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맹추격하는 중국…스마트폰·디스플레이 흔들린다

한국, 맹추격하는 중국…스마트폰·디스플레이 흔들린다

기사승인 2018-08-20 01:00:00

국내 산업계 전반에 차이나 포비아(중국 공포증)가 번지고 있다. 과거 ‘잠자는 용’으로 불리던 중국이 스마트폰·디스플레이·조선 등 주요 산업에서 국내 기업들을 추월하거나, 괄목할만한 성장세를 보이며 한국 기업들의 턱 밑까지 치고 올라오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중국기업에 대응하고 있지만 중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 산업계의 맹추격에 위기를 맞이한 상태다.

◇위기의 글로벌 1위 삼성전자, 세계부터 안방 시장까지 덮쳐오는 中 스마트폰

중국의 산업 굴기(倔起)는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돋보인다. 과거 중국 스마트폰은 ‘조악한 복제품’이라는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샤오미·화웨이·오포·비포 등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이 ‘가성비’와 ‘준수한 성능’을 무기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해 글로벌 스마트폰 1위 사업자 삼성전자를 위협하고 있다.

최근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중국의 대표적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는 글로벌 스마트폰 점유율 2위 자리에 올랐다. 글로벌 스마트폰 판매량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1% 증가한 5420만대를 기록했고, 점유율은 15%로 집계됐다.

이는 글로벌 1위 사업자인 삼성전자가 같은 기간 스마트폰을 8040만대 출하해 22% 점유율을 기록한 것과 비교했을 때 격차를 5% 대로 줄인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리차드 위(Richard Yu) 화웨이 그룹 최고경영자(CEO)는 “내년에 우리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2위가 되는 일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며 “이에 더해 내년 4분기에 1위가 될 수도 있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이 같은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 기업의 높은 성장세와 함께 스마트폰 세계 최대 시장 중국에서도 국내 스마트폰 산업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이하 SA)의 조사에 의하면 올해 2분기 삼성전자는 중국 시장에서 80만대를 출하해 점유율 0.8%를 기록했다.

이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삼성전자의 중국 내 점유율 순위는 12위로, 화웨이 27.0%, 오포 20.4%, 비보 19.0%, 샤오미 14.2% 등 중국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서 종횡무진으로 움직일 때 삼성전자의 중국 시장에서 존재감은 매우 미미하다.

과거 2013년까지만 해도 삼성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20%를 유지했지만 ‘가성비’를 앞세운 중국 스마트폰의 가격공세에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세계 2위 시장 인도에서도 삼성전자는 중국 기업에 발목을 잡힌 상태다. 최근 SA 조사에 따르면 삼성은 인도 시장에서 중국 샤오미와 엎치락뒤치락하며 접전을 벌이고 있다. 이마저도 다른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샤오미 점유율이 30.4%, 삼성전자 점유율이 30.2%로 초박빙인 상태다.

한발 더 나아가 중국 업체들은 안방인 국내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점유율로는 미약하지만 화웨이·샤오미·TLC 등 중국 회사의 단말기들은 20만원에서 30만원대 저가형 제품에 준수한 스마트폰 AP(컴퓨터의 CPU 역할)와 카메라·디스플레이 등을 탑재해 국내 완전 자급제 시장을 노리고 진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기업들은 중국 시장 내에서 2015년부터 3~4개 이상 업체가 가격경쟁력을 두고 각축전을 벌여왔다"면서 "샤오미와 같은 회사들은 제품에 최대 5% 마진만 더해 우수한 가격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내 스마트폰 제조사들은 인건비, AS, 각종 부품 개선비, 지속적인 OS(운영체제)구성 등으로 중국 제품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평가다.

결국, 국내외 시장을 막론하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력을 상대하기에는 국내 제조사들로서는 어려운 상황이다.

IT업계 관계자는 “중국 스마트폰 회사들은 낮은 마진율로 시장 점유율을 높이는 것에 급급해 당장 우려는 크지 않다”면서도 “다만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가지고 있는 가격 경쟁력에 폴더블 등 신기술등이 탑재돼 좋은 제품이 글로벌 시장에 출시된다면 우려가 생길 것이다. 이 문제의 해답은 혁신과 기술력 강화”라고 조언했다.

