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풍지대에 새로운 바람이 분다. 주말극엔 tvN ‘미스터 션샤인’이, 월화극에 JTBC ‘라이프’라는 대작이 자리를 잡는 모양새다. 수목극은 그동안 왕좌를 지켰던 tvN ‘김비서가 왜그럴까’가 26일 오후 종영을 앞두고 있어 치열한 접전이 예상된다.
지난 25일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와 MBC ‘시간’이 tvN ‘아는 와이프’보다 한주 먼저 방송됐다. 첫 방송 시청률은 ‘친애하는 판사님께’가 6.3%(닐슨코리아 기준)로 4.0%의 ‘시간’을 제치고 달려 나갔다. 하지만 ‘시간’에 대한 반응도 심상치 않다. 동시간대에 펼쳐진 ‘친애하는 판사님께’와 ‘시간’의 첫 방송을 분석해봤다.
△ MBC ‘시간’ -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호텔 스위트룸 수영장에서 죽은 빨간 원피스의 여성을 천수호(김정현)이 발견하며 시작된다. 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무능력한 재벌 3세 천수호는 세상 모두가 자신을 무시한다고 믿는 인물이다. 백화점의 주차도우미 설지현(서현)이 실수를 하자 “너도 나를 무시하냐”며 무릎까지 꿇린다. 하지만 이 사건이 SNS를 통해 화제가 되고 그룹에 영향을 미치자 수호는 사과하러 지현의 집을 찾아간다. 여전히 고압적인 태도에 돈까지 건네려는 수호에 지현은 반발하지만, 수호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쓰러지자 지현은 그를 병원에 입원시킨다. 다음날 수호는 악성 뇌종양으로 6개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계속해서 술을 마신다. 술 시중을 위해 부른 접대부는 돈 때문에 몰래 일을 시작한 지현의 동생 지은(윤지원)이었다. 수호가 잠든 사이 약혼녀 은채아(황승언)이 찾아와 지은을 무시하며 때리고 돈을 수영장에 집어던지고 나간다. 술에 취한 채 돈을 줍던 지은이 물에 빠져 사망하고 첫 장면으로 연결된다.
아무런 기대 없이 보다가 첫 방송부터 깜짝 놀라게 되는 드라마다.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진전하는 안정된 이야기가 쉽게 몰입하게 만든다. 최호철 작가는 KBS ‘비밀’, SBS ‘가면’에서 보여준 자신의 장기를 또 한 번 입증했다. 방송 전 제작발표회에서 무표정으로 일관한 배우 김정현의 재벌 3세 연기는 논란을 지울 정도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약점도 있다. 모든 사람들에게 소리를 지르는 폭력적인 남자주인공을 참고 지켜봐야 한다. ‘비밀’, ‘가면’이 방송됐던 3~5년 전과 지금은 완전히 다른 시대라는 걸 잊고 있는 것 같다. 또 재벌과 시한부라는 자극적인 요소를 한 번에 쓴 점도 드라마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린다. 아직 더 해야 될 이야기가 남아있는지 의심스럽다.
다음 회를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다만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시간’을 만나면 보게 될 것 같다. 영상미와 배우들의 연기만으로도 보는 데 의미가 있고 시간이 잘 가는 드라마다. ‘친애하는 판사님께’와는 경쟁 구도를 형성할 만하겠지만, ‘아는 와이프’를 이기긴 힘들지 않을까.
△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 - 매주 수, 목요일 오후 10시 방송
얼굴은 같지만 성향은 전혀 다른 쌍둥이 형제의 엇갈린 삶을 그려내는 것으로 첫 회가 시작됐다. 형 한수호(윤시윤)는 법정에서 새해 덕담 후 사형 선고를 동시에 내릴 만큼 냉정한 판사다. 동생 한강호(윤시윤)는 교도소를 다섯 번이나 들락날락한 전과 5범. 10원짜리 동전을 녹여 팔아 이익을 취한 한강호는 검찰조사에서 검사 시보 송소은(이유영)에게 자신의 과거를 털어놓는다. 고교시절 학교폭력에서 형을 구했지만, 형의 거짓말로 인해 범죄자로 전락했던 것. ‘10원 동전’ 사건으로 또 다시 징역을 살고 나온 강호는 출소하자마자 범죄에 휘말리고 “형을 찾아가지 말라”는 어머니의 말에 울컥해 형을 찾아간다. 하지만 형 수호는 괴한에게 납치돼 행방불명인 상황. 강호는 수호의 집으로 자신을 잡기위해 들이닥친 경찰을 피하기 위해 형인 척하다가 얼떨결에 법정까지 들어가 판결을 시작한다.
첫 회부터 시청자의 눈을 사로잡겠다는 결의가 느껴지는 연출과 내용이다. 빠른 전개로 자극적인 장면들이 이어진다. 1인 2역을 맡아 대부분의 장면에 등장하는 윤시윤의 활약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하지만 첫 편만 봐서는 지금까지 나온 법정 드라마와 무엇이 다른지 알 수 없다. 내용과 소재 면에서 앞서 방송된 ‘스위치-세상을 바꿔라’가 떠올라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아쉬움도 있다. 송소은이 상관에게 성추행을 당하는 장면은 지나치게 관음적인 시선으로 연출됐다는 느낌을 지우기 힘들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다음 편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2편을 반드시 봐야할 이유는 찾지 못했다. 첫 편의 빠른 전개와 여러 캐릭터 조합이 마음에 들었던 시청자라면 다음 편을 보고 ‘본방 사수’를 결정해도 좋을 것 같다.
인세현 기자 inout@kukinews.com / 사진=MBC·SBS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