다고 무한경쟁에 돌입해 있는 병원들만 나무랄 수도 없습니다. 병원도 운영을 해야 하니 수지타산이 맞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적은 인력으로 더 많은 환자를 보도록 하는 경영 방식을 탈피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아, 물론 무언가 바꿀 ‘의지’를 갖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겠지만 말이죠.
바뀌길 희망합니다.
병을 나으려고 병원에 가는데, 정작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병을 얻고 병원을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면, 이거 원 불안해서 병원에 갈 수 있겠습니까.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