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상설특검 후보 추천 규칙 개정안과 양곡관리법 등 여당이 반대하는 법안들을 국회 본회의에서 무더기 강행처리했다. 국민의힘은 즉각 대통령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건의와 권한쟁의심판 청구 등을 언급하며 맞섰다.
국회는 28일 본회의를 열고 ‘특별검사후보추천위원회의 구성 및 운영 등에 관한 규칙 일부개정규칙안’(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을 표결에 부쳐 재석 281명 가운데 찬성 179명, 반대 102명으로 가결했다.
규칙 개정안은 대통령 또는 그 가족이 연루된 수사의 경우 7명으로 구성되는 상설특검후보추천위에서 국회가 추천하는 4명 중 여당 추천 몫 2명을 제외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이는 야당 주도로 ‘김건희 상설특검’을 가동하기 위한 민주당의 전략으로 보인다. 여당은 “상설특검을 민주당 입맛대로 맞춰 지명하기 위한 ‘꼼수’ 개정안”이라고 반발했다.
이날 본회의에서는 국회의 예산심사 법정 기한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한 경우 정부 예산안 등이 본회의에 자동으로 부의되지 않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정부·여당은 개정안이 국회 선진화법 도입 취지를 무력화하고 조세법률주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반대했지만, 과반 의석을 가진 야당을 막아내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첫 거부권 법안인 양곡관리법을 포함한 ‘농업4법(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가격 안정에 관한 법률·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도 22대 국회 문턱을 넘었다. 국민의힘은 앞서 농업4법에 대해 반대 당론을 정했지만, 다수 의석을 가진 민주당 또한 농업4법 통과를 당론으로 정하면서 법안이 처리됐다.
양곡법은 남는 쌀을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고, 쌀값이 기준 가격보다 폭락할 경우 정부가 차액 일부를 보전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야당 주도로 본회의를 통과했지만 윤 대통령의 거부권에 가로막혀 최종 폐기됐다.
야당의 입법 강행에 여당은 즉각 윤 대통령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만일 윤 대통령이 이날 본회의를 통과한 모든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게 되면, 취임 이후 거부권 행사 횟수는 25번에서 총 30번으로 늘어나게 된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오늘 본회의에서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국회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이 통과됐다”며 “이런 법들은 위헌적 요소를 담고 있어 대통령께 재의요구를 건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도 이날 본회의 직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정부가 그간 농업4법에 대한 문제점과 대안을 설명하고 반대 입장을 밝혀왔음에도 국회 본회의에서 수정 없이 처리된 점이 대단히 유감스럽다”며 “양곡관리법 개정안 등 네 개 법안에 반대한다.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겠다”고 했다.
다만 상설특검 규칙 개정안의 경우 대통령 거부권 행사 대상이 아닌 만큼 본회의 통과 시 곧바로 시행된다. 국민의힘은 이에 대해 권한쟁의 및 위헌심판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 안에 여당이 반대하고 있는 법안 최소 3건을 상정할 방침을 세운 만큼, 여야의 충돌로 정국 경색이 불가피해 보인다. 민주당은 다음 달 2일 국회 본회의에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 등 검사 3명에 대한 탄핵소추안과 최재해 감사원장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또 고교 무상교육과 관련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을 다음 달 10일까지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