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촬영영상물’, ‘화장실 몰카’…. 부끄러운 우리사회의 그늘이다. 그리고 이 그늘을 키운 건 다름 아닌 정부의 방조과 무관심이었다.
‘몰카’ 범죄자의 90%가 벌금형, 집행유예, 선고유예 등 솜방망이 처벌을 받았다. 공공장소에서 수백여 차례 여성들의 몸을 몰래 찍어 기소된 남성의 처벌은 ‘집행유예’. 불법촬영으로 기소된 후 또다시 촬영 범죄를 저지른 재범 역시 집행유예 처분을 받기도 했다. 음란 카페를 운영해도 ‘집행유예’가 고작입니다. 심지어 이 카페 운영자는 집행유예 기간에도 음란 사진을 만들어 팔기까지 했다.
사법부의 솜방망이 처벌, 정부의 무관심과 방관은 화장실 ‘몰카’, ‘도촬’, 불법 성관계 영상 촬영 등을 돈벌이로 삼은 대규모 음성 포르노 산업을 키우는데 일조했다. 피해 촬영물을 유통하는 플랫폼 사업자들은 피해자의 엄청난 고통을 밑천 삼아 막대한 돈을 챙겼다. 어떤 사업자는 심지어 디지털 장의사를 운영해 피해자로부터 삭제비를 받고 뒤에서는 다시 범죄영상을 유통시켜 주머니를 불리기도 했다.
디지털 성범죄가 기승을 부리는 사이 여성들은 언제 어디서든 내 몸이 불특정다수에게 쾌락의 대상으로 비쳐질지 모른다는 공포를 느끼며 떨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상황이 계속됐다.
반격을 시작한 건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학생, 취준생이었던 평범한 이십대 여성들이 이 악의 고리를 끊기 위해 나섰다. 이들은 힘을 합쳐 비영리 여성인권운동단체인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이하 한사성)’를 발족시키고 사이버 성폭력에 맞서기 시작했다.
상근 활동가 7명을 포함해 10명의 안팎의 인원은 피해자에 대한 사회적 지지 및 영상삭제지원, 수사•법률지원, 심리상담, 인식 개선 캠페인, 입법 추진 활동 등 제도적•정책적 지원 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한사성은 짧은 기간 동안 누구도 하지 못한 활동을 했다. 한사성의 삭제 및 피해자 지원 프로세스는 정부 정책에 반영되기도 했고, 해외 단체들과 협력해 해외 포르노 사이트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이들에게 국내외 주요 언론과 외신도 주목했다.
그러나 한사성 활동가들은 시시각각 생계를 조여 오는 현실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월급은 50만 원가량. 퇴근 후, 주말마다 틈틈이 아르바이트를 하며 생계비를 벌어 버티는 이들의 바람은 하나다. 알바를 하지 않고도 오롯이 피해 지원 활동을 하는 것. 머지않아 입주해있는 서울여성플라자에서도 나가야 하지만, 보증금을 마련할 방법도 현재로선 요원하다.
쿠키뉴스는 온전히 디지털 성범죄 근절과 피해 지원에 삶을 녹이고 있는 한사성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시리즈로 전한다. 피해 지원 활동을 하며 느낀 인간적인 고통과 현실의 팍팍함 사이에서 활동가들이 그들의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방법을 함께 모색하려 한다. 앞으로 전할 연재는 얼마 전까지 평범하게 살아온 그녀들이 왜 디지털 성범죄 영상 추적자들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쿠키뉴스는 한사성의 지속가능한 활동에 힘을 보태고자 카카오 스토리펀딩 연재 프로젝트 ‘사이버성폭력 잡으러 한사성이 간다’를 시작한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모인 후원금은 전액 한사성에 기부되어, 이들의 지속가능한 활동을 위해 쓰인다. 후원금은 한사성 활동가들이 온전히 디지털 성범죄 피해 회복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하는 큰 힘이 될 것이다.
독자 제위의 관심과 응원, 후원을 기다린다.
*다음카카오 스토리펀딩 플랫폼에서 ‘사이버성폭력 잡으러 한사성이 간다’에서 후원이 가능하며, 아울러 기획 의도와 연재물을 볼 수 있습니다. 김양균 기자 angel@kukinews.com