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업계가 원가(망도매대가)보다 저렴한 저가요금제를 내세우는 등 마른 수건을 쥐어짜고 있다.
이는 최근 이통사(KT‧SK텔레콤)들이 현 정부의 통신비 인하 기조에 발맞춰 저가요금제를 출시하면서 가격경쟁력이 위태로워진 알뜰폰 기업들의 고육지책(苦肉之策)으로 풀이된다.
알뜰폰 업계는 이통3사의 저가요금제가 보편요금제(월2만원‧음성200분‧데이터 1GB) 수준으로 도입될 경우 현재 알뜰폴 가입자 410만명 중 저가요금제 가입자 170만명 이상이 이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상황이 다급해지자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인 CJ헬로와 최근 ‘GS25요금제’와 ‘랄라블라요금제’ 출시로 주목받은 U+알뜰모바일, 업계 3위인 KT 엠모바일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KT 엠모바일은 알뜰폰 이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음성 4개 구간(50분‧100분‧ 150분‧200분)과 데이터 3개 구간(2.4GB‧3.5GB‧5.0GB)을 제공하는 12가지 선택형 유심 요금제를 출시했다. 월 이용료는 최소 1만4000원(음성 50분‧데이터 2.4GB)에서 최대 2만8000원(5GB‧음성 200분)으로 구성됐다.
이번달까지 ‘국민통신요금제’라는 저가 요금제도 판매한다. 기본료 9790원에 음성 100분·데이터 1.5GB가 제공되는 요금제부터 월 3만6080원에 월 데이터 10GB에 데이터 소진 시 매일 2GB를 제공하는 ‘M 데이터선택 유심 10GB’ 등 7종이다.
CJ헬로와 U+알뜰모바일도 월 2만원 이하에 데이터·음성을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요금제 판매에 나섰다. CJ헬로는 이번달까지 1만9300원에 데이터·음성을 무제한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 판매를 진행 중이며 U+알뜰모바일은 제휴카드 이용 시 월 1만190원에 데이터‧음성 등이 무제한인 요금제를 기간 제한 없이 판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알뜰폰 업계의 이런 노력을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고 보기도 한다. 근본적으로 이통사가 저가요금제를 완전히 개편하면 결합할인‧멤버십 서비스 등에서 알뜰폰 요금제가 가격경쟁력과 서비스에서 밀린다는 이야기다.
알뜰폰은 2016년부터 여러 자구책과 ‘저가 요금제’ 구간에서 좋은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영업 적자를 큰 폭으로 줄였다. 실제 전체 사업자의 영업 손실은 2013년 908억원, 2014년 965억원, 2015년 511억원, 2016년 317억원, 지난해 270억원으로 크게 감소했다.
하지만 현재 이통사의 저가 요금제 출시로 인해 경쟁력이 크게 위협받고 기존 고객은 물론 신규 고객 유치까지 불투명해진 상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작한 사업에 발을 뺄 수도 없는 노릇”이라며 “알뜰폰 수익은 알뜰폰 사업자가 이동통신사 망을 빌려 쓰는 대가인 망도매대가를 제외하면 서비스 매출의 45%만 알뜰폰 사업자들이 얻는다. 인건비와 마케팅 비용을 포함하면 또 적자”라고 설명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당초에는 시장 내에서 사업자끼리 경쟁만 했으면 됐다”며 “치킨게임 소리는 들어도 이통사와 경쟁까지는 깊은 고민은 없었다. 엉뚱한 (보편요금제) 곳에서 일이 터져 출혈을 하면서라도 고객을 잡아야 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