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목동병원 의료진 2차 공판...'감염관리·신생아 사망원인' 쟁점

이대목동병원 의료진 2차 공판...'감염관리·신생아 사망원인' 쟁점

기사승인 2018-09-06 11:42:17

지난해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신생아 4명이 잇달아 사망한 사건의 책임을 가르는 두 번째 공판에서는  이대목동병원의 허술한 감염관리 체계가 도마 위에 올랐다.

5일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안성준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 기일에서 검찰은 의료진이 주사제 분주(주사제 1병을 여러 명에게 나눠 주사하는 행위) 과정을 재연한 동영상으로 재판을 시작했다.

해당 영상은 사건 발생 직후 경찰이 의료진 동의를 거쳐 사건 발생 당시 주사제 분주 과정을 재연해 기록한 것이다.

검찰은 법정에서 이 영상을 상영하며 "스모프리피드(지질영양제)를 소분하는 과정에서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감염될 가능성이 있는 장면을 지적해달라"고 역학조사 담당 질병관리본부 이모 의료감염관리과장에게 요청했다. 이 과장은 이날 공판에서 증인으로 나섰다.

영상을 살펴본 이 과장은 주사제 분주 과정이 오염 가능성이 있는 싱크대 주변에서 이뤄진 점, 싱크대 주변에 오염을 막기 위한 장막 등이 설치되지 않은 점, 간호사가 알코올 소독제를 사용한 후 적정 시간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주사제를 다룬 점 등을 지적했다. 이어 "신생아실 도면에 확인되지 않은 싱크대가 설치돼 있고 싱크대가 어떻게 설치됐는지 파악되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다만 그는 "(사망 사건 당시) 녹화된 폐쇄회로(CC)TV 화면이 없어서 실제 이와 같은 일이 있었는지는 확인할 수는 없다"면서도 "(재연 영상에서) 일련의 과정을 봤을 때 감염관리가 충분히 안전하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 주사제를 나눠쓰는 분주 관행에 대해서도 "분주는 감염을 유발할 수 있는 위험성을 늘 가지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균이 없는 환경에서의 분주를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환아들의 사망원인에 대한 공방도 오갔다.

첫 공판 기일에서 의료인 측 변호인들은 환아들에게서 다발성 장기손상 등 패혈증의 전형적인 생체징후가 나타나지 않는다며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질병관리본부의 분석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 과장은 이에 대해 "다발성 장기손상은 패혈증의 필수 조건이라고 보지 않는다"며 "환아가 저체중·미숙아 상태로 태어났을 경우 장기손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사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환아들에게서 발견된 병원체의 유전자 지문이 서로 달라 동일한 감염원에 의한 감염으로 볼 수 없다는 변호인들의 주장에는 "DNA 패턴을 분석했을 때 97% 이상이 유사한 것으로 조사됐다"며 "유전적으로 작은 변이가 발생할 수 있지만, 유사성이 97∼99%를 담보하는 결과가 나온다면 동일한 병원체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반박했다.

한편 변호인들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이 검출된 주사제가 '제3의 원인'에 의한 감염일 가능성을 제기했다.

조수진 교수의 변호인은 사망 사건이 발생한 직후 신생아중환자실에 피해자 가족과 경찰 등이 방진복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채 드나들었던 점, 의료폐기물 통에 버려졌던 주사제가 장시간 방치됐다가 경찰에 의해 수거된 점 등을 지적하며 사후에 주사제가 오염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조수진 교수를 비롯한 이 병원 의료진 7명은 지난해 12월 16일 오후 신생아중환자실 인큐베이터에서 신생아 4명을 치료하는 동안 감염 및 위생 관리 지침을 어겨 신생아들을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경찰과 보건당국에 따르면 신생아들이 사망 전날 맞은 지질 영양제 '스모프리피드'가 시트로박터 프룬디균에 감염됐으며, 간호사들이 주사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감염이 발생했고, 사망 아이들의 사인은 패혈증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미옥 기자 romeok@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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