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시도자의 75%는 1주일 내 다시 자살하기 위한 계획를 세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살시도자는 자살사망자에 비해 여성, 그리고 20대의 비중이 높았으며, 상당수가 음주 상태였고 충동적으로 시도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자살 시도로 응급실에 내원한 사람 중 상담 등의 사후관리서비스를 받은 사람은 자살 위험이 절반 이상 감소되고, 향후 자살을 계획하는 경우도 줄어드는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와 중앙자살예방센터는 4일 ‘2017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결과를 발표했다.
이 사업은 병원 응급실에 정신건강전문요원 등 2명의 전문인력을 배치해 자살 시도로 응급실을 내원한 사람에게 상담 및 사례관리 등 사후관리를 해주는 사업이다. 자살시도자가 퇴원한 후에도 전화 및 방문 상담을 진행하고, 정신건강 및 복지서비스 및 지역사회의 자원을 연계해 일반인보다 자살위험이 25배 이상인 자살시도자의 자살재시도를 막는 데 목적이 있다.
이 사업에 참여한 총 42개 병원의 응급실에 내원한 자살시도자 1만 2264명을 대상으로 실태를 분석한 결과, 응답자 중 과거 자살을 시도한 비율이 35.2%(3016명)에 달했다. 응답자 대부분은 6개월 내에 다시 자살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 8567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과거 자살시도 경험이 없는 경우가 64.8%(5551명), 1회 이상 자살을 시도한 경우 35.2%(3016명)이었다.
향후 자살계획 시기에 대한 질문에는 응답자 1405명 중 ‘1주일 내’라고 답한 비율이 75.3%(1058명)에 달했으며, ‘1주일에서 1개월 내’는 12.5%(175명), ‘1개월~6개월 내’가 7.3%(102명), ‘6개월 이상’이 5%(70명)로 나타났다.
응답자 1만4696명 답변 결과 자살시도의 동기는 정신건강 문제가 31%로 가장 많았고, 이어 ▲대인관계(23%) ▲말다툼등(14.1%) ▲경제적 문제(10.5%) ▲신체적 질병(7.5%) 순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 8175명 중 52.1%(4261명)은 자살시도 시 도움을 요청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여기서 도움은 시도 전후에 도움을 요청하거나 또는 실마리를 주는 것을 말한다. 47.9%(3914명)은 도움 요청하지 않았다.
아울러 1만 109명 중 음주 상태에서의 자살시도가 53.5%(5407명)였고, 응답자 9099명 중 충동적으로 시도한 경우가 88.9%(8088명)로 가장 많았다. 계획적 시도는 11.1%(1011명)였다.
자살시도자는 자살사망자에 비해 여성, 그리고 20대의 비중이 높았다.
1만 2264명을 대상으로 연령별 자살시도 비율을 조사한 결과 여성이 56.5%(6930명), 남성은 43.5%(5334명)였다. 연령별로는 ▲40대 19.6%(2,409명) ▲20대 19.1%(2,341명) ▲30대 17%(2,090명) 순이었다.
자살사망자의 경우에는 통계청 자료 결과, 남성이 70.6%(9243명)으로 여성 29.4%(3849명)보다 많다. 연령별 자살자 수는 50대 20.5%(2677명), 40대 19.8%(2579명), 30대 14.2%(1857명), 60대 13.7%(1783명), 20대 8.4%임(1097명) 순이다.
전명숙 복지부 자살예방정책과장은 “내원한 자살시도자 1만2264명 중 대화를 거부하는 경우가 있어 응답자 수가 변동이 된다”며 “자살시도로 응급실에 온 사람 60% 이상은 신체적 문제가 없는 경미한 상태였다. 또 상당 부분은 우울증 등의 정신실환이 있었는데, 심하지는 않았지만 치료를 안 받은 사람이 많았다. 이들이 다시 자살을 시도할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사후관리가 필요하다”
실제로 자살시도자에게 사후관리서비스를 진행한 결과, ▲전반적 자살위험도 ▲자살계획·시도에 대한 생각이 감소하고 ▲알코올 사용문제 및 스트레스, ▲식사 및 수면문제, 우울감 등 정신상태 등이 호전된 것으로 나타났다.
