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투사로 만드는 정부…의료용 대마를 허용해달라"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는 10일 오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료용 대마 합법화를 요구했다. 특히 대마성분의 제품을 의사의 진단 없이도 민간에서 자유롭게 유통할 수 있도록 허용해달라고 주장했다.
흔히 마약류로 알려져 있는 대마는 통증질환, 난치성 뇌전증 등에 치료목적으로도 사용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금지약물로 규정돼있어 치료용으로도 사용하지 못한다. 대마성분 치료제는 크게 환각 등을 유발하지 않는 칸나비놀(Cannabidiol·CDB)성분과 환각을 유발하는 테트라하이드로칸나비놀(Tetrahydrocannabinol·THC)성분 군으로 나뉜다. 협회는 이 같은 대마 성분 치료제를 국내 합법화해달라고 주장하고 있다.
협회 대표인 강성석 목사는 “CDB(칸다비놀)성분은 건강기능식품에 해당한다. 평창올림픽 도핑 테스트에서도 빠진 성분이다. 건강기능식품이므로 일반 유통에 논란이 될 필요없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는 THC(테트라하이드로칸다비놀)성분을 희귀난치성질환에만 허용을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협회는 누구나 의사의 처방을 받아서 약국에서살 수 있는 전문의약품으로 지정해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또 강 목사는“ CDB는 대마에서 추출했을 뿐 마약성분이 전혀 없다. 마약이 아니기 때문에 검출할 수 있는 키트도 없다. 해외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쇼핑몰에서 판매한다”며 “난치성 뇌전증 등에 사용하면 효과가 있는데도 치료목적으로 사용하면 한국에서는 마약범으로 붙잡힌다”고 지적했다.
앞서 지난 1월 신창현 의원은 현행법상 엄격히 금지하고 있는 대마를 의료목적에 한해 사용을 허용하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한 바 있다.
이에 같은 달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단계적인 합법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달에는 치료 대체 수단이 없는 뇌전증 등 희귀·난치 환자들에게 해외에서 허가된 대마 성분 의약품을 자가 치료용으로 수입해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진행키로 했다.
그런데 협회는 법안 발의 이후 반년이 넘도록 국회에서 합법화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강성석 목사는 “1월에 나온 이슈인데 8월 10일 현재까지 국회구성이 늦어지면서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한 번도 논의되지 못했다”며 “환자들에게는 매우 급한 문제다. 정기국회 열리자마자 민생법안 1호로 처리해달라”고 촉구했다.
또한 협회는 식약처가 내놓은 대책에도 불만을 표했다. 희귀난치환자에게 식약처가 약을 구해주는 방식은 복잡하고 실효성이 없다는 것이다.
난치성 뇌전증 환아를 기르는 황주현 의사는 “식약처는 희귀약품으로 정해서 신청한 사람만 주겠다는 것이다, 희귀난치성질환으로 진단을 받고 신청을 하면 약을 구해준다는 것인데 절차가 2개월 이상 걸린다. 이것은 언제든지 할 수 있는 일이지만 아직도 시행되지 않고 있다. 당장 제가 신청해도 주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제일 바라는 바는 대마성분 의약품(CDB 성분)을 누구나 영양제처럼 구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것도 안 된다면 의료용만으로도 의사 처방이 있으면 살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국카나비노이드협회 초대회장인 권용현 의사는 “미국이나 캐나다같은 나라는 분위기가 자유롭고 대마를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허용한 것이라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다. 절박한 환자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분위기를 만들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며 “그동안 대마가 마약이라는 편견 때문에 관련 연구가 다른 나라에 비해 아주 미진했다. 우리나라 의료계는 환자와 환자 가족들에게 큰 빚을 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