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V 예방과 질환인식 개선을 위한 정책 좌담회’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의원회관에서 개최됐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윤일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주최하고 쿠키뉴스가 주관한 이번 좌담회는 ‘젊은층에서 증가하는 HIV/AIDS, 국가예방사업의 효과적 방향’을 주제로 진행됐다. 이날 샌프란시스코 에이즈 재단의 조 홀랜도너 회장을 비롯해 ▶질병관리본부 결핵/에이즈관리과 신인식 과장 ▶대한에이즈학회 신형식 회장 ▶한국에이즈퇴치연맹 권동석 회장 등이 참석했다. 윤일규 의원실에서는 내과 전문의 출신인 김현지 비서관이 참석, 논의의 전문성을 더했다.
좌담회를 주최한 윤일규 의원은 “젊은이들 사이에서 신규 감염자수가 늘고 있다는 최근의 통계에 걱정이 많았다”면서 “넉넉한 예산과 인력으로 괄목할만한 성과를 달성한 샌프란시스코 에이즈 재단이 부러우면서도 동시에 우리도 할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게 된다”고 밝혔다. 이어 “에이즈 예방에 정부, 민간단체, 학계, 시민단체 등 여러 기관과 단체의 협업이 중요하기 때문에 분절적으로 이뤄지고 있는 에이즈 예방 사업이 부처, 기관, 단체 간 협력 하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 우리나라 에이즈 현주소
우리나라의 신규 감염인은 지난해 1196명으로, 전년 대비 8명이 감소(0.7%)한 것으로 나타났다. 신인식 과장은 “OECD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의 감염률은 낮은 편”이라면서 “정부는 예방과 치료 투자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의 에이즈 정책은 크게 ‘조기발견’, ‘치료지원’, ‘예방홍보’로 나뉜다. 신 과장은 “군인과 동성애자, 외국인 대상의 상담소에서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며 “보건소나 의료기관에서 익명검사를 실시하고 있고, 보건소 검사의 경우 무료로 진행된다. 신속검사도 2014년에 서울시에서 4개 보건소에서의 시범사업을 시작으로 작년까지 전국 94개 보건소로 확대됐다”고 전했다.
정부는 보건소에 등록된 내국인과 외국인에게 진료·검사·치료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에이즈 의료기관에는 전문 상담 간호사도 배치돼 있는데, 올해 총 25개 의료기관에 상담 간호사 34명이 근무하고 있다. 요양병원에 입원한 저소득층 중증 환자에게 41만원의 간병비가, 요양병원에는 매월 10만원의 감염관리비가 지원되고 있다.
최근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PrEP요법에 대해 신인식 과장은 “질본도 HIV 노출 전 예방 요법(PrEP요법)에 관심을 갖고 있고, WHO에서도 감염위험이 높은 대상자들에게 그분들이 선택할 수 있도록 제공해야 한다고 권고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현재 민간단체를 통한 시범사업을 계획 중”이라고 말해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 조기진단과 신속치료가 핵심
신형식 회장은 “HIV 치료에 있어 조기 진단 및 신속한 치료가 강조된다. HIV 감염인들이 더 건강하게 살고, 전파를 억제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신 회장은 “많은 이들이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감염인들은 여러 이유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들은 에이즈에 대해 매우 극단적인 두려움을 갖고 있다. 에이즈에서 ‘동성애’, ‘성병’, ‘불치병’, ‘죽음’ 등을 떠올리는 경향은 변하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다.
신 회장은 전 세계적으로 노출 전 예방요법(PrEP요법)을 정책적으로 도입하고 있고, 이는 HIV 감염 감소로 이어지리란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이러한 감염 확산 억제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신 회장은 “HIV 검사, 조기치료, 노출 후 예방요법, 노출 전 예방요법, 남성의 포피 제거술, 공중보건교육, 콘돔사용, 고정적 성교 상대자 등이 종합적으로 이뤄지면 확실한 감염 억제가 이뤄질 것”이라며 PrEP요법의 접근도를 높여야 한다고 밝혔다.
