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려 놓은 고추 60근이 밤새 감쪽같이 사라져

말려 놓은 고추 60근이 밤새 감쪽같이 사라져

기사승인 2018-09-07 10:29:46



경남 고성군에 살고 있는 A(71)씨는 지난 8일 오전 일어나서 집에서 약간 떨어진 창고를 확인하고는 깜짝 놀랐다.

창고 앞에 말리기 위해 펼쳐 놓은 고추 60근(시가 130만원 상당)이 밤새 감쪽같이 사라졌기 때문이었다.

A씨가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놓아둔 고추 양이 60근(36㎏) 정도로 적은 양이 아니어서 A씨는 누군가가 훔쳐 갔다고 생각하고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현장 주변에 있는 CCTV 영상을 토대로 용의자 검거에 나섰다.

그런데 사건 당일 새벽 수상한 오토바이 1대가 발견됐다.

50cc의 조그만 오토바이에 무언가 잔뜩 들어 있는 마대 3개를 밧줄로 묶고 가는 장면이 포착된 것이다.

경찰은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이 오토바이의 동선을 계속 추적했다.

마침내 사건 장소에서 10㎞가량 떨어진 한 모텔 주변에서 오토바이의 행적이 끊겼다.

경찰은 이 모텔을 찾아갔다. 그러자 모텔 한편에 고추가 펼쳐져 있었다.

경찰은 모텔 관계자 B(70)씨에게 “고추가 어디서 났느냐”며 출처를 물었다.

이에 B씨는 “건고추로 쓸려고 1t 화물차에 고추를 실고 온 사람에게서 샀다”고 대답했다.

하지만 통상 건고추로 사용하려면 말리는 고추의 꼭지를 제거하는데 이 고추들은 꼭지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이를 수상히 여긴 경찰이 계속 고추의 출처를 추궁했다.

그러나 B씨가 “고추를 샀다”고 혐의를 완강히 부인하자 경찰은 B씨에게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받아보자고 했다.

B씨도 자신은 “고추를 절대 훔치지 않았다”면서 그 조사에 응하겠다고 했다.

그런데 거짓말탐지기 조사를 앞두고 B씨가 갑자기 “사실은 제가 그랬다”며 고개를 떨구었다.

경찰 조사 결과 B씨는 미리 챙긴 마대에 고추를 다 담지 못하자 A씨가 팔려고 담아 놓은 벼가 가득 담긴 마대에 벼를 버리고 고추를 옮겨 담고 달아난 것으로 나타났다.

고성경찰서는 절도 혐의로 B씨를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7일 밝혔다.

B씨는 훔친 고추 가운데 일부는 팔아 생활비로 챙겼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이 지역에 고추 절도 사건이 더 있어 B씨와의 관련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A씨는 고추 60근을 도난당했다고 하는데, B씨는 훔쳐간 양이 40근이라고 해서 양측의 진술이 달라 정확한 양을 파악하고 있다”면서 “B씨가 A씨와 합의하겠다고 해서 합의 여부에 따라 신병 처리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고성=강승우 기자 kkang@kukinews.com

강승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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