◇한국 디스플레이 업계 “LCD는 밀렸고 OLED는 쫓아오고있다”

올해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LCD(액정표시장치) 저가 공세에 영업이익에 큰 타격을 입었다. 2분기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모두 최악의 성적표를 기록했다.

우선 삼성디스플레이는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80% 이상 감소한 5000억원대로 폭락했다. 이에 더해 LG디스플레이는 수익성 악화로 3000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실제 LG디스플레이의 영업적자는 지난 1분기(1월~3월) 938억원, 2분기(4월~6월) 2281억원까지 총 3264억원으로 불어났다.

삼성디스플레이는 그나마 적자는 모면했지만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동시에 급감했다. 회사는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조6700억원, 14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6.5%, 91.8% 감소했다. 지난 1분기와 비교해도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4.8%, 65.9%로 크게 급락했다. 삼성 디스플레이의 분기 매출이 5조원대로 떨어진 것은 처음이다.

양사의 수익 악화의 주요 원인은 BOE 등 중국산 LCD 업체들이 LCD 패널을 저렴하게 많은 양을 쏟아내면서 LCD 패널의 판매 가격이 급락,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의 수입원이던 LCD패널의 가격경쟁력이 상실된 탓이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자사 수익의 90%를 LCD 부문에 의존했기에 중국업체들의 저가 공세 여파가 컸다.

업계 관계자들도 BOE, CSOT 등 중국 업체들이 자국 정부의 대대적인 지원을 바탕으로 LCD 시장에서 의도적으로  저가에 공급해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을 무너트렸다고 평가했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이미 LCD 부문은 중국에 밀렸다”며 “LCD 부문에서 중국 업체들이 LCD 패널 가격을 쥐락펴락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양사가 중국 디스플레이 업계보다 2~3년 가량 기술 격차를 보유한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의 전망도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스마트폰용 중소형을, LG디스플레이는 대형 TV용 대형 패널용 OLED를 모두 대부분 장악한 상황이다.

여기에 OLED 기술 초격차 유지와  사업구조 전환을 통해 중국 업계의 추격을 따돌리겠다는 계획을 진행 중이다.

현재 삼성 디스플레이는 중소형 OLED 시장에서 사실상 수익을 독점하고 있지만 최근 OLED 분야의 세계적 권위자인 이창희 서울대 교수를 자사 부사장으로 영입하는 등 ‘초격차’ 기술 유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 교수는 다음달부터 차세대 디스플레이 개발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LG디스플레이 역시 수익의 90%를 의존하던 LCD에서 탈피해,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LGD가 생산 가능한 TV용 대형 OLED로 체질을 전환해 활로를 모색할 계획이다.

최근 구축하고 있는 8.5세대 광저우 OLED 공장을 완공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현재 월 7만장 규모의 OLED 생산량에서 월 13만장까지 생산량을 증가시킬 수 있다. 이와 함께  OLED TV 판매 증가 속도가 100%를 넘는 지역으로 중국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고 업계는 평가하고 있다.

향후 OLED TV 업계 전망도 밝다. 최근 시장조사기관 IHS마킷에 따르면 올레드 TV용 패널 수요는 2020년에 800만대, 2021년에는 1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예측된다. 연평균 50%의 성장률이다.

하지만 디스플레이 업계에서는 OLED 시장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추격을 조심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2015년 하반기부터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중소형 OLED 생산 능력은 연평균 100%씩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대형 OLED 부문에서는 BOE와 티앤마 등 여러 중국 업체들은 신규 공장 건설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OLED 기술 격차는 유지했다지만 중국 기업들의 추격을 뿌리치려면 장기적인 기술 격차 유지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LCD보다는 OLED 기술력을 바탕으로 중국과 기술의 격차를 유지해야한다"며 "차별화되고 경쟁력 있는 제품생산에 집중해야만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중권 기자 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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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9181@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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