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0·40대 육아 부담을 줄이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한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대통령, 이하 위원회)는 5일 위원회 심의를 거쳐 관계부처 합동으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확정·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아이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삶의 질 개선에 중점을 두고 마련됐으며, 내년부터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 해소, 1세 아동 의료비 제로화, 아이돌보미 지원대상 확대 등의 과제가 추진된다. 주거, 일·생활 균형, 모든 아동과 가족 지원을 위한 재정 투자를 보다 강화해 사회·경제적 이유로 지속되고 있는 저출산 현상을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핵심과제는 작년 12월 26일 대통령 주재 위원회 위원 간담회에서 제시한 패러다임 전환 기조가 반영됏다. 기존 저출산 대책 정책이 출산율 목표 중심의 국가 주도 정책이었다면, 이번에는 삶의 방식에 대한 선택을 존중, 삶의 질 개선 등을 중점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저출산 현상이 우리 사회 전반의 삶의 질이 악화된 결과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실제 지난해 출산율과 출생하 수는 역대 최저를 기록했으며, 올해는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결혼, 출산, 양육을 선택하는 경우, 모든 영역에 걸쳐 높은 기회비용이 발생하기 때문에 생애주기 전반에 걸친 종합적 정책 마련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정부는 출생부터 아동의 건강한 성장 지원을 위해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고용보험 미적용자 출산지원금을 지급하는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출산휴가급여 사각지대 해소, 임산부 의료비 및 1세 아동 의료비 경감, 돌봄 해소
지금까지는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180일 이상 고용보험을 가입해야 하는 등 요건을 충족한 경우에만 출산휴가급여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단시간 근로자, 보험설계사나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은 출산휴가급여 지원을 받기 어려웠다.
앞으로는 고용보험 적용대상이 아닌 단시간 근로자, 특수고용직, 자영업자 등에게도 월 50만원의 출산지원금을 90일 간 총 150만원을 지급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연간 약 5만명이 혜택을 누릴 것으로 기대된다.
임산부 의료비와 1세 아동 의료비를 경감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질환을 가진 고위험 산모의 비급여 입원진료비를 지원하는 사업의 대상 질환 범위를 조기진통, 분만관련 출혈, 중증임신중독증, 양막의 조기파열, 태반조기박리 등 5개에서 절박유산, 자궁경부 무력증, 분만 전 출혈, 전치태반, 양수과다증, 양수과소증 등을 추가해 총 11개로 확대한다.
또 임신출산 진료비 국민행복카드는 임신이 확인돼 신청한 날부터 분만예정일 이후 60일까지만 사용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분만예정일 이후 1년까지 확대해 활용도를 높인다. 출산 이후 국민행복카드를 신청한 경우에는 신청한 날부터 출산일 이후 60일까지에서 출산일 이후 1년까지로 확대했다.
만 1세 미만 아동에 대해서는 외래 진료비 건강보험 본인부담을 절반 이하로 경감하고, 국민행복카드를 아동의료비로 사용토록 해 사실상 의료비 제로화를 추진한다. 아울러 사용현황을 모니터링해 현재 50만원의 지원액을 조정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이를 통해 아동의 건강보험 본인부담 평균액은 16.5만원에서 5.6만원으로 10.9만원 감소(△66%, 2019년 환산금액 기준)할 것으로 예상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급여 항목 중 선천성대사이상검사, 난청 선별 검사 등 필수적인 비급여에 대해서는 건강보험을 적용해 부담을 낮출 계획이다.
아이돌봄서비스 지원대상도 중위소득 120%에서 150%로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저소득층 가구의 이용금액에 대한 정부지원 비율도 최대 80%에서 90%로 높여 부담을 줄여나갈 계획이다.
아이돌보미 인력의 처우도 개선키로 했다. 이용가능한 돌보미 숫자를 현재 2.3만명에서 4.3만명까지 확대하고, 2022년까지 아이돌보미 서비스 이용 아동 규모를 현재보다 2배(9만→18만명)로 늘릴 계획이다.
부모들이 품앗이 형태로 동네에서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동육아나눔터도 160개 시·군·구로 확대한다. 올해 113개에서 내년 160개로 늘린다.
민간을 포함한 아이돌봄서비스의 질과 신뢰도를 제고하기 위해 국가자격제도를 도입하는 방안도 추진할 예정이다.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관리 서비스도 늘어난다.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지 않아도 최소 비용으로 가정에서 건강관리를 할 수 있도록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 지원대상을 확대한다. 가정에 건강관리사를 파견함으로써 산모 산후조리·신생아 양육 서비스 제공하고, 산후조리원 이용 비용 절감 및 질병 감염 위험을 완화시키기 위해서다.
서비스 지원대상은 현행 기준중위소득 80%에서 내년 100%로 느려, 지원을 받는 산모·신생아는 8만명에서 11만 7000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초등돌봄 사각지대도 축소하고, 공보육은 40% 확충한다. 학교, 마을의 초등돌봄 인프라를 확충해 20만명을 추가로 돌볼 수 있도록 하고, 공보육 40% 달성을 위해 국공립 어린이집과 국공립 유치원 등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국공립 어린이집은 매년 450개소, 국공립유치원은 2022년까지 2600개소, 직장어린이집은 매년 135개소를 추가 확충한다.
◇임금 삭감 없이 근로시간 단축, 아빠 육아휴직 사용 확대
육아기에는 임금 삭감없이 근로시간을 1시간 단축할 수 있는 방안이 나왔다.