◇ 샌프란시스코의 놀라운 변화, 민관의 끈끈한 동맹으로
조 홀랜도너 회장은 샌프란시스코의 ‘Getting to zero 컨소시엄’에 대해 설명했다. 조 홀랜도너 회장은 “90년대 초반 컨소시엄 활동을 본격화하면서 에이즈 확산이 멈추게 되는 ‘반전’을 맞았다”며 “현재 공중 보건국을 포함해 200여개 이상의 회원사와 단체들, 기관들이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샌프란시스코내 신규 에이즈 감염인 수는 2012년 453명이었던 것에서 2016년 223명까지 감소했다(-51%). 그 이유 중 하나로 조 홀랜도너 회장은 PrEP요법을 꼽았다. 그는 “샌프란시스코에서 PrEP이 본격적으로 사용되며 상황이 바뀌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조기 진단과 신속 치료 등도 급감의 이유로 꼽았다. 조 홀랜도너 회장은 “전 도시에 PrEP 프로그램 도입, 진단 및 치료 연계, HIV 편견 불식 등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조 홀랜도너 회장은 PrEP요법을 적용을 위한 재단의 노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재단은 PrEP요법에 대한 공공 교육 및 공중 보건 캠페인, 홍보대사를 활용한 홍보를 진행, ‘확실한’ 효과를 봤다는 것. 또한 미국 질병관리본부와 보건국, 각 지역의 공중 보건국이 PrEP 프로그램 개발을 유도하기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아울러 ‘PrEP 네비게이션 프로그램’을 통해 PrEP 활용을 위한 ‘도우미’ 역할도 진행 중이다.
◇예방 교육의 주체는 ‘친구’ 되어야
지난 1993년 최초 민간 기구로 한국에이즈퇴치연맹이 발족된 이래 많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예방 교육이 진행됐다는 게 권동석 회장의 설명이다. 권 회장은 “2010년 이후 청소년 성문화센터를 중심으로 집중적인 교육이 진행됐다”며 “1999년부터 ‘또래지킴’ 프로그램을 운영, 현재까지 6209명을 양성해 355만 명을 대상으로 예방 교육을 진행했다”고 말했다.
특히 또래지킴 프로그램과 관련해 “에이즈는 같은 또래 사이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 또래집단에서 위험한 행동을 줄이고 건강한 행동으로 증진토록 하고자 교육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뮤지컬을 활용해 교육 접근성을 높이고 있다. 공연팀이 학교와 보호관찰소, 소년원 및 취약 계층을 찾아가는 공연을 통해 행동을 변화시키자는 게 뮤지컬 교육의 목적이다. 권 회장은 “지난해 에이즈 지식수준이 27% 가량 향상됐고, 행동 변화도 21.2%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동성애자에 대한 직접 대면 및 전화, 온라인 상담 등도 연맹의 주요 활동 중 하나다. 상담 대상자 수만 4만2000여명에 이를 정도로 현장의 반응은 뜨겁다. 권 회장은 “더 건강한 사회를 위해 정부는 에이즈 예방 홍보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 일반 국민과 HIV 감염인들의 건강을 증진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절실하다”고 당부했다.
◇ 의료 차별 ‘그만’
1년 동안 시행되는 에이즈 검사 건수는 2만5000건 가량이다. 양성률은 0.6%. 많은 검사를 진행하고 민감한 환자를 대응하는 것은 오롯이 보건소의 몫이다. 상담에도 상당한 일손이 투입되지만, 발견하는 환자가 상대적으로 적기 때문에 현장에선 일종의 ‘피로감’이 감지된다. 이선주 교수는 “정책적으로 이 문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며 “보건소에서는 진료비 지원 및 신속검사 업무 외에는 다른 업무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선주 교수는 “공공의 활동 제한을 고려해 민간을 통해 신속검사 사업이나 교육, 홍보사업 등을 펴고 있지만, 과연 각 단계에 충분히 역량이 집중 되고 있는지 고민이 없지 않다”면서 “관리 누락의 실수를 하지 않을까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샌프란시스코의 Getting to zero 컨소시엄에서 착안해 우리가 보유한 기구를 확대, 사업의 유기적 연계에 대한 방향을 고민해보겠다”고 밝혔다.
이후 자유토론에서 김현지 비서관은 “질본과 샌프란시스코 재단의 예산 및 인력, 인구 규모를 비교하면 우리나라가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신인식 과장은 “최근 감염병 관리 기본 5개년 계획이 발표되었고, 에이즈 정책 로드맵에 오늘 논의된 내용이 반영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