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통사 군침 흘리는 ‘이브의 사과’ 화웨이

[기자수첩] 이통사 군침 흘리는 ‘이브의 사과’ 화웨이

기사승인 2018-07-11 05:00:00

히브리 성경(구약) 창세기에 등장하는 과일이 있다. 창조주가 금했음에도 불구하고 뱀의 유혹에 넘어간 이브가 먹어버린 것, 바로 ‘사과’다. 이브는 사과틀 탐한 죄로 결국 에덴동산에서 쫓겨난다. 유혹을 이기지 못한 인간의 최후다. 이후 ‘이브의 사과’는 외면하기 힘든 달콤한 유혹을 뜻하는 말로 쓰여왔다. 중국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마주한 국내 이동통신사들에서 유독 이브의 모습이 투영된다.

‘5G 최초 경쟁’이 본격적인 궤도에 올랐다. 통신사들은 지난달 3조3000억원 ‘쩐의 전쟁’ 주파수 경매를 진행했으며, 다음 단계인 필수설비 대가 산정과 5G 통신장비 선정 등에 돌입했다.

가장 화두에 오른 것은 단연 5G 통신장비 선정이다. 현재 이통사들은 가장 유력한 업체로 삼성전자와 화웨이를 꼽는다. 삼성전자는 국내 통신장비 시장의 40%를 차지하고 있으며, 화웨이는 저렴한 가격으로 국내 통신장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업계는 천문학적인 금액을 써야 하는 5G 사업 특성상 저렴한 화웨이를 선택해 통신사들이 투자비를 아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로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도 지난달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MWC 상하이 2018’에서 기자들과 만나 “화웨이는 성능과 품질 등이 스스로 제시한 일정대로 진행되고 있다”며 “특별한 일이 없는 한 (5G에서도) 업체 4개로 진행할 것 같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가 4G에서 화웨이,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4곳의 장비를 사용한 점을 감안한다면 5G에서도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셈이다.

경쟁사인 SK텔레콤과 KT은 화웨이 카드를 놓고 만지작거리고 있지만 쉽사리 집지 못하고 있다. 화웨이의 보안 문제가 도마에 올랐기 때문이다. 보안 통계 사이트 CVE디테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화웨이가 자진 신고한 보안 취약점은 2007년부터 2015년까지 52건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169건으로 급증했다. 

일각에서는 보안 문제가 지속적으로 언급되는 것은 미·중 간 ‘헤게모니 싸움’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미국과 중국이 무역 전쟁을 본격화한 것의 여파일 뿐, 화웨이의 보안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5G와 보안은 떼어놓고 봐서 안되는 이슈다. 5G는 동시에 대용량의 정보를 전송할 수 있는 특성을 지니고 있다. 의료, 전장, 통신 등 무수히 많은 분야에서 활용 가능한 점을 고려한다면 취약한 보안은 치명타다. 만약 5G를 이용해 의료수술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에서 서버가 해킹당한다면 결과는 끔찍한 방향으로 치달을 게 뻔하다.

여론도 좋지 않다. 이통사들이 화웨이 장비 도입을 고민하고 있다는 기사에는 악성 댓글들이 줄을 잇는다. ‘화웨이와 계약한 곳은 매국노이므로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겠다’ ‘해킹당할 것이 무서워 통신사를 변경하려 한다’ 등의 댓글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최초 5G 상용화’ 타이틀을 쟁취하고자 하는 통신사들의 욕구는 이해한다. 국내 최초가 세계 최초가 될 수 있는 만큼 조바심이 날 수도 있다. 최대한 빨리 업체를 선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가격마저 저렴한 화웨이를 무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러나 생각해보라. 달콤해 보이던 사과를 따 먹은 이브는 어떻게 되었나. 춥지도, 배가 고프지도 않던 안락한 에덴동산에서 쫓겨났다. 일정한 수익성이 보장된 안정된 시장의 사업자 이통사들이 고려해야 1순위는 이용자 아닐까. 한번 돌아선 민심은 다시 되돌리기가 더 어려운 법이다.

이승희 기자 aga4458@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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