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중을 줄여야 한다”, “무릎 통증을 지나치면 안 된다”…. 의사의 잔소리에도 할머니는 오늘도 밭에 나가 쪼그리고 일을 한다. 여름엔 더위에, 겨울엔 추위에 시달리며 일 년 내내 농사를 지어도 노파의 주름진 손에 남는 건 많지 않다.
밤낮으로 할머니를 괴롭히는 지긋지긋한 무릎 통증은 짙은 한숨을 자아낸다. 유전자 치료나 근력 운동 등 관절 손상 정도에 따른 다양한 치료와 예방책은 그에게 남의 이야기다. 무릎 건강관리보다 할머니에겐 당장 하루하루 먹고 사는 게 더 급하다.
◇ 자식 부담될까 아파도 참는다
“농촌 사회다 보니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관절염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많다. 50대 중후반에도 무릎에 무리가 많이 가는 농사일을 많이 하다 보니 증상이 악화된 환자들이 상당하다.”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 정형외과 선종근 교수(47)의 설명이다. 선 교수는 20여 년 동안 정형외과 전문의로 여러 환자를 진료해온 베테랑 의사다. 국립대병원인 빛고을전남대병원은 지역의 무릎 관절염 환자들이 찾아오는 마지막 보루나 마찬가지다. 선 교수에게 농촌 지역 환자들에 대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 병원에 내원하는 무릎 골관절염 환자의 연령층은 어떤가.
“60대 여성 환자가 90%다. 70대와 90대 환자도 병원에 찾아온다. 환자들은 가까운 중소병원에서 약을 복용하고 주사를 맞아도 낫질 않으니까 마지막에 우리 병원에 찾아온다. 한 달에 병원에선 약 60건의 인공관절 수술이 진행된다. 계속 환자가 늘어나고 있다.”
- 지역 환자들만의 특징이 있을 것 같다.
“농촌 사회다 보니 쪼그려 앉아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다. 오랜 기간 무릎에 부담이 가는 자세로 일을 해와 50대의 비교적 젊은 나이에도 관절염이 발병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 경제적 이유로 아파도 참는 환자들이 있다던데.
“어르신들은 보험 가입 등이 되어 있지 않는 경우가 많고, 수술비를 자녀가 감당하기 때문에 자식들에게 부담을 줄까봐 수술을 미루거나 엄두를 못내는 경우가 있다. 내가 전공의로 일하던 20년 전과 비교하면 수술비용 자체는 많이 저렴해졌다. 당시 환자 부담은 지금보다 더 컸다.”
- 병원에서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수술을 지원한다고 들었다.
“빛고을전남대학교병원 권역 류마티스 및 퇴행성관절염센터는 지난 4년간 공공의료 사업을 수차례 시행했다. 공공의료사업 차원에서 경제적 소외계층에게 무료 수술을 지원한 경우도 많다. 현재도 공공의료 사업은 계속 진행되고 있어서 본인과 자녀 모두 수술비를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수술 지원을 하고 있다.”
-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다면.
“무료봉사에서 만나 수술을 해드린 한 할머니가 생각난다. ‘학마을봉사회’라는 병원내 사회사업 단체에서 지원을 받아 수술을 한 케이스다. 병원 내외부에서 기부금으로 경제적 소외 계층에게 수술 지원을 한 경우라 더욱 뜻 깊었다.”
- 무릎의 중요성은 알아도 예방 및 관리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나라의 의료 접근도는 좋지만 여전에 병원에 가길 꺼리는 분위기가 남아있다. 활동을 하다 무릎 통증이 발생하면, 반드시 병원을 찾아가 정확한 진단을 받고 적극적으로 조치를 취해야 한다. 조금 쉬면 괜찮아진다고 방치했다간 연골판들이 우선 망가질 수 있고, 그러면 관절염으로의 진행이 더 빨라지게 된다.”
- 무릎 관절염 예방법을 추천한다면.
“무엇보다 체중 조절이 중요하다. 체중이 2~3킬로그램만 삐져도 10킬로그램의 하중이 줄어 무릎 통증이 경감된다. 생활 패턴도 바꿔야한다. 쪼그려 앉아서 일을 하면 무릎에 하중이 많이 가게 된다. 일상에서 할 수 있는 하체 근력 강화 운동, 가령 걷는 운동 등이 무릎에 좋다. 조깅은 체중이 무릎에 많이 실리기 때문에 권하지 않는다.”
선 교수는 “고령화로 하체 중요성이 커지고 있고, 가장 중심이 되는 건 무릎”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평균 수명이 증가하면서 지속적인 운동과 적극적인 예방 노력만이 무릎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기사는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 <황혼의 삶 흔드는 ’관절염‘> 프로젝트로도 연재됩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