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비급여 의약품의 급여화 방안을 내놓은 가운데, 환자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신약의 급여화가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눈길을 끈다.
5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 12층 컨벤션홀에서 개최된 ‘2018 국민일보·쿠키뉴스 미래의학포럼’에서는 정부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와 관련한 치료제 보장성 강화 방안이 논의됐다.
1부 전문가 패널토론에서 장우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상무는 정부가 발표한 ‘선별급여제도’를 바로 적용하면 현재 시행하고 있는 ‘위험분담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참고로 선별급여제도는 문재인케어의 일환으로 이번 정부의 치료제 보장성 강화 정책. 비용효과성 등이 명확하지 않아 건강보험 급여적용이 어려웠던 의약품 중 사회적 요구가 높은 의약품을 대상으로 본인부담률을 높여 건강보험을 적용, 환자의 약품비 부담을 경감시키자는 게 보건당국이 밝힌 제도 시행 취지다.
장 상무는 “산업계는 이번 급여확대 정책의 기본원칙과 추진방향에 공감하고 지지하고 있다. 환자의 의약품 접근성이 높아지고 건강보험의약품의 보장성도 높아질 거라 본다”면서도 “일부 제품에서 선별급여제도와 위험분담제도 간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위험분담제도란, 신약의 효능·효과나 건강보험 재정 영향 등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약회사가 일부 분담하는 제도다. 고가 항암제 및 희귀질환 치료제 등 대체 가능한 치료제가 없거나 생명을 위협할 정도의 심각한 질환에 사용되는 약제를 대상으로 한다.
장 상무는 “가령 ‘주 적응증이 A인 신약 X가 위험분담계약을 통해 급여 중인 상황에서 적응증 B가 선별급여로 등재돼 주 적응증이 B가 되었을 경우’에 위험분담 재계약을 위한 재평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며 “적응증 B는 비용효과성 입증이 어려워 선별급여 됐지만 신약 X의 위험분담 재계약을 위해서는 적응증 B의 비용효과성을 입증해야만 하는 상충이 두 제도 사이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해소하는 별도의 기준이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장 상무는 등재비급여의 급여화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등재비급여 상태의 의약품은 대부분 희귀질환치료제나 고가 항암제이기 때문에 환자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빠른 등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현재 의약품의 비급여 부담은 ‘등재비급여’와 ‘기준비급여’ 두 가지로 구분된다. 등재비급여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의약품 사용시 발생하는 비급여를 말하며, 기준비급여는 적응증·투여대상·용량 등 보험 인정범위를 제한하는 기준이 설정된 의약품을 기준 외 사용시 전액본인부담하는 경우를 말한다. 선별급여제도는 ‘기준비급여’를 중심으로 추진된다.
그는 “건강보험권에 진입하지 못한 등재비급여 의약품의 급여화 추진과 관련, 정부는 협상력 약화를 대비한 제도보완 및 사후관리 체계를 마련하여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며 “그러나 등재비급여 상태의 의약품은 대부분 희귀질환치료제나 고가 항암제이다. 환자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등재비급여의 급여화도 속도감 있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신규 신약의 약가결정에 있어서도 현재 ‘급여-비급여’로 평가하는 것을 ‘급여-선별급여-비급여’로 평가할 수 있는 탄력적인 약가협상 환경을 조성해 등재비급여 약제의 발생을 미리 최소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도 덧붙였다.
환자단체도 항암제 등 생명과 직결된 신약이 빠르게 급여등재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시판허가와 건강보험 적용이 동시에 이뤄지는 ‘신속 건강보험 급여등재제도’ 도입을 제시했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는 “신약이 건강보험 급여화되는 과정에서 식약처 허가 시점과 복지부 장관의 건강보험 급여고시 시점까지는 필연적으로 비급여 영역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한 달 약값이 1000만원을 넘거나 1회 투여 비용이 1억원이 넘는 항암제와 희귀질환 치료제 등 고가의 신약이 비급여 영역에서 장기간 방치되면 문재인케어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안 대표는 “항암제를 포함해 생명과 직결된 신약 대상으로 ‘신속 건강보험 급여등재제도’가 도입돼야 한다”면서 “제약사가 식약처와 심평원에 시판허가와 건강보험 급여결정을 위한 신청을 동시에 하고, 식약처와 심평원도 동시에 심사, 결정을 해서 식약처 허가 후 신약이 시판되는 즉시 모든 해당 환자들이 건강보험 적용되는 약값으로 치료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이후 제약사와 건강보험공단이 약가협상 완료한 후 차액을 정산함으로써 헌법상 보장된 생명과 직결된 신약의 신속한 환자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렇듯 산업계와 환자단체의 주장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비급여 의약품의 급여화를 위해, 약가 상승을 막기 위해 ‘선별급여제도’를 도입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다.
곽명섭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장은 “문재인케어의 목표는 비급여 의료행위나 치료재료를 ‘예비급여’로 급여화 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약제는 기본적으로 비용효과성이 입증된 약제에 대해서만 선별적으로 급여화하고 있다”며 “현재 추진하고 있는 예비급여는 선별급여와 맞지 않다. 그래서 기존 선별급여 체제를 유지하되, 환자들의 비급여 의약품으로 인한 재정 부담을 완화시키는 방안이 선별급여제도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제도의 핵심은 기준비급여를 급여권으로 우선 끌고 오자는 것이다. 100% 해소가 아니다. 임상적 유효성이 불확실하고 경제성이 너무 떨어지면 비급여로 남을 것”이라면서도 “본인부담률을 높여서라도 최대한 급여권으로 가져 오는 것이 목표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등재 의약품의 급여화 과정, 즉 약제의 임상적 유효성, 경제성 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이 빠지거나 빠르게 넘어가면 약가 상승의 문제가, 재평가의 문제 등이 있다”며 “물론 평가 과정에서 불필요하게 있던 시스템의 문제는 해결돼야 하고, 환자들의 안전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이에 대한 검토는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