지금까지는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이 일(日) 2시간씩부터 가능하고, 1년 육아휴직을 모두 사용한 경우에는 근로시간 단축이 허용되지 않아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제도를 활용하기에 제약이 있었다.
향후 만 8세 이하의 아동이 있는 육아기 부모는 하루 1시간씩부터 최대 2년간 근로시간 단축이 가능해지며, 하루 1시간에 대해서는 통상임금의 100%를 받을 수 있어 근로시간 단축 제도가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남성 육아 활성화를 위한 제도도 정비한다. 육아휴직에 대한 명칭이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로 명명되고, 급여 지원 상한을 200만원에서 250만원으로 높여 남성 육아휴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덜고 육아휴직 참여를 높일 계획이다. 주로 엄마가 먼저 육아휴직을 쓴 뒤, 아빠가 쓰고 있어 ‘아빠 육아휴직 보너스’로 명명됐다.
아울러 여전히 남성 육아휴직을 낯설게 인식하는 문화를 극복하고, 기업이 적극적으로 동참해 ‘아빠 육아휴직 최소 1개월’을 실현할 수 있도록 확산시킬 계획이다.
배우자 출산휴가도 확대키로 했다. 배우자 출산휴가 중 유급휴가 기간을 현행 3일에서 10일로 확대하면서 중소기업 근로자의 유급휴가 5일 분에 대한 임금을 정부에서 지원한다. 청구시기도 출산한 날부터 90일 이내로 확대하고, 1회 분할사용도 허용하는 등 필요할 때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육아휴직을 부모가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 동일 자녀에 대해 부모 중 한쪽만이 휴직이 가능한 현 제도를 개선한다.
◇일·생활 균형 이루는 중소기업 확대, 기업문화 개선 위한 인센티브 지급
일과 생활이 균형을 이룰 수 있도록 하는 중소기업도 확산한다. 소득보다 일·생활 균형을 중시하는 2040 세대가 많아지는 현실을 감안해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 확산을 위한 다각적 지원을 추진한다.
기업에서 대체인력의 원활한 활용을 통해 육아휴직 등으로 업무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인수인계기간 중 대체인력에 대한 중소기업 지원금액을 월 60만원에서 월 120만원으로 2배 인상하고, 증액된 금액을 지원하는 인수인계기간도 15일에서 2개월로 확대한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중소기업 지원금은 월 2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인상한다.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가족친화인증기업 컨설팅과 사후관리를 현재보다 약 1000개 확대하고, 지방세 세무조사 유예 등의 보다 실효성있는 인센티브 지원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일·생활 균형 기업문화 확산을 위해 사업주 컨설팅과 건강보험 정보 등과 연계한 스마트 근로감독을 강화하고, 일·생활 균형 캠페인 예산을 현행 18억원에서 37억원으로 늘려 눈치보지 않고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을 이용할 수 있는 분위기를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한부모도 아이낳고 키우기 좋은 여건을 조성한다.
◇한부모 인식 개선, 양육비 지원 강화
우리 사회의 비혼 양육에 대한 편견과 열악한 경제적 여건으로 인해 출산 포기, 출산 후 유기 또는 입양을 선택하는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한부모 자립을 위한 양육비 지원을 강화한다.
아동 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자녀의 연령을 14세에서 18세로 상향하고, 지원액도 13만원에서 17만원으로 인상한다. 특히 만 24세 이하인 청소년 한부모의 경우에는 현재 18만원에서 25만원으로 인상 폭을 더욱 높인다.
비혼 출산과 양육이 동등하게 대우받는 여건도 확립한다.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야기하는 불합리한 제도와 문화를 개선하고, 임신부터 출산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통합 상담서비스를 강화한다.
미혼모가 자녀를 기르던 중 부(父)가 그 자녀를 인지하더라도 종전과 같은 성(姓)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하고, 주민등록표 상에 계부․계모 등의 표현이 드러나지 않도록 표기 개선을 추진한다.
또한 내년에는 사실혼 부부도 법적혼 부부와 같이 난임시술 건강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자격기준, 지원절차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그밖에 일상 속 차별 사례 등을 접수해 지속적으로 개선과제를 발굴하고, 인식 개선을 위한 홍보 및 캠페인도 진행할 예정이다.
신혼부부가 보다 안정적인 출발을 할 수 있도록 주거지원도 확대한다.
한편 정부는 일·생활 균형 정책의 안정적인 추진을 위한 고용보험기금 국고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방노동관서 내에 일·생활 균형 전담 조직과 인력을 확충하며, 결혼·임신·출산·육아 정보부터 고용·주거·교육에 이르기까지 통합정보를 제공하는 정보 플랫폼도 구축할 계획이다.
이번 대책에 드는 재정소요는 주거대책을 제외하고 약 9000억원으로 예상되며, 내년도 정부 예산안 편성을 통해 구체화할 예정이다. 출생부터 아동의 건강한 성장 지원은 5000억원, 아이와 함께하는 일·생활 균형은 3000억원, 모든 아동과 가족에 대한 차별없는 지원은 70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본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김상희 부위원장은 “보육 중심의 이전 대책과 달리 중소기업의 일․생활 균형과 모든 출생에 대한 차별없는 지원에 중점을 두었다”며 “이번 대책은 기존의 출산율 위주의 정책에서 2040 세대 삶의 질 개선 정책으로 전환하는 첫 걸음으로, 보완이 필요한 부분은 지속 검토하고,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기존 3차 기본계획 재구조화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