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망중립성(Network Neutrality)’을 폐지했다. 5G에 도전하는(상용화) 여러 국가들은 큰 투자와 여러 혜택을 제공하며 상용화를 앞당기고 있다”
최근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과 이통3사 CEO(SK텔레콤·KT·LG유플러스)간 간담회에서 황창규 회장이 던진 한마디다.
황 회장의 한마디에 지난달 미국이 망중립성 원칙을 폐기한 이후 국내 IT업계·정치권에서 ‘잠자는 화약고’였던 망중립성 원칙 논쟁에 불이 붙었다.
망중립성은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와 정부가 인터넷의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내용·플랫폼·속도 등에서 차별을 둬서는 안 된다는 원칙이다.
이 원칙은 기존에는 스타트 업을 비롯한 중소 콘텐츠 기업들이 콘텐츠와 서비스만 훌륭하다면 대기업과도 경쟁이 가능한 방파제 역할을 했다. 해외에서는 유튜브·페이스북·아마존·넷플릭스 등 글로벌 온라인 콘텐츠 사업자(CP)가 탄생할 수 있었던 원동력으로도 손꼽힌다.
당초 좋은 취지로 제정된 망중립성은 현재 국내에서는 지난한 문제다. 기계적 망중립성과 달리 현 상황은 얽히고설킨 실타래 같기 때문이다.
망중립성은 5G 상용화를 위해 요구되는 ‘네트워크 슬라이싱(Network Slicing)’기술과 상충된다. 이 기술은 하나의 망을 자율주행차·원격의료·모바일용으로 고객에게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5G기술이다. 예컨데 원격진료 망과 자율주행 망, 모바일 순으로 생명·안전 등을 고려해 데이터를 우선 처리하는 식이다.
하지만 국내에서 적용 중인 망중립성 아래에서는 사용이 불가하다. 통신사(네트워크 사업자)들은 데이터 속도 등에 있어 모든 콘텐츠(사업자)들에게 어떤 차별도 둬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뿐이 아니다. 국내에서 글로벌 CP(구글의 유튜브·페이스북·넷플릭스)들은 망중립성 아래에서 망 사용료를 거의 안 내고 ‘트래픽 하마’로 국내 망에 무임승차 중이다. 단적으로 구글의 유튜브는 국내 동영상 시장에서 75%의 점유율을 자랑하고 있지만 망사용료를 거의 지불하지 않고 있다.
이통사의 5G 초기 설비투자비(CAPEX)는 10조원 이상으로 예측된다. 망중립성이 개정되지 않는다면 이통사가 투자한 5G망에 글로벌 CP들은 현행처럼 과다 트래픽을 유발할 것은 분명하다.
이 같은 상황이 유지돼 이통사가 글로벌 CP에게 적정한 망 사용료를 얻어낼 수 없다면 이통사들이 망 투자비용을 회수할 대상은 이용자들뿐이다. 글로벌CP가 제도적 취약점과 우위적 위치를 이용해 과도하게 사용한 트래픽 손해를 국내 소비자들이 감내해야 할 우려도 있다.
물론 망중립성 개정이 망사용료에 있어 만능키는 아니다. 그러나 중립성 개정을 통해 기본적인 원칙인 ‘쓴 만큼 지불한다’를 지키게 할 필요성은 있다고 본다.
네트워크 슬라이싱에 있어서는 일반 이용자(스마트폰 사용자)들에게 제공되는 서비스 품질은 동일하게 유지하면서도 네트워크 슬라이싱 기술에는 망중립성 예외범위를 두는 등 방안도 있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본다.
당장 망중립성을 폐지하고 큰 변화를 만들자는 말이 아니다. 이통사와 정부 등이 머리를 맞대고 5G 상용화 이전에 4차산업혁명 국가 인프라가 될 5G를 더욱 발전시킬 방안을 찾아내길 바라본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