사후관리서비스에 동의하고 사후관리 접촉이 4회까지 진행된 자살시도자 총 3999명을 대상으로 사후관리서비스 효과를 분석한 결과, 1회 접촉 시 자살위험도가 ‘上’인 경우가 15.6%(567명)에서 4회 접촉 시 6.3%(231명)로 감소했다.
전반적 자살위험도는 자살시도자의 전체적인 치료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개인적 요인, 임상적 요인, 대인관계적 요인, 상황적 요인, 인구학적 요인으로 구성된 다양한 위험요인과 방어적·보호요인을 평가하고 총 위험도를 종합적으로 上, 中, 下로 평가한 것이다.
자살계획이 있는 경우는 1회 접촉 시 3%(119명)로 나타났지만, 4회 접촉 시 1.3%(52명)로, 자살시도 생각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1회 접촉 시 1.6%(63명)이었지만 4회 접촉 시 0.6%(23명)로 각각 감소했다.
알코올 사용문제가 있는 경우는 1회 접촉했을 때 14.5%(564명)였으나 4회 접촉 시 10.7%(414명)로, 스트레스 요인이 있다고 답한 비중은 1회 접촉 시 73.3%(2823명)에서 4회 접촉 시 58.3%(2231명)로 감소했다.
식사 및 수면 문제가 있다고 답한 응답은 1회 접촉 47.9%(1812명)에서 4회 접촉 시 35.4%(1335명)로, 우울감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1회 접촉62%(2345명)에서 4회 접촉 시 44.6%(1684명)로 각각 감소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을 통해 삶의 희망을 되찾게 된 사례들도 많다.
부산에 거주하는 40대 여성 A씨는 20대에 조울증이 발병해 20년간 입·퇴원을 반복하며 치료를 받고 있었다. 최근 가족갈등으로 두 번째 자살을 시도했다.
사례관리자는 이혼 후 생계가 곤란한 A씨에게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했고, 퇴원 후 주간재활이 가능한 사회복귀시설을 연계하는 한편, 정신건강복지센터를 통해 장기적인 사례관리가 가능하도록 했다.
A씨는 “가족이 전부였고, 이혼 후 그 생활이 끝난다는 생각에 죽어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는데, 지금은 살아갈 수 있겠다. 앞으로의 목표가 조금씩 생긴다”라며 삶의 의지를 표현하게 됐다.
고령의 나이로 오랜 신체적 통증과 우울증을 앓고 있는 70대 B씨는 아픈 삶을 끝내고 싶다며 자살시도를 했다.
사례관리자는 B씨에게 외래 치료를 위해 병원에 내원 시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설득했고, B씨의 보호자와도 전화 면담을 지속해 B씨를 지지할 수 있도록 안내했다. 이어 지속적인 상담을 통해 자살예방센터로 연계와 함께 우울증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고, 정기적인 가정방문을 통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지지체계를 마련해 주었다. B씨는 안정을 되찾아 가고 있다.
‘응급실 기반 자살시도자 사후관리사업’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중앙자살예방센터 한창수 센터장(고려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은 “이번 결과를 살펴보면 상당수의 자살시도자가 음주상태에서 충동적으로 자살을 시도하고, 그들이 진심으로 바라는 것은 죽음이 아니라 도움의 손길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며 “사후관리를 통해 지역사회와 연계한 적절한 치료 제공과 사회·경제적 지원으로 자살시도자의 자살 위험을 분명히 낮출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복지부는 사업 수행기관을 올해부터 총 42개부터 52개 병원 응급실로 확대 시행한다. 사업수행기관으로 새롭게 선정된 기관은 서울의료원, 중앙대학교병원, 가톨릭관동대학교 국제성모병원, 명지병원, 한양대학교 구리병원, 차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 한림대학교 춘천성심병원, 성가롤로병원, 동국대학교경주병원, 제주한라병원 등 10개 병원이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