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심장을 자동차 엔진으로 비유하는 경우가 많다. 심장은 혈액을 펌프질 하면서 전신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하고 노폐물을 배출하는 역할을 한다. 이 기능이 떨어지는 것을 ‘심부전’이라고 한다.
심부전은 모든 심장 질환의 종착역이다. 관상동맥(혈관) 질환이나 심근(심장 근육) 질환, 판막 질환 등이 있으면 심부전으로 진행될 위험이 크다. 이외에도 고혈압이나 당뇨 등의 만성질환도 원인이 될 수 있다.
심부전이 발생하면 심장에서 혈액을 제대로 짜내지 못하기 때문에 신체 조직에 필요한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하면서 각종 증상들이 나타난다.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 등의 증상으로 인해 일상생활이 어려운 것은 물론 예후도 좋지 않다. 암에 이어 한국인 사망 원인 2위를 차지할 정도다.
손호성 고려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심부전으로 진단되면 여생을 1~2년 본다”며 “협심증이나 심근경색 등 심부전 원인 질환의 모든 치료가 불가능해지는 말기 심부전 환자에게는 심장 이식을 시행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심장 이식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심부전 환자의 심장을 제거한 뒤 뇌사 공여자의 심장으로 치환시키는 수술이다.
심장 이식을 받기 위해서는 심장 이식 대기자로 등록이 돼야 한다. 먼저 병원 내 심장 전문의로 구성된 진료팀이 환자에게 심장 이식이 필요하다고 판정하면, 각종 검사 등을 통해 이식 적합성을 평가한다. 이후 장기 이식센터에서 등록절차를 밟아 국립장기 이식관리센터(KONUS)에 대기자 등록을 하고, 심장 공여자가 생길 때까지 대기한다.
이식관리센터는 ‘응급도’와 나이, 대기기간, 혈액형 동일여부, 지리적 접근도 등을 고려해 이식대상자를 선정한다.
손호성 교수는 “먼저 이식 신청을 한다고 해서 수술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공심장, 에크모, 인공호흡기 등 기계에 의존하는 등 응급도가 높을수록 이식 우선 순위가 된다”며 “그러나 대기자에 비해 뇌사 공여자가 적다. 이식술로 인한 사망률은 높지 않지만 대기 시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에 그동안 폐렴 등의 합병증이 발생해 이식 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공여자가 발생했을 때를 놓치면 또 언제 이식을 받을 수 있을지 모르기 때문에 대기자가 있는 병원은 늘 응급 상황이다. 게다가 심장은 멈춰있는 시간이 4시간이 지나면 치료 성적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수술을 진행해야 한다. 손 교수는 “공여자가 부족한 상황에서 이식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이식 대기자가 있는 병원은 항상 준비가 되어 있다”며 “뇌사 판정이 예상되는 시점부터 모든 진료팀이 대기를 하고, 판정이 되어 기증이 완료가 되면 뇌사자의 심장이 병원에 오기 전까지 모든 수술 준비를 마친다. 지금 연락이 온다면 4시간 안에 수술을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문제는 시간이다. 4시간 안에 심장을 다시 뛰게 해야 치료 성적이 좋기 때문에 적출된 장기를 빠르게 이식 수술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며 “그런데 우리나라는 헬기를 띄우는 절차도 복잡하고, 교통체증도 심해 여기서 시간을 많이 뺏긴다”고 꼬집었다.
또 “그래도 요즘에는 모세의 기적이라고 해서 차량들이 길을 많이 비켜 주기 때문에 엠뷸란스를 주로 이용한다. 하지만 시급을 다투는 일이기 때문에 구급차가 과속을 할 수밖에 없고, 비라도 오는 날이라면 사고가 날까봐 조마조마 하다”고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환자와 의료진 모두가 응급 상황인 현실로 인해 흉부외과를 선택하는 전공의의 수는 계속 줄고 있다. 게다가 2020년이 넘어가면 은퇴를 하는 현직 외과 의사들이 많아져 의료체계가 붕괴되는 등 심각한 문제가 올 수 있다는 것이 손 교수의 설명이다. 그는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결국 피해는 환자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손 교수는 “젊은 친구들의 (흉부외과) 지원률이 떨어지고 있다. 흉부외과 의사가 수술을 할 수 있으려면 16년은 걸리는데, 이에 대한 대책을 지금부터 빨리 준비해야 한다. 이미 늦었을지 모른다”면서 “외과의사를 기피하는 현실을 봐야 한다. 우리나라는 일 힘든 것에 비해 보상이 적다. 나도 멋있어서 외과 의사가 됐지만 현실은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모처럼 일찍 집에 간 날이었다. 나와 아내가 모두 일을 해서 아이들이 할머니집에 있었다. 어머니가 아이들에게 ‘아빠가 왔다’고 말했는데 둘째가 전화기 옆으로 뛰어가더니 수화기에 대고 ‘아빠, 아빠’ 거리더라. 3살 된 둘째에게 아빠는 전화기 속에 살던 사람이었던 것”이라며 “우리나라 흉부외과 교수들이 살고 있는 모습이 이렇다. 50살이 넘었지만 매일 당직을 사는 흉부외과 의사들에게 사회는 어떤 보상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