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40대 가정주부 이은영씨(가명)는 알코올중독 남편의 폭력 때문에 매일 지옥 같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남편의 폭력은 자녀에게도 악영향을 미쳤다. 아들은 남편의 정서적 학대가 원인이 돼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ADHD)로 문제를 겪었다. 남편의 구타와 가정의 불화는 나날이 심해졌지만, 이씨는 어디에도 도움을 구하지 못했다.
#2. 30대 김선영(가명)씨는 시도 때도 없이 휘두르는 남편의 주먹에 온 몸이 상처투성이다. 남편은 임신 상태의 김씨에게 폭언과 발길질을 멈추지 않았다. 몸과 마음이 피폐한 상태로 김씨는 매일 가해지는 폭력아래 서서히 무너져갔다.
#3. 20대 이주여성 다앙은 하마터면 목숨을 잃을 뻔했다. 다앙의 남편은 잠자고 있던 다앙에게 칼을 휘둘러 심각한 부상을 입혔다. 몇 번의 큰 수술을 받으며 가까스로 목숨을 건졌지만, 다앙은 퇴원 후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다. 그녀에게 한국은 그저 못살 곳처럼 여겨졌다. 지옥 같은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다앙은 어린 아들의 손을 잡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렸다.
위의 사례는 여성가족부의 가정폭력 수집 사례로 소개된 실제 사건을 각색한 것이다. 피해자 여성들의 현재는 ‘다행히’ 해피엔딩인 것처럼 보인다. 이들은 각 여성 상담기관의 도움으로 폭력의 그늘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는 말 그대로 성공 사례일 뿐, 가정이란 울타리에서 폭력에 시달리는 상당수 여성들의 미래를 약속하진 못한다. 실제로 2016년 여성긴급전화를 이용한 상담 건수는 총 26만7000건이었는데 이 중 가정폭력은 61.8%로 가장 많았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2016년 피해자들이 밝힌 가정폭력 내용은 흡사 ‘고문’을 연상케 한다. 폭언, 멸시, 욕설, 협박, 잠 못 자게하기 등의 정서적 폭력(460건)은 상시적으로 자행됐다. 여기에 손발로 구타, 목 조름, 흉기로 위협 등의 신체적 폭력은 381건(67.8%)이었다. 피해자들은 우울감, 불안감 등 심리적 피해와 상해와 질병 등의 신체적 피해를 호소했다.
우리보다 성평등이 자리 잡았다고 여겨지는 서구사회조차 남편의 폭력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프랑스 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2017·감독 자비에 르그랑)은 아버지의 폭력이 부인과 어린 자녀에게 얼마나 잔인하고 공포스러울 수 있는지를 서스펜스라는 장르를 빌어 묘사했다.
“이러한 여성에 대한 폭력은 가부장적이고 성차별적인 사회구조에 의해 발생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하려면 성차별적인 사회구조를 변화시켜야 하고, 그러기 위해 성평등 관점을 분명히 하는 정책이 입안되어야 한다. 예들 들어 피해자 지원의 사각지대를 없애는 실질적인 인권보장정책, 가정폭력범죄 처벌법 개정과 스토킹범죄 처벌법 제정 등을 통해 가해자에 대한 분명한 처벌정책, 젠더와 인권의 관점이 분명한 예방정책 등 말이다.”(한국여성의전화)
당신은 어떤 남편인가?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