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는 아픈 무릎으로 논에 나간다

할머니는 아픈 무릎으로 논에 나간다

황혼의 불청객, 관절염④

기사승인 2018-08-04 00:24:00

가장 먼저 고령화의 바람이 불어온 곳은 농촌이었다. 청년들이 떠난 농촌에서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퇴양 볕이 쏟아지는 논과 밭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일을 한다. 평생 성실히 농사를 지었지만, 이들에게 남은 건 별로 없다. 관절염으로 퉁퉁 부은 무릎과 고령의 나이에 감당해야 할 고된 농사일이 사실상 전부다. 경제적 사정이 어렵다보니 건강관리는 늘 뒷전이다. 퇴행성관절염 예방을 위한 운동이나 유전자 치료, 하다못해 연골주사 마저도 어르신들에게는 사치나 마찬가지다.

무릎이 작살난 겨

전숙자씨(가명·80)는 충청도에서 고추 농사를 짓고 있다. 17살 꽃다운 나이에 시집와 평생 호랑이 같은 시부모를 모시고 병수발까지 성심성의껏 도맡은 전형적인 농촌 아낙이었다. 장성한 자식들이 서울로 떠나고, 남편마저 몇 해 전 병으로 여의고 난 후, 전씨가 할 수 있는 일은 익숙한 농사뿐이었다.

자녀들에게 부담을 주기 싫어서, 애호박을 팔고 남은 돈푼으로 손자들에게 과자 사줄 돈을 마련하려고 전씨는 열심히 일했다. 경작에 드는 인력비를 아끼려고 남들보다 먼저 밭에 나가서 제일 늦게 집에 돌아왔다.

올게 오고야 말았다

평소에도 성치 않았던 무릎이 아파 몸져누운 전씨는 자식들의 손에 이끌려 병원을 찾아왔다. 퇴행성 무릎 관절염이었다. 연골주사로는 손쓸 수 없을 만큼 전씨의 무릎 연골은 엉망이 되어 있었다. 평생 해온 고된 농사의 결과였다.

언제고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던 거여. 고추를 마저 따야하는데.”

의사는 전씨에게 무조건 휴식을 취하라고 말했지만, 전씨는 아마도 이 말을 듣지 않을 것이다. 곧 다가올 추석에 손주에게 용돈이나마 쥐어주려면 전씨는 농사일을 하루도 쉴 수 없다고 생각할 게 분명했다.

저소득 노령층에게 관절염은 더 큰 고통

병원에 내원하는 환자의 10명 중 9명은 무릎 퇴행성관절염 환자다. 과체중에 무릎을 많이 사용했던 환자들이 특히 많다.”

충남대학교병원 유인설 류마티스내과 교수의 말이다. 유 교수로부터 충남대학교병원 류마티즘 및 퇴행성 관절염센터에 방문하는 지역 무릎 관절염 환자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센터에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많이 내원하나.

"일반적으로는 50대 초 폐경 전의 어머님들께서 병원을 많이 찾아온다. 관절이 아프니까 관절염이 아닌지 전문의의 진단을 듣기 위해서 내원하는 것이다. 요즘 건강검진 항목에도 관련 검사가 포함돼 있어 비교적 조기발견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그러나 현재 무릎 관절염으로 고생을 많이 하는 분들은 60~70대 연령의 환자들이다. 건강검진은 물론 병원 문턱이 높아 여러 혜택을 받지 못한 분들이 무릎 관절염에 고통 받고 계시는 것 같다.”

- 이런 분들의 사정은 특히 더 안타까운 것 같다.

어르신들께서 아파도 참다가 관절이 너무 많이 망가진 후에야 병원을 찾아온다. 관절 상태가 너무 좋지 않다보니 약도 잘 안 듣고 일상생활에서도 큰 불편을 겪는다. 병원에 일찍 왔더라면 최소한의 예방은 할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다.”

- 저소득층 환자들의 상황은 더 좋지 않은 것 같다.

관절염이 생명과 직결되는 질환은 아니다. 경제 수준이 낮은 분들일수록 관절을 많이 사용해 일을 하는 경우가 많다. 퇴행성관절염은 직업과 연관이 많기 때문에 일을 중단하고 충분히 쉬어야 병이 개선된다. 거듭 일을 줄이고 쉬시라고 말해도 고령화 현상으로 일할 사람이 없는 농촌 분들은 일을 계속할 수 밖에 없다. 쉬질 못하니 병은 더욱 악화된다. 의사로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 어떻게 해야 무릎이 좋아질까.

체중 감량이 제일 좋다. 무릎에 좋은 운동은 평지를 걷거나 실내에서 타는 자전거, 수영도 도움이 된다. 특히 수영은 거의 웬만한 관절에 좋다. 운동으로 등산을 다니는 환자들이 많다. 산에서 내려올 때 관절이 손상을 입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가급적 등산 스틱을 활용해 하중의 분배를 하길 권한다.”

*기사는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 <황혼의 삶 흔드는 관절염‘> 프로젝트로도 연재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

김양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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