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생코호트①] '환경'문제 밝히려 출생아 7만명 추적

[출생코호트①] '환경'문제 밝히려 출생아 7만명 추적

2015~2019년생이 주인공...20년 추적해 환경-건강영향 규명

기사승인 2018-08-03 00:15:00

한국은 과연 살만한 땅일까. 살인적인 더위와 추위를 오가는 기후변화와 나날이 심해지는 대기오염. 가습기살균제, 독성물질 생리대, 라돈사태 등 끊이지 않는 환경 이슈, 그리고 한국 고유의 생활방식까지. 수많은 환경문제가 우리를 둘러싸고 있지만 한국인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진 바는 없다. 이 비밀을 풀기위해 2015~2019년생 아이들 7만여명을 최대 20여년간 추적하는 대규모 연구가 이제 막 시작됐다. 초저출산 시대에 태어난 아이들의 삶이 어떤 비밀을 밝힐지 주목된다.

◇초저출산시대 아이들의 삶

경기도 김포 신도시에 거주하는 오소희씨(29세)는 매일 아침 17개월 된 시윤이를 안아들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시윤이는 귀한 아이다. 신혼 초 부부는 둘 다 20대로 젊은 나이인데도 생각보다 임신이 쉽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임신을 계획하고 2년 반 만에 가진 아이 시윤이. 오씨는 시어머니가 지어준 한약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했다.

시윤이는 활동량이 유독 많은 남자 아이다. 어느 날은 거실에서 꽥꽥 울고 있어서 봤더니 온 몸에 뻘겋게 고추장을 발라놓고 있는가 하면, 어떤 때는 화장대를 뒤져 립스틱, 귀걸이 등을 막무가내로 입에 넣어 엄마를 놀라게 한다. 잠시도 쉬지 않는 활발한 아이지만 미세먼지가 유난히 심한 날에는 하루 종일 집 안에만 있을 수밖에 없다. 

엄마 아빠는 ‘경쟁’이 제일 걱정이다. 학교에 들어가면 학업경쟁, 졸업하면 취업 경쟁으로 혹여 남들보다 뒤쳐지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고민이라고 했다. 부부에게 둘째아이는 계획에 없다. 한 아이를 제대로 키우는 것이 목표다. 오씨는 “시윤이가 행복하게 자랐으면 좋겠다. 듬직하고 활발한 어른으로 키워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진통 4시간 만에 몸무게 3kg로 태어난 시윤이. 이 아이에 대한 기록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시작됐다. 임신 당시에는 엄마의 건강상태나 먹는 음식, 사용하는 물건 등이, 태어난 이후에는 집안의 거주 환경, 질환 등 건강영향과 성장발달에 대한 방대한 정보가 연구자들에 수집됐다. 오늘도 전국에서 7만여 명의 시윤이가 기록되고 있다. 그 중 5000명은 20년 간 생애주기에 따라 추적될 예정이다.

◇영국은 40년대 시작한 출생코호트, 한국은 이제야 시작점에

“임신 전에는 ‘엽산’을 먹고, 음주‧흡연은 절대 금해야...”

지금은 누구나 아는 건강상식으로 알려져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다. 흡연과 음주가 태아 건강에 치명적이며, 납이나 수은 노출이 아이의 뇌기능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 바로 출생 코호트(추적조사 연구)다. 출생 코호트는 태아에서부터 성인기에 이르기까지 생애주기별로 장기간 추적 관찰하는 연구다.

1946년 영국에서 처음 시작된 출생코호트는 임신 중 흡연이 어린이의 발육에 미치는 영향, 부모의 경제적 수준이 아이에 미치는 영향 등을 밝혀낸 바 있다. 이 연구는 70년이 넘도록 지속, 지난 2016년에는 70주년을 기념하는 생일파티를 열기도 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세계적인 규모의 출생 코호트가 시작돼 주목된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에 비해서는 늦은 편이지만, 환경·보건 문제 만큼은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 중에서 선두를 노려볼만한 혁신적인 모델을 구축했다고 한다.  

'어린이환경보건출생코호트'사업 책임자인 하은희 이대목동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는 “출생코호트는 출생 전 환경 노출과 출생 후 성장에 따른 건강영향을 관찰하기 위한 최적의 연구”라며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아주 중요한 과제”라고 자신했다.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주관하는 이 연구는 6만5000명의 임신‧출산 과정을 일제히 조사하는 대규모코호트와 5000명을 대상으로 생애 전 주기에 걸쳐 20년간 추적하는 상세코호트로 나뉜다. 코호트에 참여하지 않더라도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연계해 2015~2019년 전체 출생아들의 정보가 연구에 활용될 예정이다. 

하 교수는 “출생코호트를 운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과 시간, 비용이 든다. 7만명의 모든 아이들을 추적관찰하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한국 실정에 맞는 출생코호트 모형을 만든 것”이라며 “질병발생률 산정을 위해서 6만 5천명을 모집하는 대규모 코호트와 질병 발병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5천명을 모집하는 상세코호트로 구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 교수는“소아암, 소아당뇨 등 질환까지 연구하려면 7만명 코호트 보다 더 많은 모집수가 필요하다. 직접적으로 추적하지는 않지만 국가자료를 활용하는 체계를 구축했다"며“한국 실정에 맞는 환경보건에 대한 기초자료를 만들고, 궁극적으로 좋은 정책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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