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지역지부 서울대병원분회는 서울대병원 산하 병원에서 발생한 간호사 탈의실 몰카(몰래 카메라) 사건에 대해 고소·고발을 접수하겠다고 16일 밝혔다. 2015년 불법영상이 발견된 이후 현재까지 병원과 경찰의 무책임한 대응으로 범인을 잡지 못한 것은 물론이고, 불법영상에 대한 단속조차 미비해 피해자들이 여전히 고통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1월 서울대병원이 운영하고 있는 병원 간호사 갱의실(작업복으로 갈아입는 방)을 불법 촬영한 동영상이 발견됐다. 병원은 피해 간호사를 면담하는 자리에서 노조에 전화를 걸어 문제제기를 안 하도록 조치하는 동시에 병원 측에 사건 처리를 위임하도록 했다. 사건 처리를 위임받은 병원은 서울동작경찰서에 고발 접수를 했고 그걸로 끝이었다.
같은해 5월 이 병원에서 근무했던 의사가 불법촬영으로 검거되고 2만여 건의 음란동영상 파일이 발견됐다. 범행을 한 의사는 산부인과 진료실, 마취상태의 환자, 커피숍 등 장소와 대상을 가리지 않고 몰카를 찍었고 불법촬영 파일 중에는 병원 탈의실도 있었다.
노조는 “그러나 경찰은 그 의사와 해당병원 갱의실 사건과의 연관성을 조사하지 않았다. 경찰은 결국 범인을 놓쳤고, 병원은 피해자에 대한 사과나 보상은 고사하고 수사결과 조차 보고하지 않고 은폐했다”고 비난했다.
노조는 “당시 병원 측과 동작경찰서는 문제 영상을 삭제하기가 어렵다는 답변만 되풀이 했다. 결국 수개월에 걸쳐 삭제가 되었지만 최근 또다시 몰래카메라 영상이 유포되고 있고, 현재는 언론과 노동조합의 요구로 삭제된 상태다”라며 “그러나 언제든 다시 유포될 수 있고,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손을 놓고 있다. 2015년 당시 사건결과를 제공하라는 노동조합의 요구와 다섯 차례의 공문 요청에도 병원 측은 아무런 문서 답변을 하지 않았고, “피해자가 직접 정보공개 청구를 하시라”라고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새롭게 드러난 영상에서 추가 피해자들이 확인된 것으로 조사돼 노조는 피해자들과 함께 경찰과 병원 측에 법적 책임을 비롯한 모든 책임을 물을 것”이라며 “회사가 지시한 장소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었을 뿐인데 몰카 피해자가 되어 엄청난 고통을 혼자 극복해야했던 간호사들은 더 이상 참지 않을 것이다”라고 반발했다.
노조에 따르면 2015년 피해자는 병원을 사직하고 해외로 떠났었고, 다른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해결하고 사과 받지 않는다면, 절대 저절로 잊혀지지 않는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그리고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의사가 진료실에서 환자의 몰카를 찍는 병원은 이미 병원이 아니다”라며 “노동자가 직장 갱의실에서 옷을 갈아입다가 몰카피해자가 됐는데 알아서 하라는 회사는 더 이상 영업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이 공공화장실에서, 커피숍에서, 길거리에서 몰래카메라의 범행대상이 되는 나라는 나라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또 “재수사를 결정한 경찰은 이제 모든 방법과 인력을 동원해 제대로 수사하고 범인을 잡아야 한다. 그리고 해당 병원은 먼저 피해자들에게 사과하고, 피해보상을 포함한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고 촉구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