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가운데 최근 고령화 및 독거노인 증가로 노인 자살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로 우울증과 일상생활 능력이 노인 자살과 연관이 있다는 지역사회건강조사자료가 발표되면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최희정 건국대 간호학과 교수는 충청북도 지역사회건강조사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지역사회 거주 노인의 자살생각과 자살시도에 영향을 미치는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 연구를 2일 ‘지역사회 건강과 질병’ 8월호에 공개했다.
이 연구는 2014년 충청북도 지역사회건강조사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상관관계연구로, 충북에 거주하고 있는 65세 노인 총 3287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자살생각, 자살시도 경험은 종속변수로 하고, 위험요인으로는 인구학적 특성, 신체적, 심리적 사회적 요인을 단순로지스틱 회귀분석으로 실시했다.
연구 대상 노인 중 최근 1년 간 자살생각 경험이 있는 노인은 21.7%, 자살시도 경험이 있는 노인은 0.8%로 조사됐다. 신체적 요인에 해당하는 ‘일상활동’의 경우 어느 정도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노인의 자살생각 위험성은 1.48이었으며, 심한 문제가 있다고 응답한 노인의 경우 자살생각에 대한 위험성이 유의하게 높지는 않았다. ‘통증’이 약간 있다고 응답한 노인과 심하다고 응답한 노인의 경우 각각 1.47, 2.43으로 자살생각에 대한 위험성이 유의하게 높았다.
심리적 요인 중 스트레스를 거의 느끼지 않거나 조금만 느끼는 노인에 비해 스트레스를 꽤, 혹은 많이 느끼면서 상담 경험이 없는 노인의 자살생각에 대한 교차비는 3.60이었다. 또 스트레스를 꽤 혹은 많이 느끼면서 상담 경험이 있는 노인의 자살생각에 대한 교차비는 3.52로 유사하게 나타났다.
최근 1년 동안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의 우울을 경험한 적이 없다고 응답한 노인에 비해 이를 경험했지만 상담은 받지 않는 노인의 교차비는 3.16, 상담 경험이 있는 노인의 교차비는 5.67로 나타났다.
노인의 자살시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종속변수로 한 다중로지스틱 회귀분석에서 유의한 변수는 ▲신체적 요인의 일상활동과 ▲심리적 요인에 해당하는 우울 및 상담 ▲자살생각 및 상담 ▲사회적 요인에 해당하는 정기적 친목활동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일상활동에 다소 문제가 있는 노인의 자살 시도에 대한 위험성은 일상활동에 문제가 없는 노인에 비해 6.14로 높았다. 최근 1년 동안 연속적으로 2주 이상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슬프거나, 절망감을 느낀 적이 있으면서 상담을 받은 적이 없다고 응답한 노인은 우울을 경험하지 않은 노인에 비해 자살시도 위험성이 높았다. 그러나 우울로 인해 상담을 받은 적이 있다고 응답한 노인의 경우 자살시도의 위험성에 대한 승산비(한 집단이 다른 집단에 비해 성공할 가능성)가 유의하지 않았다.
자살생각이 자살시도에 미친 영향을 검증한 결과, 자살생각의 경험이 있으면서 상담을 받지 않는 노인과 상담을 받은 노인 모두 자살생각이 없었던 노인에 비해 자살시도의 위험성이 유의하게 높았다. 또한 정기적으로 친목활동을 하는 노인에 비해 그렇지 않은 노인의 자살시도에 대한 교차 비는 3.04로 유의하게 높았다.
최희정 교수는 “자살시도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자살생각이었으며, 다음으로 우울, 일상활동 제한으로 나타났다”면서 “자살시도의 위험을 줄이는 보호요인으로는 한 달에 1회 이상의 정기적 친목활동으로 나타났다. 자살생각과 자살시도의 공통적 위험요인이 우울과 일상활동 제한이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노인 자살 예방을 위해서는 노인의 우울 관리를 위한 상담 및 치료의 제공뿐만 아니라 일상생활 보조를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스트레스, 우울 및 자살생각과 관련된 전문적 상담에 참여하는 노인의 수가 적었다. 전문적 상담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접근성 향상을 통해 이용률을 높이고, 나아가 상담인력의 전문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