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편요금제 도입이 사실상 물 건너갈 전망이다. 여야 정치권 모두 시장 개입의 부작용을 우려하며, 규제 도입에 회의감을 표했다. 정부에서는 가계통신비 인하를 위해 추진하려 하지만, 법안 자체의 국회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진 상황이다.
25일 과학기술정보통신방송위원회(이하 과방위·위원장 노웅래)는 최근 이뤄진 위원회 구성 후 첫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여야를 가릴 것 없이 ‘보편요금제’에 대한 우려와 정부의 시장개입이 지나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윤상직 자유한국당 의원은 회의를 통해 “보편요금제가 법제화될 경우 이통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주가는 하락할 것”이라며 “이통사에 투자한 외국인들이 피해를 우려해 투자자국가소송제(ISD)를 제기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정부가 규제권 자체를 내려놓을 것을 요구했다. 그는 “예를 들어 요금 인가제는 소비자 이익 증대보다 사업자의 담합을 자연스레 만들어낸다”며 “규제를 철폐해 경쟁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동통신 업계는 줄곧 보편요금제가 될 경우, 이통사의 수익 하락을 우려하며 보편요금제 도입을 반대해왔다. 실제 이통사는 올해 1분기부터 선택약정 할인 탓에 수익이 하락했고 올해 2분기 무선 실적(이동전화 사업 매출)하락도 기정사실화돼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례로 SK텔레콤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대비 18% 감소한 3469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압박 이후 2분기 연속으로 보이는 감소세다.
당초 여당은 보편요금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이 없었고, 야당만이 회의적인 의사를 지속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번 회의에서 여당도 동일하게 회의적 시각을 보였기에 법안 통과 가능성은 더욱 희미해진 상태다.
관련 업계에서는 야당에 여당까지 보편요금제에 회의적 입장을 견지하자 법안 통과는 불투명하다고 보고 있다.
당초 정부는 ‘기본료 폐지’ 공약을 가계통신비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통신 서비스가 4세대(LTE)로 넘어오면서 데이터요금제에는 기본료 항목이 없고 현실적으로도 기본료 추산이 어려웠다. 이에 보편요금제를 기본료 폐지의 대안으로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요금제는 기존 3만원대 요금제를 2만원에 낮추고 음성통화 200분·데이터 1GB를 제공한다. 이에 더해 사업자인 이통사가 아닌 정부가 요금 결정권을 갖게 된다.
이통사들은 보편요금제와 흡사한 요금제를 정부보다 앞서 선제적으로 도입한 상태다. 실적도 문제지만 가격 결정권은 빼앗길 수 없다는 모양새다. KT와 SK텔레콤 등은 각각 LTE 베이직과 스몰 요금제를 출시했다.
두 요금제 모두 음성통화 무제한에 데이터는 1.2GB를 제공한다. 가격이 보편요금제보다 조금 비싸지만 선택약정 할인과 통신사 부가 혜택을 고려하면 보편요금제보다 나은 서비스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보편요금제는 5G 시대에 사업자의 요금 결정권을 정부가 갖겠다는 것”이라며 “허나 통과는 어려울 것이다. 여당 의원들도 내부적으로 보편요금제에 대한 과도하다는 입장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담당 기관도 국회로 공을 넘기고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5G 상용화와 보편요금제를 동시에 요구하는 일이 쉽진 않다”며 “시장 개입도 난감하지만 알뜰폰 업계에 끼칠 여파도 문제다.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는 한 도입 가능성은 희박할 것”라고 전망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