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요양병원이 정규직 직원들에게 1년짜리 단기계약직 근로계약서를 강요해 논란되고 있다.
병원이 제시한 근로계약서에 서명을 거부한 일부 직원을 대상으로 ‘근로계약 지속의사가 없음으로 간주하겠다’며 압박하고, 그 과정에서 부당해고도 발생했다는 증언이다.
23일 보건의료산업노조에 따르면, 금천수요양병원은 올해 1월 정규직 직원들에게 일제히 새 근로계약서 작성을 통보했다. 병원 측이 제시한 근로계약서는 1년짜리 단기계약. 기본급에 기존 식대와 각종 수당을 포함한다는 내용도 담겼다.
알고 보니 병원은 정규직 공고를 통해 직원을 채용한 뒤, ‘연봉협상’을 명목으로 1년에 한 번씩 계약서를 새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꼼수를 부려왔던 것. 부당해고 의혹에 대해서도 계약만료는 근로기준법상 해고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정규직으로 알고 입사한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작업치료사 A씨는 최근 원내 대자보를 통해 “2016년 정규직 구인공고를 보고 입사해 2년 동안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다”며 “(근로계약 문제로)병원에 부서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후 지난 13일 병원의 일방적인 계약만료 통보로 해고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인사팀에서 전달하길 저의 계약만료 사유는 ‘환자들의 불만이 많다’, ‘지휘 통제가 어렵다’였다. 확인이 되지 않는 사유로 해고됐고, 오히려 환자 분들은 힘내라고 한다”며 호소했다.
노조는 이 같은 병원의 행보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 해고당한 직원의 복직과 근로계약서 횡포를 그만둘 것을 병원에 요구하고 있다.
임미선 보건의료노조 금천수요양병원지부장은 “정규직 채용으로 들어온 직원에게 기간제 계약을 요구한 것 자체가 명백한 부당노동행위”라며 “병원 경영악화라 볼 수도 없다. 230병상 규모로 금천구에서 가장 큰 요양병원이고, 타임테이블도 늘 환자로 차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조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아니겠냐'며 의혹을 제기했다. 임 지부장은 “병원은 2015년 4월 노조설립 이후에 끊임없이 파괴 공작을 일삼았다. 노조에 속해있던 영양부 직원들을 대거 해고시킨 전력도 있다”며 “일방적인 근로계약에 거부하는 노조원들의 자리로 간부가 전화를 걸어 제대로 말하지 않으면 경위서를 쓰게하고 징계하는 등 횡포가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병원은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병원 측에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했지만 답변은 들을 수 없었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