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혼모’ 꼬리표도 서러운데…몸도 마음도 병든 엄마들

‘미혼모’ 꼬리표도 서러운데…몸도 마음도 병든 엄마들

경제적 이유로 산전검사 미실시…10대 경우 조산 위험도 ↑

기사승인 2018-09-05 00:11:00

정부가 저출산 대책의 일환으로 비혼 출산·양육에 대한 편견과 차별을 일으키는 불합리한 제도를 개선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혼모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부정적인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각종 차별을 겪고 있는 미혼모 실태가 드러나고 있는 가운데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미혼모들은 산전 관리 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대 임신부는 20대 이상 임신부보다 병원에 방문하는 횟수가 적고, 그만큼 조산할 위험도 크다. 서울대 보라매병원 공공의료사업단이 2010년 건강보험공단 자료를 활용해 유산 또는 출산을 경험한 여성 46만여명을 대상으로 임신 기간에 받은 진찰 횟수 등을 분석한 결과, 10대 임신부는 평균 6.3회, 20대 이상 임신부는 평균 9.4회 출산 전 병원을 찾아 진찰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10대 임신부 가운데 산전 진찰을 4회 이하로 받은 경우는 41.9% 정도였고, 이중 출산에 이르기까지 단 한 번도 진찰을 받지 않은 경우는 14.4%에 달했다. 20대 이상 임신부에서 4회 이하로 산전 진찰을 받은 비율이 11.6%, 한번도 받지 않은 경우가 3%에 불과한 것과 비교되는 수치다.

10대 임신부가 조산을 경험하는 비율은 3.7%로, 20대 이상 임신부의 조산 비율인 1.3%보다 3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승미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10대 임신부라고 해서 모두 미혼모는 아니지만, 미혼모인 경우가 다수다. 그들의 큰 특징은 산전진단을 잘 안 받는다는 것이다”라며 “산전 진찰로 발견할 수 있는 합병증, 빈혈이나 임신중독증을 초기에 잡지 못해 조산, 사산 등을 하는 경우가 많아진다”라고 말했다.

게다가 이 교수가 만난 미혼모 사례를 보면, 임신 38주 후 복통으로 인해 응급실에 방문했을 때 임신 사실을 처음 알게 되는 경우, 그즈음에 진료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는 “특히 많은 미혼모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꾸준하게 다니지 못하고 있다. 정부가 경제적으로 지원해주는 '맘편한카드'를 만들었는데, 이외에도 초음파비용, 태동검사 비용 등 산전 진료를 지원하는 방안도 마련해 병원을 잘 다닐 수 있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미혼모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병원을 방문하지 못하고 있다.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최근 발표한 ‘양육미혼모 실태 및 욕구 조사’에 따르면, 미취학 아동을 양육 중인 10~40대 미혼모 359명을 대상으로 질문한 결과 경제적 이유로 병원에 가지 못하는 경우가 63.2%에 달했다. 그들의 국가지원 자궁경부암 검진율은 절반도 못 미쳤고, 산후우울증을 겪은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57.4%, 현재 겪고 있는 경우는 19.8%였다. 주관적 건강 상태를 매우 나쁘다고 답한 비율은 8.4%, 나쁘다고 응답한 비율은 37.6%였다. 좋다고 답한 비율은 7%에 불과했다.

그러나 정서적으로 힘들 때 도움을 받지 않는다고 한 비율은 29.5%, 재정적으로 힘들 때 도움받지 않는 비율은 38.4%였다. 신체적으로 힘들 때 도움받는 곳이 없는 경우는 40.9%에 달했다.

이준영 보라매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미혼모 시설에 있는 여성들과 그렇지 않은 미혼모 간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아이를 낳겠다고 결심한 여성들은 정신적으로 건강한 편이다”라며 “따라서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아이를 낳고 기를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승미 교수는 “미혼모에 대한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미혼모를 모을 수 있는 시설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시설을 통해 이들이 실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복지와 보건이 통합된 제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유수인 기자 suin92710@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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