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업계가 제4 이동통신 설립 추진 의사를 천명했지만 업계에서는 비관론이 나오고 있다.
올해 초 한국케이블TV협회는 협회가 앞장서서 제4 이동통신에 진출하겠다며 새로운 통신사 설립 추진 의사를 발표했다.
업계에서는 지난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7번이나 무산된 제4 이동통신이 이번에는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실제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올해 상반기 제 4이동통신 시장 진입을 정부가 허가하는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문턱을 낮추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어 케이블TV협회의 계획에 추진력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도로 지난 3월 발의된 기간통신사 허가제를 등록제로 바꾸는 ‘기간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은 현재까지 국회에 계류된 상황이다. ‘이번에도 물 건너가는 것 아닌가’하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자금조달도 난관이다. 제4 이동통신 육성에는 2조원 이상의 초기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최근 5G 상용화와 겹쳐 이 비용은 4조 가까이 늘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곧 상용화되는 5G 시대에 대비해 5G용 주파수를 빌리는 금액(할당 대가), 망 구축비용, 새로운 서비스에 대한 마케팅 비용 등을 고려하면 두 배 이상 늘어날 재원을 어떻게 감당하느냐는 큰 문제다.
케이블TV 업계가 제4 이동통신 추진을 위해 꾸린 재원 조달 방식인 ‘컨소시엄’ 방식이 부족한 방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컨소시엄은 특성상 사업자들이 협의를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식이다. 그렇지만 저마다의 이해관계가 다른 케이블 업체들이 한뜻으로 뭉쳐 사업비를 내놓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투자비용을 서로 내기 싫어할 것이 분명한데 컨소시엄 개념으로 제4 이동통신을 추진한다는 이야기는 너무 낙관적”이라며 “이미 레드오션인 통신 시장에 들어오기 위해 모험을 할 이유가 케이블TV 업계에 있을지 잘 모르겠다”고 전했다.
업계에서 제4 이동통신 사업에 투자할 만한 유력 후보군으로 보는 CJ헬로의 제4 이동통신 컨소시엄 이탈도 우려된다. CJ헬로는 CJ그룹의 계열사로 KCTA가 주도하는 제4 이동통신 사업에서 재원 마련이 가능한 회사다. 특히 튼튼한 CJ의 자금력, 케이블업계 1위라는 지위, 전국 단위의 유선 통신망 등으로 유력한 제 4 이동통신 후보군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합산규제가 일몰된 이후 CJ헬로와 LG유플러스와 M&A(인수합병) 추진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유료방송업계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특히 유료 방송 합산규제가 폐지돼 LGU+가 인수합병에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는 기반도 마련됐다는 것이 관련 업계의 평가다.
업계 관계자는 “LG유플러스는 통신 시장에서 낮은 점유율과 유선 사업 확대 필요성으로 케이블TV 인수합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만약 양사 인수합병이 이뤄진다면 제4 이동통신 추진 자체가 불투명해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5G 상용화 이후 신규 이동통신사가 등장하더라도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이 견고히 구축해놓은 5G 시장에서 제대로 된 영업이익을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LTE에서도 저렴한 요금제와 멤버십 서비스 등 우수한 경쟁력을 자랑하는 이통3사를 제4 이동통신이 상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기존 알뜰폰 업계와 시장이 겹친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약 새로운 사업자가 들어온다면 정부의 제4 이동통신 추진 논리에 맞게 ‘저렴한 요금제’와 ‘색다른 서비스’가 출범 목적이 될 텐데, 이중 가장 중요한 ‘저렴한 요금제’가 이미 시장에 존재하는 알뜰폰에 밀린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정부에서는 케이블TV 업계의 제4 이동통신 추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하지만 올해가 지나면 이 사업의 수익성에 대해 케이블TV 사업자들끼리 견해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시간은 촉박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