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갤럭시노트처럼 전용 ‘펜’을 탑재한 ‘LG Q8’을 출시하는 가운데, 흥행에는 ‘적색 경고등’이 켜졌다.
LG전자는 LG Q8을 오는 10일부터 판매할 예정이다. 출고가는 53만9000원으로 전용 펜과 다양한 편의 기능이 포함됐다.
이 기기는 삼성의 노트 시리즈의 ‘S펜’과 같은 ‘LG 스타일러스 펜’이 탑재됐다. 화면이 꺼진 상태에서도 펜만 뽑으면 디스플레이에 바로 메모할 수 있는 ‘바로 메모’, 아무 화면에서나 즉시 메모하는 ‘팝 메모’ 등 다양한 펜 기능이 지원된다. 이와 함께 1600만 화소의 고성능 카메라와 LG만의 사운드 튜닝 기술인 ‘하이파이 쿼드 DAC’ 등 멀티미디어 기능도 더해졌다.
LG전자는 Q8이 전자펜과 좋은 멀티미디어 기능을 탑재하면서도 50만원대에 소비자에게 판매되기에, 고객들에게 좋은 중저가 스마트폰 선택지로 제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양을 뜯어보면 성능이 아쉽다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이통업계 관계자는 “다른 점은 제쳐두고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사양이 낮은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스마트폰의 AP는 컴퓨터의 중앙처리장치(CPU)의 역할을 한다. 해당 부품은 영상‧게임‧영상 감상 등 다양한 기능을 통합해 처리하는 스마트폰의 ‘두뇌’ 역할을 담당한다.
Q8은 이런 스마트폰의 핵심 장치를 퀄컴(Qualcomm)의 스냅드래곤450으로 탑재했다. 스냅드래곤 450은 성능 위주의 프로세서가 아닌 배터리 시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주목적인 프로세서로 주로 ‘초저가형’ 스마트폰을 커버하는 AP다.
Q8이 스냅드래곤 450을 출시한 것과 달리 화웨이, 샤오미, TLC 등 중국 회사의 단말기들은 Q8보다 우위에 있는 AP를 탑재했다. 샤오미의 홍미노트5는 퀄컴 스냅드래곤636, 화웨이의 노바라이트는 기린 659, TLC의 블랙베리는 스냅드래곤 660을 탑재했다. 이 AP들은 중상급용 스마트폰 AP로 분류된다. Q8에 탑재된 스냅드래곤 450보다 우위에 있는 AP다.
더 좋은 AP를 탑재했음에도 가격은 중국산 제품들이 더 저렴하다. 중국 제조사 TLC의 블랙베리키투와 샤오미의 홍미노트는 30만원대, 노바라이트는 20만원대에 불과하다.
업계에서는 중국산 제품이 더 나은 AP를 차용하고도 저렴한 이유와 관련해 중국산 스마트폰들이 소품종 대량생산을 통해 저렴해진다는 점, 샤오미와 같은 회사들이 제품에 최대 5%의 마진만 붙이는 점 등이 우수한 가격 경쟁력의 원인이라고 설명한다.
이에 반해 LG를 비롯한 국내 제조사들은 신제품을 내놓을 때마다 각종 부품 개선에 따른 비용 증가와 OS(운영체제) 최적화, 사후서비스(AS)가 스마트폰 가격에 포함된다는 점과 중국 기업처럼 소품종을 대량 생산하는 것이 아니다 보니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부족한 점도 있다는 설명이다. 성능이 낮은 AP를 쓰더라도 중국 제품에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상황이다.
이런 속사연이 있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Q8의 AP가 중국산 스마트폰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중상급용 스마트폰 AP(스냅드래곤 600)를 적용한 제품과 초저가형 스마트폰을 주로 커버하는 AP를 탑재한 제품은 스펙상 분명 다르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이 외에도 Q8은 30만원대 블랙베리보다 다소 성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는 램(RAM)은 4GB, 배터리는 3300mAh다. 이에 반해 블랙베리키투는 6기가바이트(GB) 램, 3500밀리암페어시(mAh) 용량의 배터리가 장착됐다.
LG전자 특유의 멀티미디어 성능으로 음악 감상과 전자펜이 내장됐다지만 분명 아쉬운 사양이다.
현재 관련 업계 반응도 회의적이다. 낮은 제품 사양과 전략 스마트폰에 탑재되는 펜 탑재가 모순적이라는 의견들도 이어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LG가 말하는 기능들도 좋지만 AP도 중요하다”며 “중저가 시장에서 펜이 탑재됐다고 비싼 제품보다는 가성비가 좋은 제품이 더 잘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경쟁사의 펜은 필압 지원부터 디테일한 성능이 보장됐다”며 “플레그십(갤노트9)과 중저가 모델(Q8)을 비교하기는 그렇지만 제품 성능에 비해 출고가가 높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결국 LG Q8이 중국산 제품의 가성비에도 밀리고 노트 시리즈의 펜과는 비교가 어려우니 50만원이라는 가격대가 애매하다는 지적으로 풀이된다.
IT업계 관계자는 “원래 국내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은 외산 폰이 힘을 못 쓰고 국내 제조사(삼성‧LG)들이 시장을 선도했다”면서도 “지금은 다르다. 중국 회사들이 60개가 넘는 AS센터를 국내에 운영하고 가성비를 무기로 국내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어중간한 제품(성능‧가격)으로는 흥행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