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통증’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앓는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건 비교적 최근의 일이었습니다. 통증환자들의 사연을 보도한 후 쿡기자는 환자들로부터 적지 않은 메일을 받았습니다. 그 중 한 환자의 사연을 전합니다. 전체 흐름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비문과 오탈자, 특정 의료기관명은 수정했습니다.
◇ 1시간만 통증이 없다면
현재 대학병원에 입원중인 저는 교통사고 이후 원인을 알 수 없는 극심한 통증을 3년째 겪고 있습니다. 섬유근육통도 CRPS도 아닌 애매한 진단을 받은 후 저는 진통제 처방은 물론 제대로 된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저는 몸의 어느 한부분이 아니라 전신에서 통증을 겪고 있습니다. 통증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극심합니다.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으론 통증 완화가 되지 않아, 통증이 심할 때면 까무러치기 일쑤입니다. 또한 원인불명의 실신 증세까지 있어 하루하루가 너무나도 괴롭습니다.
통증환자에게 마약성 진통제는 숨도 쉴 수 없는 통증 가운데 얕은 숨이라도 쉴 수 있게 돕는 보조제일 뿐입니다. 그마저도 없으면 하루를 버티는 것이 맨몸으로 태풍을 이겨내는 것보다 어렵습니다.
하루에 단 한 시간이라도 통증 없이 살고 싶습니다. 누구보다 살고 싶었고 빨리 나아서 일상생활이 가능해지길 간절히 바랬습니다. 이젠 그런 생각들이 다 산산조각 나 버리고 너무 지쳐 모든 걸 다 놓아 버리고 싶은 생각뿐입니다. 아마 다른 통증환자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도와주세요. 저를 포함해 다른 통증환자들 모두 죽을 만큼 아파서 이렇게 사느니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하면서도 사실은 그 누구보다 살고 싶어 합니다. 살려주세요. 제발 저희 통증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게 도와주세요.
◇ 살려달라는 말
“통증에서 벗어나도록 도와 달라”는 환자의 절규에 쿡기자는 어떠한 대답도 할 수 없습니다. 쿡기자는 그럴 능력도 권한도 없으니까요. 마약성 진통제가 남용되면 안 된다는 보건당국과 의료기관의 관점이 원칙적으로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통증 환자들이 통증을 경감시킬 유일한 수단이자 치료를 위한 마약성 진통제 사용은 또 다른 문제로 보입니다.
이들의 절규를 듣고 있으면, 무 자르듯 일괄적인 진통제 사용 제한은 통증환자들에게 냉혹한 결정이라고 여겨집니다. 그렇다고 해서 또 어떤 진통제를 어떻게 사용할지에 대해선 논쟁의 여지가 있습니다. 참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앞선 환자를 포함해 쿡기자가 인터뷰한 통증환자들은 자신을 치료하던 의사가 병원을 떠나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말했습니다. 낙담의 수준이 아니라, 절망이나 심지어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하고 있다는 환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자니 답답했습니다. 고작 일개 의사 한 명이 없다고 해서 통증 환자들이 절망까지 하다니요.
이는 곧 국내 통증 환자 치료 시스템의 현주소가 어떤지를 드러내는 극단적인 사례라고 판단합니다. 보건당국은 만성 통증 환자에 대한 최소한의 보완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의료기관도 마찬가집니다. 10년 넘게 기자 생활을 해오면서 “삶을 포기한다”는 낙담의 말을 이렇게 단기간 내에 다수의 이들에게서 들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
물론 정책과 결정의 적절성, 판단과 형평성은 일부 한 계층의 주장을 따를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소수의견’도 존중받아야 합니다. 앞서 보신 통증환자들의 절규만큼 절절한 소수의견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